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각 안산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추모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미안하고 또 고마운 일이지만,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당선 직후부터 줄곧 서울 촛불집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권 당시도, 또 국정원대선개입 및 간첩단조작과 관련해서도 무엇하나 이뤄낸 것, 바뀐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일어나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저항과 시위를 보면서
이번만은 지난 시절 촛불집회처럼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걱정뿐입니다.
300여 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이 정부에 의해 죽어간 이번 사건은 절대로 지난 시위처럼 흐지부지되거나 실패해선 안 됩니다.
그것은 죽어간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의 생명과도 직접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수년간의 시위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시위는 그 나라 혹은 그 시대 정부(혹은 권력)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민주주의 아래에서 국민은 어떠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촛불시위라는 형태의 시위, 같이 어울려 춤을 추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시위, 더이상 시위가 아닌 한 판 축제와도 같았던 시위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위는 김대중, 노무현 같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권력을 위한 시위형태입니다.
그런 시위로 이명박 같은 수구독재정권에 맞섰으니 그 소릴 들어줄 리 없었으며, 들어줄 이유 또한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지난 시위들은 실패했습니다.
박근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 시간 안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저 촛불집회... 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든 요구를 하는 건 무리입니다.
저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참여해 주니,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저와 같은 다양한 계층의 분노와 의사표현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하여야 합니다.
광화문 촛불집회도 꾸준히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병행에 꼭 하나 지금 이 시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직화된 대학생들의 시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각지에서 대학생들은 다양한 형태로 의사표현을 하며 각자 시위에 참여하고 있을 겁니다.
그 흩어져 있는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뭉쳐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그것이 박근혜와 같은 독재추종, 독재잔존세력이 가장 두려워 하는 시위이고 저항입니다.
어느 대학이 되든, 어느 총학생회장이 되든, 한대련 의장이 되든 누구하나 앞장서, 전국의 총학생회장들을 모으고 연대해 조직적으로 거리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은 오직 대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지금은 그래야 하는 때입니다.
저 안산의 청소년들을 보십시오...
국가의 위기앞에
죽어가는 어린 학생들의 희생앞에
거국적 국민투쟁과 병행한 전국 대학생여러분의 조직적 저항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