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오면서 2010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라인업은 거의 역대급이었던 것 같아요.
결과는 2002의 영광에는 못미쳤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급 미드필더와, AS 모나코의 주전 원톱, 토튼햄, 도르트문트를 거친 윙백, UEFA컵에서 뛰는 미드필더, 프리미어리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팀의 에이스-김재성-이 후보였을 정도였으니까요.
센터백 라인이 조금만 더 강력했다면, 하는 아쉬움과 몇몇 선수들-특히 기성용-이 당시 좀만 더 폼이 올라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정말 괜찮은 멤버들이었습니다.(감독이 다소 아쉬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서점에서 허정무 자서전을 보니 감독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더군요.)
그런데 한명 한명의 명성도 대단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당시 박지성-이영표라는, 월드컵을 경험한 고참들이 컨디션의 절정을 유지하던 시기였던 점 때문에 의 팀 전체적인 경기력이 매우 안정감을 보였지 않은가 싶습니다. 팀 전체적으로 신구의 조화가 잘되어있었고, 고참들의 리더쉽이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2014를 앞 둔 지금은, 고참으로 팀을 이끌만한 선수들이 실종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기성용, 이청용 등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이 한층 성장했고, 새로운 유망주-손흥민, 김영권 등-이 눈에 띄지만
2010년 당시에 주전급으로 뛰었고, 2014에 충분히 고참으로 팀을 이끌 수 있을만한 선수들
박주영, 김정우, 염기훈, 조용형, 정성룡 중 현재 남은 것은 박주영, 정성룡 뿐이며,
그마저도 과연 월드컵에서 주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을 정도로 경기감각이 떨어져버린 점이 너무 뼈아프네요.
(물론 차두리도 있지만, 피지컬을 앞세우는 플레이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단 제외)
2010년 당시 분명 우리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옆 나라 일본의 안정감과 비교하게 됩니다.
에이스 혼다, 노장이지만 여전히 조커로 뛰는 엔도, 부상에서 복귀할 듯 보이는 하세배, 인터밀란의 나카토모 까지.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선수들이 핵심 멤버로 뛰는 만큼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훨씬 돋보이네요.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숨은 MOM 김정우는, 슬럼프를 겪고 중동에 가있고,
제2의 홍명보 조용형은 말라가의 꿈을 꾸다 지금 중동에 정착해버렸습니다.
염기훈도 그 당시의 K리그 호령하던 시기에 비하면 아직 의문이 남고요.
선수 개개인의 탓으로도 돌릴 수 있겠지만,
역으로 국가대표 선수층 자체가 그렇게 두텁지 않으며, 감독 교체가 너무 잦았던 것이 새로운 리딩 세대를 못만드는 원인이 된 게 아닌가 싶네요.
심지어 누가 주장을 맡을 지에 대해서도 선뜻 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홍명보호가 청대-올림픽을 거치면서 현재 20대 초중반 선수층을 매우 두텁게 했다는 점인데,
2018이 목표라면 모르겠으나, 이번 월드컵은 과연 이 선수들이 얼마나 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노장의 스토리가 사라져버린 월드컵,
개막이 한달 남짓밖에 안남은 지금 우려와 아쉬움이 남는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