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25일 해외 문화원장 회의 개최...세월호 외신 자연스럽게 논의 대응 방안 담겼나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을 비판한 잇따른 외신 보도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CNN, 알자지라, 프랑스 독립언론 메디아파르까지 외신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초기 선장의 대응부터 시작해 해양경찰과 특정 구난 업체의 결탁 문제, 사고 원인의 의문점,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사고 수습 대응 등을 총체적으로 지적했다.
외교와 안보를 내세워 국정운영의 초석을 다져왔던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외신 보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에 의한 집단학살'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 하야 주장이 담긴 집회 내용까지 외신은 소개하고 있다.
외신은 주로 국내 언론에서 문제가 제기된 기사를 소개하면서 관점을 제시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사고 수습이 부실하고 국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내 언론의 보도보다 외신 보도에 대해 민감하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해외 주재 문화원장과 홍보관이 모여 회의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화원을 통한 외신 보도 대응 전략을 짰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해외 문화원을 관장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통상적인 연례행사격 회의라고 해명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외신 보도를 담당하는 문화원장들이 모여 민감한 외신 보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문화원장 회의는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도서관 등에서 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만이다.
참석 대상은 24개국 28개소 문화원장과 홍보관들이다.
올해 귀임할 인원을 빼고 29명이 해외에서 한국으로 귀국해 참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회의는 매년 시행하는 회의로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외신 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회의라는 것은 비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외 문화원장 회의는 보통 연초에 열린다. 해마다 일정 조정을 하지만 연초에 행사를 열어
해외 문화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주요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행사"라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고 전해
민감한 외신 보도를 주제로 한 대응 전략 방안이 오고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과는 "해외 문화원장 회의는 각 문화원 쪽에서 한해 동안 우수한 사업을 뽑고 타 문화원들이 벤치마킹했으면 좋은 사업을 발표하면서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운영과에서도 "해외에서 문화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과 관련해 교육을 하고 다음에 새로 부임할 분들을 위해 서로 멘토링을 한다. 주로 전문성 강화 제고로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화원장 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외신 보도를 주제로 논의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해외 문화원장 회의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어떻게 잘 알릴 것인가'라는 큰 주제를 놓고 홍보와
문화 외교 방향의 주요 포인트를 잡는 회의로 알려져 있다.
▲ 해외 홍보문화원 홈페이지 대문 모습.
또한 해외 문화원장 회의와 관련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신협력과에 따르면
외신의 오보 대응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외신 기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취재하면 지원하고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외신들의 오보에 대해서는 대응한다.
각 나라의 외신 본부와도 현지 문화원장과 홍보관을 통해 의견 개진이 이뤄진다.
기획운영과 관계자는 "여러가지 홍보 행사와 관련해 국가 이미지를 올려야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되는 업무이고 외국 언론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얘기를 해서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있다"며 "
외신이라고 하는 보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들이 기사를 써버리면 그만인데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전에 취재 기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문화원장 회의 시점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외신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그렇게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재외 공관장 회의가 열리고 해외 문화원장 회의가 열린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된 외신 보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틀린 게 있다면 오보 대응을 하고 올바른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지 마치 외신들이 나쁜 보도가 나오니까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하는 지 회의 모임을 했다는 것은 비약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 이미지가 실추됐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이런 상황 하에서 냉철하게 우리가 어떻게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해 나가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외신 보도에 대한 논의가 안 나오는게 이상하다. 문화 홍보하는 차원에서 만회하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슬픈 것은 슬픈 거지만 중국을 예로 들면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되는데
후진적인 사고 대응으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누군가는 고민하고 만회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세월호의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따르면서 피해가 커진 것을 두고
권위주의 문화와 유교 문화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놨는데 단원고 학생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서로 끝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른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균형있게 보도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IMF 당시 불량국가로 낙인 찍혔지만 많이 올라왔다.
세월호 사고도 정신문화의 일종으로 10년을 내다봐야 한다.
국가를 개조하고 문화적으로 한국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준비해야 될 시점이 아닌가 해서
문화원장 회의가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종석 독일 문화원장은 지난달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외 문화원장 회의 참석 중에
정옥희씨가 독일 언론에 기고한 글에 문제가 있어 정정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은 정옥희씨가 쓴 기고글 대목 중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자 5세 여아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정씨의 자택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정정을 요청해 논란이 됐다.
윤 원장은 "문화원장은 대외공관 주재관으로 문화 교육 뿐만 아니라 홍보 업무도 맡고 있다"며
정씨의 기고글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이 정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