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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일본에서 겪은 이야기 2편 (스압주의)
게시물ID : panic_79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matterwhat
추천 : 38
조회수 : 3934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5/12 15:20:16
이왕 하는 서비스 확실하게..먼저 쓴 것들도 끌어올려서,^^

0편~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052260

1편~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054734



 (1편에서 계속) 덜컹거리는 시골길 같은 곳을 한참 지나서 어떤 좁은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부터는 차가 들어갈 수가 없게 막혀있어서 도보로 숲이 우거진 그 산속으로 향해 가기로 한 그때는 이미 시각이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산길의 입구에는 들어가지 말란 표시가 된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서 그걸 살짝 치우고 들어갔죠.  
마냥 신나하던 친구와 그 옆에서 수다가 만발이던 여친은 얼마전 낮시간에 한 번 와봤던 곳이라며 느긋해 하던 반면...내 팔짱을 꼬옥 끼고 불안해 하며 빨리 돌아가자고 울상을 짓던 나의 (시노자키 아이를 닮은.. 것처럼 최소한 그때는 느껴졌었던) 그녀는..... 너무너무 귀여워서 진짜......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면서 그렇게 전 "다이죠오부"(괜찮아)를 연신 외치며 믿음직스러운 남자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입가에 미소까지 띄워가며 천천히 친구 커플을 따라서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그곳이 가까워질 수록 점점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과 뒷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면서도... 내옆에 꼭 달라붙어 내 팔뚝에 자꾸 밀착해오는 그녀의 봉긋한....;;에 정신이 반은 나가서 그저 그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라며 무릉도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즐겼습니다만...
 웃고즐기는 사이에 그 커다란 산장은 어느새 우리앞에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대체 언제 지어졌고 언제부터 사람이 살지 않게 되어버린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회중전등 불빛에 희미하게 비춰지던 말라붙어 잘게 갈라진 벽 페인트, 그 위에 잔뜩 달라붙어있던 이끼와 독담쟁이 덩쿨은 그곳의 분위기를 더욱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림으로 내 온 몸의 신경세포들이 나에게 들어가면 안된다는 경고의 메세지를 던지던 그때..., 전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먼저 와본 적이 있어서 괜찮다고 큰소리 치던 친구커플도 막상 밤시간에 그곳을 다시 오니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선뜻 들어가잔 소리를 못하고 그 문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내팔에 매달려 바들바들 떨며.. 그래서 내가 떨고있는 것도 못느끼며 무서워하던 그녀를 바라보며, 전 그때야말로 그녀에게 멋있는 모습을 어필할 챈스라는 빌어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내가 미쳤지, 흑흑ㅠㅠ)

  "뭐해? 어서 들어가지 않고..?" 전 앞에서 머뭇거리던 친구커플에게 여유롭게 말을 걸었지만, 그들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쩔줄 몰라 하더군요. 
친구: 막상 밤에 와보니까 무섭네.. 
친구여친: 헤에~?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자고?  

친구놈은 그냥 돌아갈 마음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눈치없는 여친이 문제였습니다. 
겁쟁이라는 둥, 남자가 왜 그러냐는 둥... 실실 놀리듯 친구를 자극하며 저한테 "X상은 설마 무서운 거 아니죠?"라며 꾹 찔러오는데... 거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 아웃이라는 위기감에 그만... 그 집의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습...니다만, 안 열리더군요.ㅋㅋ
 친구는 뒤편으로 돌아가서 깨진 커다란 창문을 보이며 그곳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줬고, 잘 보니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 흔적도 있고 유리도 깨끗이 치워져서 들어가는데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먼저 그 낮은 창문을 가볍게 넘어 들어가고 이어 내 그녀의 손을 잡아 들어오게 했습니다. 
친구커플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와서 '역시 한국군대를 다녀온 X상은 용감하다며 낯간지러운 소리를 들려줬고, 전 더더욱 의기양양해 하며 앞장서서 그 어두운 안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들어 갔습니다. 

벽에는 페인트로 잔뜩 낙서가 되어있었고(오바케, 귀신이 나온다는 그런 유치한 낙서들), 가구들이 제대로 치워지지도 않은 채 살던 주민이 몸만 빠져나간 건지 낡은 가구들이 사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나뒹굴고 있더군요. 
한발한발 옮길 때마다 나무바닥은 끼기긱.. 삐그덕... 기분나쁜 비명들을 나직히 질러댔고, 때묻은 창문을 뚫고 쏟아져들어오는 보름달빛은 그 기괴한 장소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층의 거실과 부엌 등을 둘러보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는데, 무너질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그곳은 많이 낡아 있었습니다. 
천정도 마구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구멍을 통해서 누군가가 우릴 훔쳐보는 느낌도 들고.... 
몸은 점점 떨려오는데 그걸 감추려고 더더욱 호기있게 앞장서 걸어가는데... 이층에 다다랐을 때 전 무언가가 희미하게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눈을 돌려보면 그곳엔 아무도 없고... 

그러다가 어느 넓은 침실방에 들어섰을 때, 
문옆의 구석에서 누군가가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모습이... 옆눈으로는 보이는데.. 눈을 그쪽으로 돌리면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질 않고... 
분명 누군가가 내 시야 안에 있는데도 그 모습을 똑바로는 볼 수가 없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어 졌습니다. 

