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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우리 할머니 -3
게시물ID : panic_796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22
조회수 : 19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12 15:57:20

안녕하세요.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3번째까지 오게 됐네요.


아마 이번 글이 우리 할머니 이야기의 마지막이 될 거 같습니다.

 

그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마지막 에피소드를 꺼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실 것만 같던 할머니께서 어느 날 고통을 호소하셨습니다.


급한 마음에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죠. 연세도 여든이 다 되어가시는지라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항암 치료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거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보면 됐었습니다.

 

곧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어느 날 찾아뵈러 갔을 때 예전의 강건한 모습이 아닌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는 저는 적잖은 충격을 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무당과의 일이 있고 큰어머니가 후에 다시 한 번 그 점집을 찾아가 할머니의 사주를 간단히나마 부탁했을 때, 그 무당은 할머니의 명은 누군가 정하는 게 아니고 그 분의 명이 따로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전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만수무강하실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거 같던 할머니가 누워 계셨으니까요.



그렇게 입원을 하신지 약 반 년 정도가 흘렀습니다.


항암 치료도 중간에 받으시다가 이제 싫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그만 둔지 시간이 꽤 되었었죠.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이제 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의사도 항암 치료를 거부하시는 마당에 병원에 계실 이유는 없다고 했죠. 가끔 통원 치료나 더 상황이 악화되면 오시라는 말만 했습니다.


가족들 모두가 걱정을 했지만 완강한 할머니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신기한 일은 할머니께서 집으로 돌아 가신 뒤였습니다.


자궁암 말기면 암이 퍼질대로 퍼져서 허리가 매우 아프다고 합니다. 걸을 수도 없고 누워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선 집으로 오신지 이틀만에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바람을 쐬신다고 나가셨습니다.


그 뒤에도 몇달이나 그렇게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평소와 다름 없는 생활을 지내셨죠.


전 그렇게 쾌유하신지 알았지만 정기 검진 때마다 나아진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지내셨는지..


1년을 아무 일 없이 보내셨습니다. 도저히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분처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가 해외근무를 해 집에 없는 관계로 할머니는 혼자 사는 막내 삼촌과 지내셨는데, 할머니는 매일 아직 노총각으로 있는 막내 삼촌을 걱정하셨습니다.

 

얼마 안 지나 막내 삼촌에게 드디어 배우자가 생겼고 곧 독립하게 되었죠.(하지만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못 했습니다.)


그러자 마자 할머니는 이제 공기 좋은데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하셔서 경기도 구석, 이제는 은퇴한 선교사인 어머니의 지인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위치도 멀지않고 산속이라 공기가 좋아 알맞을 것이라는게 가족의 의견이였죠.

 

문제는 그쪽으로 간 뒤로부터 생겨났습니다.



할머니께서 선교사분 집으로 들어가신지 한 달 뒤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전화의 내용인 즉 이러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할머니께서 새벽만 되면 고함을 지르면서 화를 낸다는 겁니다. 그렇게 새벽 내내 고함을 지르고 나면 아침이 되서 진이 빠져 쓰러지고 다시 오후가 되면 일어나서 산책을 하고 오시고는 또 새벽 내내 고함을 지르면서 화를 내고, 이러는 게 반복된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너무 아프셔서 그러는 거라고 죄송하다는 말과 곧 찾아뵙겠다는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선교사의 답변은 다른 말이였습니다.


처음엔 그 고함이 자기도 너무 아파서 그러시는 거 같아 진통제를 들고 찾아갔는데 방문 앞에서 들리는 말은 그런게 전혀 아니였답니다.


마치 누군가를 쫓아내려는 듯이 화를 내면서 대화를 하시는 거였는데, 대충 


"아직 아니다 이놈아!!" 


"어찌 네놈이 벌써 나를 데려가려 하느냐!" 


"내가 부르거든 오라 하지 않았냐." 이런 식의 호통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울음이 섞인 통곡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도저히 겁이 나서 밤에는 못 들어가겠다고 얘기를 했답니다.


그렇게 새벽이 새고 고함이 멈춰 살짝 문을 열어보면 쓰러져 계셔 놀래서 부축하기를 몇 번, 이제 너무 무서우니 안 될 거 같다는 전화였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큰어머니에게 알렸고 다음 날 큰아버지 가족과 함께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전 그 때 시험기간이라 가지 못했지만 할머니와 대화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막내삼 촌이 너무 불쌍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무슨 이유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늦장가에 돈이 없어 아직 결혼식을 못 올린 삼촌 때문인 거 같다면서 그 날로 바로 형제 가족 모두가 돈을 모아 막내 삼촌의 결혼식을 잡게 되었죠.

 

그 날로부터 딱 이틀 뒤 아침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선교사 부부가 말하기론 그 전날은 아무런 고함이 없이 조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침 날 가 보니 소복을 차려 입고 곱게 누워 주무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깨워 드리려 했더니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고.

 


 

이걸로 우리 할머니 얘기를 줄이겠습니다.

 

사실 작은 에피소드가 몇 개 더 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 와 풀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루리웹 루리웹-2456071792 님(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5480750&bbsId=G005&itemId=145&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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