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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실화괴담 - 밤골목
게시물ID : panic_795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감질
추천 : 4
조회수 : 16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8 15: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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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히 말하자면 박이 머리가 굵어지기 전부터 전조는 있어왔다. 언제부턴가 발께 에서 뒤척거리는 기척을 느끼고 잠을 깰 때가 종종 있었고, 이따금 지나칠 때면 발목을 확 잡아채는 것에 깨어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위가 눌린 경험은 일생 들어 단 두 번뿐이었고, 스스로 담이 세다고 생각하는 박이, 그런 것을 털어놓는 일도 잘 없었다. 오히려 박은, 무언가 홀린 듯 괴담 수집에 열을 올리곤 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그리고. 학창 시절 취미는 그런 오컬트 적인 것들에 푹 빠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박이 그런데 관심을 가진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지도 몰랐다. 박이 사는 동네는, 산 아래에 있었다. 조그마한 산인데, 산언저리를 따라 절도 많았고. 좀 더 내려가 보면 웬 장대들이 골목마다 세워져 있었다.
 무당집. 동네 어르신들 말대로라면, 개중엔 흔히들 말하는 용한 집들도 몇 군데 있었다고 하니 이곳이 말로만 듣던 ‘터’가 아닐까 싶었다.
 어쨌거나 어렸던 박이 관심을 가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 이었지만, 고등학교 무렵 되어서는 극성스런 치맛바람과 진학 문제 덕분에 이 괴상한 취미생활에서 손을 뗄 수밖에는 없었다.
 박이, 어머니의 극성을 피해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 했던 때도 그 무렵이었다.


< 밤골목 >


 야간 자율학습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동네 독서실에 들러 몇 시간 더 보내고 오는 것이 주중 박의 스케쥴이었다. 공부엔 별달리 관심 없었으니 소설책이라도 빌려 온다면 금상천화였다. 별로 유익하지만은 않았던 독서시간이었으나 그땐 그런 것들이 좋았다. 깨끗하게 개장한 독서실 의자는 안락했고, 밝은 스탠드라든지, 새것 냄새나는 가구라든지,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옆 자리 총무 아저씨와도 마음이 곧잘 맞아 아저씨의 돈으로 만화책ㅡ 소설책을 빌려 올 때도 있었다. 여하튼 서너 시간, 짧은 자유 시간처럼 흘려보내는 날이 많았다. 양심엔 찔렸지만 늦게 들어갈수록 어머니의 잔소리는 줄어들었으니 그것도 그것대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유난히 조용한 독서실에 들어서서, 하던 것처럼 스탠드를 켜고, 구형 엠피쓰리 이어폰을 꽂은 박은 그 날도 집중해서 소설책을 읽었던 것 같다. 아니면, 만화책이든지. 그러던 중 누군가 탁, 탁, 하고 책상을 작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조용한 장소라서 유난히 크게 들린 것 뿐, 아주 조그마한 소음이었기에 박은 신경 쓰지 않았다. 몇 시간쯤 지나자 항상 가장 늦게 자리를 떠나던 경찰관 한 명마저 빠져나갔다. 시간이 늦은걸 깨달은 박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한 시간쯤 더 시간을 때우고 나가기로 했다. 물론 어머니께는 공부에 몰두했다는 아주 훌륭한 핑계가 있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이상을 느꼈던 것은 박이 화장실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탁, 탁, 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고 귓가를 간지럽혔다. 문득 호기심이 동한 박은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궁금해, 의자 위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스탠드 켜진 자리가, 하나도 없다.

 박의 자리와, 그리고, 창밖으로 비추어진 옆 건물 네온사인만 희미하게 독서실 실내를 비추어 주고 있었다. 잠깐 끊어졌다 싶었던 탁, 탁, 소리가 이어지자 박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박은, 기분이 나빠졌다. 묘한 한기에 등골이 오싹해진 것을 숨기며 콧노래와 함께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 곧장 독서실을 빠져나갔다.
 번화한 대로변을 가로질러서 들어간 거리는 어두웠다. 몇 주 전 가로등이 고장 난 덕에 골목길은 컴컴했다. 박의 집은 조금 더 골목 안쪽에 있었다.
 그제 서야 박은 독서실에 엠피쓰리를 두고 온 것을 떠올렸다. 돌아가자니 그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를 않아서, 그냥 집을 향하기로 했다. 자박자박 아스팔트 덜 마른 길을 걷다가, 옅은 향  냄새를 맡았다. 두 블록 앞에, 붉게 불이 켜져 있는 집이 하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염하는 소리가 들렸다. 향 타는 냄새는 더 짙어졌다. 예의 무당집이었다. 낮에야 곧잘 지나다녔지만, 이런 시간에 불이 켜져 있던 건 또 처음이라서 흥미가 동했다.
 박이 자세히 보려 멈칫, 멈춰 섰을 때였다.

 자박, 하고 한 박자 늦게.

 을 살짝 끄는 소리가, 그러니까, 발걸음 소리가-

 따라 들렸다.


 박은 뒤를 보지 않고 정면만을 바라보고 다시 걸었다. 자박자박. 몇 걸음가다 멈추자, 또 다시 한 박자 늦게 소리가 따라붙었다. 박은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잰 걸음으로 무당집을 지나쳐 걸어갔다. 다음 가로등은 노란 나트륨 가로등. 거기까진 금방이었다.
 가로등에 다가서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림자가 짙게 늘어졌다. 등 뒤로 서다가, 가로등을 지날 때 즈음, 앞으로 좀 더 늘어진 그림자를 보곤, 박은 미친 사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큰 그림자, 작은 그림자, 구부정한 그림자…….


 명백히 박의 것이 아닌 그림자들이 박의 뒤를 빽빽이 따르고 있었다.
 박은 차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고르며 또 다른, 무당집 앞을 지나쳤다. 3층에 있는 집은 앞의 것처럼 묘한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건물 앞의 도로엔 무언가 흩뿌려져 있었고, 박은 하마터면 밟고 미끄러질 뻔 했다. 엉킨 다리를 풀고, 박은 고개를 숙여 무엇을 밟았는지, 발밑을 살폈다.

 술, 술 냄새가 났다.

 고사라도 지낸 모양이지. 하고 생각하던 박은, 무언가에 쫓기던 것을 생각해 내고 몸을 급히 돌렸다. 다행히도, 따라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밝은 나트륨 등만이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후 박은 독서실을 그만두었다. 낮에도  두번다시 그 길로 다니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 처음 들렸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또, 뒤따르던 그 행렬은- 무얼 잘못 본 것일까?

 하지만 박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이것 또한 박의 별 것 아닌 실화다.



작가의 한마디 : 전편인 낮잠에서 이어, 조금 더 옛날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봤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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