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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슬슬.
게시물ID : soju_7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왈숙이
추천 : 0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5/12 01:14:55
고등학교 삼학년 무렵, 나는 수시에 얼떨결에 붙어 인생을 편안하게 즐기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니까 편안하게 생각할시간이 많았고, 그러면서, 그럴때마다 내게 늘 느껴졌던 기분은 구구절절한 무언가들 이었다기 보다는 그저 '앞으로 내 삶에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시절, 그리고 이렇게 멋진 친구들을 만날수 있는곳은 아마 없을것이란 확신.' 그것 하나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시작한지 아직 일년반밖에 되지않았지만, 나의 그 예감은 그 시간동안 정확히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기분만을 느끼게 되었다. 분명 대학에서 만난 동기들이나 후배들도 나와 맞는 녀석들이 있기야 하다만 허울없이 내 진심을 토해낼수 있고 내 본연의 즐거움을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은 너희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지간하면 동네친구들과의 모임과 대학행사가 겹치면 고민하지도 않고 전철을 타고 발걸음을 옮겨왔고.

이제 슬슬 다들 입대할 시기가 되었지. 겨울에 제타이밍 찾아 간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 이제서야 떠나는 친구들도 많고, 지금생각해보면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친구들이 나에게는 더 애틋했던 친구들이었던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입대를 며칠앞둔 친구를 만나러갔다. 사실 아직 입대까지는 나흘이 남았지만 며칠정도의 마음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니까. 오늘 이외에는 만나지 못하고 그러는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하에 곧장 달렸다. 그리고 즐거이 놀다가 지금은 집. 공허한 기분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술없이도 즐거이 놀 수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술이라는 촉매가 없으면 흥이 나지않고 무얼 해야할지 방황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는것. 그게 너무나도 한편으로는 슬픈 기분마저 든다.
이처럼 중고등학교시절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다르듯, 지금의 우리와 전역한 우리의 관계는 또다시 미묘하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몇몇 친구들처럼 잡고있던 손을 놓게될지도 모르고, 서로가 조금은 머쓱해질수도 있으며 갈길이 달라 갈라지는일도 다반사일테니까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너희들 모두 내 인생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멋진친구들이라는게다. 우리가 어떻게 변하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즐거웠던 우리의 그때 그 기억속의 우리는 남아있을테니까는.

내 수없는 지랄들을 너희들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준 모두에게 고맙고 미안하며 뭔가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나보다. 두서없는 개소리들을 늘어놓고있지만 곧 입대하는 친구들도, 이미 입대한 친구들도, 머지않아 입대할 너희들 모두 고맙고 사랑한다. 

나도 곧 떠날테지만 언젠간 다시들 만날테니 다시한번 타오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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