갑자기 이상하게 흠칫거리며 자꾸 두리번대는 제 모습에 나의 그녀는 왜그러냐고 겁내며 물었지만, 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불도 켤 수가 없었고 손에 든 전등도 밝지 않았지만, 찢긴 커텐이 떨어져내려 바닥에 너덜대는 맞은편 벽에 뚫려있던 커다란 침실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달빛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제 눈에 그 방안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45도 각도 정도의 시야 내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것'.. 

내 옆의 그녀도, 우리 뒤에서 얼쩡거리다 복도로 나간 친구커플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구석에서부터 '그것'은 점점 저희를 향해 천천히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고, 전 그 옷차림과 길게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옆눈으로 보며 그것이 젊은 여자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것은 저보다 제 옆에 있던 그녀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천천히 내 뒤를 돌아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는 '그것'의 움직임을 느끼며, 전 일단 그녀를 그곳에서 나가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큰소리로 친구커플을 불렀고, 복도에서 기웃거리다가 놀라 뛰어들어온 그들에게 그녀를 데리고 어서 나가라고 소리를 마구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뛰쳐나간 방문 안쪽에 서서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그들의 어지러운 발걸음을 듣고 있었습니다. 

왜 전 그들과 함께 나가질 않았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때 제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던 신체부위는 오직 입 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팔도 다리도.. 심지어는 고개조차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그렇게 굳어있던 제게, '그것'은 미끄러지듯이 아주 천천히 천천히.. 다가와 내 얼굴 옆으로 자기 얼굴을 가만히 들이댔고... 
현재 사는 하숙방 벽장에서 매일밤 듣는 그 소리.. "끄끄끄끄끅.. 끄아아아아...."거리며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같은 그 우메키고에가 그곳에서, 내 얼굴 바로 옆에서 울려나오는 걸 똑똑히 듣게 되었습니다.  

전 천천히 눈동자만을 그쪽으로 돌리며 그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주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달빛을 한껏 받은 '그것'의 얼굴이 순간 내 눈앞의 시야를 꽉 채우며 또렷이 들어왔고... 




사람의 입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크게, 마치 위아래로 찢겨진 것처럼 쫙 벌려진 그 입..
옆쪽으로 길게 빠져나와 아래로 축 쳐져있는 긴 혓바닥..  
그 뒤로 빨려들 것처럼 깊고 어두워 보이는 목구멍 속에서 그 소름끼치는 금속성의 소리는 작은 동굴속 메아리처럼 낮고 또렷하게 울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치켜떠져서인지 아니면 원래 없는 것인지 '그것'의 눈동자는 보이질 않았지만, 내 얼굴을 향해 똑바로 뿜어져 나오던 그 한과 원망과 미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렇게 한동안 넋을 잃은 상태로 꼼짝없이 서있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전 친구녀석의 손에 이끌려 산장 밖으로 나와진 후에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빨리 나가라고 갑자기 내가 무섭게 소리를 질러서 일단 여자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제가 안 나오길래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다시 뛰어들어와 보니, 
제가 대답도 안 하고 방 한가운데에 서서 부들부들 떨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면서 여자같은 말투로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더랍니다.  

"난데나노. 난데나노요..."("왜야...? 왜야...?") 

하지만 전 전혀 그걸 기억할 수가 없었고, 특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니.. 믿어지질 않았습니다만, 분명 그당시의 내 얼굴은 땀인지 눈물인지로 범벅이 되어있었으니..딱히 그 친구의 말을 부정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멋진 모습을 보여 예쁜 일본인 여친을 만들겠다던 나의 꿈은 눈물범벅과 함께 사라지고..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가라고 무섭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ㅠㅠ) 전 두고두고 그 친구에게 울보라는 놀림을 받아야만 했습니다..ㅠㅠ 
그곳에 간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내 말을 믿어줄 리도 없었지만.. 
훗날에 생각해보니, 그것이 그 순간에 내 몸에 들어와서 제가 영매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눈물을 흘리며 여자말투로, 왜냐고.. 계속 물어대던 그것의 정체는 저도 모르지만, 
오래전 그 방에서 젊은 여자가 실연의 슬픔을 안고 목을 맸다는 소문이 있다는 걸 후에 누군가에게서 들었을 땐 다시 한번 소름이 끼쳤습니다. 

제가 왜 그때 갑자기 개안을 하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 느꼈던 극심한 공포심이 순간적으로 제 마음의 눈을 뜨게 한 것은 아닐까 추측은 해봅니다.
   
어느 삼류공포영화를 보고 쓴 듯한 허접스러운 글이지만 믿거나 말거나는 읽는 분들의 몫입니다. 
그 후에 내 하숙방에서 보게된 것과 그 외의 일본 이곳저곳에서 본 것들, 미국에 이민와서 처음 산 마이홈의 지하실에 사는 '또다른 그것'을 만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해드리기로 하고... 

 제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 이야기를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증언처럼으로도 받아들이지 마세요.
 제가 굳이 귀신이라는 말보다 '그것'이라고 쓰는 이유도 딱히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죽은 자의 혼령인지, 아니면 기독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마귀나 악마가 고인들을 이용해 벌이는 악의적인 장난인 건지.. 지금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 정신이 정말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구요. 

그러니 제가 이곳에 쓴 글을 그대로 믿고 무서워하지 마시고, 그냥 흔한 옛날이야기처럼 가볍게 들어주셨기를 바랍니다!

너무 지나치게 두려워하면, 언젠가 당신의 눈에도 그것들이 보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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