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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기괴하리만치 거대한 거울
게시물ID : panic_79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석민쨩♡(웃음)
추천 : 10
조회수 : 426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5/15 00:40:4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kwhd
 
 
 
"오빠 학생회관에 귀신 있대"
대학생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모든 사건이 지나간 이제는 그 때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이 많이 후회가 되네요.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다니던 학교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학교는 산의 뿌리 부분과 맞닿아 있어 상당히 가파른 경사를 자랑합니다. 산 맨 아래 부분에 교문이 있고 그 위로 한참 위에 학생 회관 등이 위치한 구조에요. 산은 지역에서 꽤 유명해 사시사철 축제도 자주 열리고 평일에도 교문을 통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저녁 무렵에는 산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후문에서 구슬피 울어대던 케로베로스들조차 저녁이 되면 입을 닫고 자기네 집으로 숨어 들어갔어요.
 
그래요.
저녁 무렵의 그 산은 굉장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무엇보다 섬뜩한 사실은 그 산에서 연쇄 살인마인 ㅇㅇㅊ이 희생자를 토막내 매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소 규모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덤이 많았어요. 무슨 느낌인지 아세요? 길 양 옆의 꽃들을 헤치고 나면 마치 죽음이 기다리듯 무덤들이 저를 반겼습니다. 그래서 낮에 산에 오르내리며 데이트를 즐기는 CC들은 길을 벗어나 모험(?)을 하길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산의 가장 하부 부분에 바로 문제의 학생 회관이 있었습니다.
 
산의 가장 낮은 부분엔 교문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마치 보여주기 식이라는 듯 교문과 교문에 인접한 건물들은 휘황 찬란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문을 지나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갈수록 낙후된 건물들과 마주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학생회관은 폐교 뺨칠 정도로 시설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회관에 문제의 그 거울이 있었습니다.
 
2층은 학생회와 예비군 대대가 머무르는 공간이었고 3층은 동아리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3층 동아리 구간에 들어서기 전에 만나게 되는 것이 거울입니다. 3층은 4층(교수님들이 밤을 새고 주무시는 공간)과 층 구분 없이 합쳐져 있어 꽤 높은 천장을 자랑했습니다. 근데 이 거대한 거울은 그 높은 천장과 맞닿아 있을 정도로 거대했어요. 한 면이 모두 거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댄스나 힙합 동아리 학생들이 그 앞에서 춤을 추며 연습을 했어요. 1학년 때는 기묘하리만치 거대한 이 거울이 신기해 앞에 서서 천장을 올려보곤 했지만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 느낌 아세요? 거울에 바짝 다가서면 그 거대한 거울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느낌이 착각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때는 12월 겨울이었습니다. 기말 고사를 준비하며 새벽 2시까지 공부하던 저는 도서관 내 소파가 다른 좀비들로 인해 가득 찬 것을 발견하고 24시간 개방하는 학생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살짝 들었지만 피곤함이 이 모든 감각을 이겨내게 만들었어요. 동아리 방 소파에 몸을 쭉 뻗고 히터 틀고 자면 그 만한 천국이 따로 없거든요. 학생회관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파란색 조명이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언제나 봐왔던 조명이었지만 그 날이 날이었던 만큼 더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래도 애써 감각을 억누르며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습니다.
 
온 몸이 무언가에 의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며 오르는 길이었지만 '도망쳐' 누군가 제 안에서 속삭이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올라 갔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그리고 2층에서 3층으로. 그리고 마침내 동아리방 구간으로 들어서기 전 문제의 그 거울 앞에서 저는 '그 것'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공포 앞에서 소리지르고 울고 날뛰는 사람들을 봐왔지만 진정한 공포 앞에서 저는 주저 앉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습니다. 꼬리뼈부터 번개가 쳐올랐고 두 눈은 하얘졌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친 듯이 학생 회관을 빠져 나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것을 느꼈지만 도저히 도망치는 것을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본 그 주인공이 저를 낚아챌까 겁이 났습니다. 그 날 저는 버스 타는 곳의 벤치 위에 앉아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자란 아저씨와 함께 첫 차를 기다렸습니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습니다.
 
기말 고사 준비 기간이 끝나고 해당 고사 진행 도중에 거울이 철거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한 남학생이 그 거울 앞에서 실신했기 때문입니다. 따로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 달라며 요구하는 동아리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수긍했습니다. 그 악마의 거울은 사라져야 마땅했으니까요.
 
저는 천천히 그 날의 악몽을 떠올렸습니다.
한 여자가 거울 앞에 바짝 얼굴을 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띄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뻥 뚫려 있었고 천장에 발을 붙인 상태였어요. 머리는 풀어헤쳐진 상태로 바닥을 향해 있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더 자세하게 쓰기조차 겁나네요.
 
결국 거울은 사라졌습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요?
혹시 모르죠, 오늘 당신의 거울 앞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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