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둔 지난달 15일 젊은층이 즐겨 찾는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에 아이디 밀크대오(29)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선물을 대신 수령하는 경비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드리려 한다”고 했다. 원래 자신들의 업무가 아닌데도 입주민들의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경비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선물을 전하자는 제안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경비원 선물 이벤트’는 조회수가 많아야 올라가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실렸다. 유아용 교구 제작·판매회사 ‘크래들코리아’에 다니는 아이디 마나치(27)는 밀크대오의 제안을 회사 사장인 최성민 대표에게 전했다. 최 대표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환경을 생각해 공기청정기(사진) 100여대를 후원하기로 했다. 다른 회원들은 핫팩 등을 후원했다. 밀크대오는 회원들로부터 선물을 전달할 아파트 단지들을 추천받았다. ‘배달 작전’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달 24일과 29일에 펼쳐졌다. 크래들코리아에서 차량을 후원받아 밀크대오와 마나치 등 회원 3명이 수도권 아파트 단지 8곳에 100여대의 공기청정기와 핫팩, 오유 회원들이 경비노동자들에게 쓴 편지를 배달했다. 경비노동자가 분신해 숨진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도 30여개의 선물을 전했다. 서울 상계동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화룡(57)씨도 선물을 받았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 믿어지지 않았다”며 감사편지를 써 새해 첫날 딸을 통해 오유 게시판에 올렸다. 이씨는 5일 “경비실이 화장실과 붙어 있고 지하에서 습한 공기가 올라와 내부 공기가 너무 안 좋았는데 공기청정기 선물에 동료들 모두가 좋아한다. 생각해주는 마음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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