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이젠 알지 못합니다.
그날도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는 것만을 기억할 뿐이지요.
이젠 자꾸만 기억의 한 켠에서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다시는 못할 줄 알았던 사랑을,
정말로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소리없이 밤손님처럼 제게 다시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자꾸만 잊혀질려고 합니다.
어젠 꿈에 그녀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때라고 하더군요,
자신은 그래도 제 곁에 있지만 저보고는 새로운 사람에게 잘해주라고,
자신도 잘 되기를 빌어주겠노라고, 이제는 자신을 놔 달라고 하더군요,
차마 저는 그러마고 하지 못하고 울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부탁대로 잊기위해서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것들을 털어내려고 합니다.
간혹 맞춤법이 어긋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요.
술을 한 잔 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 좀 많이 마셨습니다.
그들과 만나 그냥 웃고 즐기며 새로운 여자를 사귀어서 좋겠다는 얘기를 한 귀로 흘려 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소주 두 병과 담배 한 갑을 샀습니다.
그렇게 마시고도 정신이 멀쩡한 것 같아서요.
방금 한 병을 다 마시고 두 번째 병 마개를 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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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누군가에게 쓰다 만 편지인 것 같습니다.
이사하다가 오래된 책장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