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특히나 방송사들의 기가 막힌 뉴스 보도 행태를 대하다가
문득, 몇달 전 신문지면에 큼직하게 났던,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KBS의 어떤 광고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해봤습니다.
2013년 12월 12일 신문 광고였네요.
(생각과 달리 찾기가 꽤 힘들었는데, 그나마 겨우 찾은 것도 화질이 이모양이군요. 이해해 주세요.)
(물음표 부분은 제가 살짝 지워봤습니다.)
(사실 3번 항목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도 있었다니, 뜻밖의 발견이네요.)
아마도 보셨던 분들이 꽤 되실 것 같은데,
당시 제가 이 광고를 보고 절말 얼마나 놀랐었던지...
아무튼, 근래 보기드문 수준의 막가파식 코미디라고 느끼며 몹시 기분 나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주 좋은 약속들인데.
위의 물음표 칸에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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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려주면 이런 일들을 할 것이라고 약속을 한 거였죠.
그럼,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이런 일들을 하지 않겠다는 뜻?
설마요. 저는 꽤 너그럽게 주장을 들어주는 편입니다.
설마, '하지 않겠다.'이기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쯤으로 봐주고자 합니다.
즉,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사회적약자, 소수자의 동반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와 통일시대를 준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재난재해방송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세계 수준의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신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서민의 부담 완화에 힘쓰지 않을 수도 있다.
대략 이정도 되겠군요.
그래서 제가 당시 이 광고를 보고
이게 '대국민 10대 약속'인지, '대국민 10대 협박'인지', '대국민 10대 코미디'인지... 헷갈리면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도대체, '수신료가 인상되면~'이라니?
아무리 주장을 하려해도 그렇지 이런 저급한 조건을 달다니. 이런 저급한 표현을 쓰다니.
"KBS에 따르면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면 2014~2018년 연평균 수신료는 9760억원으로
2012년 기준 5851억원보다 3909억원 증가한다.
대신 광고 수익은 6236억원에서 4136억원으로 연평균 2100억원 줄인다는 방침이다."
<머니투데이 / 2014.01.15 >
"즉 수신료 수입은 3909억원이 늘고 광고 수입은 2100억원이 줄어 결과적으로 수입이 1800억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광고 수입 감소액인 2100억원의 산출 근거가 무엇인지, 광고 축소의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선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기자협회 / 2013년 12월 11일>
다시 말해서 KBS 측의 말을 100% 믿어준다고 해도, 결국 지들이 1년에 1809억을 더 받아먹겠다고 떼쓰면서
저런 대국민 10대 코미디를 하고 있으니, 제가 놀랐을 수 밖에요.
** 그런데 수신료 인상의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는가?
당연히 정부.
즉, 정부에서 싸인 한 번만 해주면 1년에 1800억을 '날로' 먹게 되는데, 제가 KBS라도 정부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고도 남겠습니다.
사실 수신료 관련한 지식은 부족해서 인상의 옳고 그름을 정확히 알진 못하겠습니다.
다만, 서두에 말했듯, 요즘의 어처구니 없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몇 달 전의 이 광고가 떠올랐을 뿐입니다.
(한가지 분명한건, 새누리당에서 기필코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란 것. 그건 제가 장담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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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윗글은 일주일 전쯤 타 싸이트에 게시했던 글인데,
아니나다를까 오늘 뉴스 속보에 [KBS수신료 인상안 새누리 날치기 단독상정] 기사가 떳군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X누리당.)
(* 금액의 크기만으로 보자면, 연합뉴스에 혈세 300억 지원하는 건 우습죠. 수신료가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