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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겪은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796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matterwhat
추천 : 51
조회수 : 4825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5/05/11 17:29:22
제가 처음 일본에 장기 연수로 갔을 때는 아주아주 오랜 옛날..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는 88년도,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 해였습니다.
히카루겐지가 일본 연예계를 휩쓸고, 기무타쿠의 아내로 알려진 쿠도 시즈카가 데뷔를 해서 특유의 졸린 눈으로 주목을 받던 그 당시.. 
(여기서 제 연식이 대충 나오죠?ㅋㅋㅋ)
그때는 제가 사회 초년병으로 갓 입사했던 회사의 사장님께 나름 이쁨을 받아 저런 좋은 기회를 얻을 수가 있었죠.

뭐 회사일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할 필요 없을 것 같고...
그곳에서 다다미 3장 반의 나름 큰 하숙방에서 혼자 지냈는데, 그 집이 상당히 오래 되고 낡은 집이라서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월세가 상당히 싼 편이길래 그래도 만족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집 주인은 나이가 많은 중국인이었는데, 상당히 심술궂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월세만 밀리지 않으면 얼굴 볼 일도 없었기에 신경 안 썼죠.
이층엔 방이 4개가 있었는데 저와, 뚝 떨어진 끝방에 사는 남묘호랭계교인과 둘 뿐이었고, 제 옆방을 포함한 다른 두 방들은 비어있었습니다.

남묘호랭계교인인 끝방 남자분은 아주 수시로 사람들이 여럿 모여 "남묘호랭계교"란 주문을 몇 시간이고 외워대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늘 제가 톼근하고 얼마 안있어 그 모임이 끝나서 사실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습니다만.. 
다른 곳이었다면 저런 사람은 진작에 쫓겨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른 두 방들이 비어있어서 참 다행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월세가 그렇게 싼데 왜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종교인 때문에 시끄러워서 그러나 싶기도 했지만, 그 중국인 오야상이 그걸 받아들일 리가 없을텐데...?
물론 그 의문은 얼마후에 풀렸습니다.

왠지 밤 늦은 시간만 돠면 왜 그리 벽이나 옷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지....!

제가 후일 '주온'이란 영화를 봤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던 게 있습니다.
그 영화의 귀신이 내던 소리.. (일본에선 '우메키고에'라고 하던데), 그런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지진 때문인가, 아니면 집 벽이 갈라지는 소리인가, 그것도 아니면 옷장 속이나 벽 속에 쥐들이 살아서 뭔가를 갉아먹는 그런 소리인가... 별 생각을 다 했는데, 전부 다 아니었고...

무엇보다 오래전에 한국에서도 그 비슷한 소리들이 밤새 천장에서 들렸었기 때문에, 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피곤함에 지쳐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죠.

훗날에 그 소리를 영화에서 재연한 시미즈 타카시 감독은 틀림없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라는 확신도 했었습니다.

어쨋든 그때까지는 제가 직접 뭔가를 두눈으로 보지는 못했던 때라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회사의 일본친구들을 사귀고, 그중 한 친구가 어느날 자기 여친과 그 친구, 이렇게 넷이서 술을 마시자고 자기의 하숙방으로 절 불렀습니다.
토요일이었고 저와 평소 맘이 통하는 친한 친구였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친이 데려올 친구가 엄청 미인이란 말에 홀딱 넘어가서 그날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에 그 친구의 하숙방으로 갔습니다.

....진짜로 이쁘더군요.;;
히토메보레(첫눈에 반함)를 해버린 당시의 순진했던 저는, 술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좀 과음을했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였는지 전혀 취하질 않더라군욬ㅋㅋ. 
근데 문제는... 그 친구가 술김에 그랬는지 어땠는지... 갑자기 기모다메시(간이 큰지 작은지 확인해 본다는 뜻)를 하러 가자는 겁니다.
거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유명한 흉가가 있다고 하면서....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저인데, 옆에 있던 그 미인아가씨 때문에... 내가 미쳤지... 쫄래쫄래 따라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ㅠㅠ

여러분, 늘 오유징어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역시 연애는 무서운 겁니다.ㅠㅠㅋㅋ큐ㅠㅠ

그래도 그 친구의 차를 타고, 그 친구와 여친은 앞자리에, 저랑 그녀는 뒷자리에 나란히.. 어깨가 간혹 맞닿는 짜릿함을 만끽하며 그곳까지 야간 드라이브를 할 때만 해도 전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곳에 가지만 않았어도...
그녀의 앞에서 용감한척 만용을 부리며 그집 안으로 앞장서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전 어쩌면 '개안'을 하지 않고 이후로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얼마전에 어떤 오유분이 일본에 고스트스팟 여행을 간다며 어디가 좋을지 물어보셨을 때, 제가 말렸던 이유가 앞으로 나올 겁니다.

솔직히 지금 너무 늦어서 (여긴 새벽 4시 반), 그 뒷얘기는 다음에 계속 하겠습니다.
글실력이 없어서 짧고 간단하게 표현을 못하니까 자꾸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지네요.
이런 허접글을 몇 분이나 좋아해 주실지 솔직히 의문이지만.. 죄송하구요,
만약 속편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으시면 다음에 이어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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