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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전공자입니다. 5/7 불만제로 도자기 납 검출편을 보고 몇자 적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7618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쁜디끼
추천 : 12
조회수 : 6832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4/05/08 17:24:41
 
 
 
안녕하세요.
도자공예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어제 불만제로 방송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도자기가 건강에 무해하다고 알고 쭉 사용해오셨을 많은 분들이 받았을 충격도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아무래도 그 쪽 전공자다 보니 개인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앞날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장사라기보다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어렵지만 하나하나 정성들여 그릇을 빚는 분들임을 잘 알기에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다소 편향된 내용으로 방영을 한 불만제로 제작진 분들과
이때다 싶어 국산 도자기=납이라는 기사들을 써내려가는 기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한 쪽 의견만 듣고 무조건 도자기를 나쁘게 보시는 분들에게 옳은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입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직접 도자기를 만들었고, 그중 1년은 실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개인 공방에서 일도 도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유약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납이 들어간 유약이 있긴 합니다. 재료학이라는 유약을 만드는 수업시간에 납을 가지고 실험해본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납가루로 실험을 했었는데 모두가 유해한 성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장갑, 마스크 까지 착용 후 가루가 날리지 않게 조심하며, 극소량으로 실험을 했었습니다.
납이 든 유약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닌, 어쨌든 도자기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연구의 한 과정이었으니까요.
실험 이후론 실제로 써본 적은 없습니다.
원료실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납을 쓰기도 힘든 상황이었고요.
또 예전에 유약데이터 관련 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유약사진을 발견하고는 교수님께 이게 무슨 유약이냐 어떻게 만드나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그때 ‘이건 납이 들었으니 식기를 만들 거면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유약을 매번 학생들이 만들어 쓰고, 그 유약을 발라서 만든 그릇을 직접 집에서 쓰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유약을 기계로 섞기도 하지만 그전에 큰 덩어리들은 직접 손으로 으깨면서 섞거든요.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유약을 접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잘 알면서도 누가 납을 넣겠습니까.
방송에서처럼 정말 유약에 납을 사용한다면 스스로 목을 조르는 꼴인데요.
그리고 저도 5년 동안 납이 든 유약은 실험한번, 유약 책을 통해 접한 게 전부 입니다.
그만큼 유약에 있어서 '납'이란 건 보편적이지 않다는 거죠.
하지만 방송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자기라는 단어와 함께 유약, 그리고 '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데 도자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들으면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방송을 보지 않으신, 그저 누군가가 캡쳐한 내용이나 기사만 보신 분들은 꼭 보셔야할 부분이 있는데요.
제작진이 유약을 판매하는 도재상에 취재를 갔다가 만난 도예가 선생님을 인터뷰를 한 부분이에요.
실제로 개인공방을 운영해 도자기 그릇을 판매하시는 분이구요.
납유약을 쓰는 경우가 없는데 도재상에서 자꾸 납유약을 찾으니 선생님도 이상하게 생각하시고 인터뷰에 응했다고 합니다.
기사나 카페, 블로그등을 보니 납이 검출되었다는 부분만 캡쳐되서 올라와있더군요. 도예가선생님과의 인터뷰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구요..
적은 분량이지만 사실은 이 부분이 소비자들의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직접 캡쳐 해봤습니다.
 
 
 
 
 
 
140507.jpg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개인공방의 도자기그릇들은 납성분이 없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입니다.
납유약을 쓰고 있었다면 5년동안이나 유약을 손으로 만져왔던 저부터 이상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만약 방송에서, 단순히 ‘개인공방은 납성분 유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아주 잠깐의 언급에서 그치지 않고, 검출실험을 할 때 다양한 공방의 그릇까지 함께 분석해주셨다면 소비자들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부분은 재껴두고 그저 도자기를 대표하는 한 기업체의 유약에서 납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가며, 마치 우리나라의 도자기는 문제가 있다는 듯이 방송하는 게 과연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해야할 방송사의 태도로 맞는 걸까요.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도자기는 큰 기업에서 기계로 생산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개인 공방에서 직접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많습니다.(리빙페어나 도자기축제장만 가봐도 다양한 종류의 그릇들을 볼 수 있어요.)
이 방송으로 인해 국내의 모든 도예가들에게 타격이 가지 않을까 착잡한 마음입니다...
 
길지만 끝까지 저의 말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제 글이 여러분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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