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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로써 안전한 도자기를 고르는 법
게시물ID : freeboard_7620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모해리이프
추천 : 18
조회수 : 59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5/10 01:46:24
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도자공예과를 졸업했습니다.
 
이번 mbc 불만제로 사태 이후
막연하게 불안해하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카톡을 보고
그나마 안전하게 식기용 도자기를 고르는 방법을 공유하는게 좋겠다 생각되어 글을 써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 아이 있는 분들이 더 신경쓰시는 듯 하더군요^^;
 
 
도자기에 대한 이해 없이 "이런저런 도자기를 고르면 안전해요" 라고 쓰는건
결국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글 읽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최대한 쉽게 써보려고 합니다.
글재주가 없어 재미없는 글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해볼게요 ㅠ
 
 
 
 
 
 
 
 
 
 
 
 
먼저, 식기로써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재질은 무엇일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로 유리 입니다.
 
어떤 첨가물도, 중금속도 섞일 위험이 없고 검출될 이유도 없는 재질이 바로 유리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깨지기 쉽다는 점,
열에 약한 유리는 함부로 레인지에 넣지도 못하고
잘 깨지지 않는 유리는 비싸다는 점(유리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깨지면 상당히 위험하다는 점...
 
등이 있겠죠^^;
 
 
 
 
 
 
 
 
 
 
그럼, 그 다음으로 안전한 재질은?
 
도자기입니다.
 
아니, '정상적인 식기용 유약만을 사용하여 고온에서 구웠다' 는 전제하에
유리와 동등하게 안전한 재질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왤까요 ㅎㅎ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도자기가 안전한 식기용 재질인 이유
 
 
그건 바로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워내기 때문입니다.
 
 
유리의 구성성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규석(SiO2) 입니다.
 
bandicam 2014-05-09 22-24-36-928.jpg
 
(뽀얗고 예쁜 너란 규석....)
 
 
 
 
 
그리고 이 규석은, 도자기에 입히는 유약 원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유약은 걍 이런저런 돌가루에 물 탄거예요 ㅎㅎ)
 
 즉,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도자기는
 
"흙을 굽긴 굽는데 겉에 유약을 발라 매우 고온에서 구우니 겉에 유약이 녹아버려서 유리질이 되어 구워진 흙 표면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상태"
입니다. ^^; (왠지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고...)
한마디로 구운흙에 유리질코팅이 된 상태 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고온의 기준은 1250도를 말합니다.
규석의 일반적인 녹는점은 1400도 이상이나, 그대로 도자기에 사용하면 유약으로써 기능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붙어있지 않고 깨져버렷...!
 
 
도자기 흙이랑 규석은 엄연히 다른 물질이잖아요. 그걸
 
1. 흙에 유리질이 얌전히 붙어있게 하기 위해
2. 녹는점을 낮추기 위해
 
규석 외의 다른 가루들을 잘 배합해서 넣습니다.
그것은 광물이 될 수도 있고, 금속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식기로 사용하는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1250도의 고온에서 굽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시판되는 모든 유약들은 한국요업원에서 검사하게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최근 문제된 납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납은 굉장히 무른 금속이고 녹는점도 매우 낮습니다.
400도도 안됩니다.
그런 납을 정상적으로 1250도의 고온에서 구워질 유약에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1250도가 얼마나 높은 온도냐 하면,
돌아가신 분 화장할 때 올리는 가마 온도도 저거보다 낮습니다.
 
학부생일 때 여러 유약을 실험했고,
과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유약(식기로도 사용 가능한 유약)
을 당번으로 돌아가며 여러번 만들어보았지만
고온용 유약에 납이 들어가는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정상적인 고온용 유약을 사용해서 구운 도자기식기는 유리식기와 동등하게 안전합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그럼 문제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바로 저온에서 도자기를 굽는 경우 입니다.
저온에서 굽는 경우는 두가지.
 
 
1. 도자기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저온에서 굽는다.
 
단순히 장식용으로 만드는 인형이나 악세사리의 경우 저화도에 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식기용 도자기에 비해 도자기 자체의 강도가 많이 낮아집니다
손으로도 부러뜨릴 정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2. 고온으로 고운 후, 장식을 위해 저온에 한번 더 굽는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입히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유약바르기 전에 돌가루 섞인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유약을 발라서 굽거나,
고온으로 완성된 도자기에 다시한번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저온에서 굽거나..
 
선택은 만드는 사람의 몫이지만 전자의 경우 아름다운 색을 내기 굉장히 힘들고 예측이 힘듭니다.
그만큼 쓸 수 있는 색도, 사용할 수 있는 유약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도자기에 아름다운 무늬나 색을 넣는 경우는
대부분이 후자입니다.
 
 
도자기 컵에 글씨나 사진을 넣는 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수로 사는 도자기에 그려진 화려한 꽃무늬 역시 대부분 이 기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말씀드릴 점은,
"아름다운 색을 내되 식기로도 사용 가능한 안료"
는 당연히 비쌉니다 -_-
(좋은 예로 독일 던컨 사의 식기용 유약 및 안료가 있습니다
학부생일 때 제 등골 브레이커 헠허커허어ㅇ)
 
 
 
그래서 선명하고 예쁜 색을 내는 안료의 경우,
굳이 납이 아니더라도 인체에 유해한 광물이나 금속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식기로써 사용을 금지합니다.
 
 
 
 
 
 
 
 
이제 재미없는(...) 이론설명이 끝났네요.
만약 여기까지 제대로 이해하셨다면, 대강 어떤 도자기를 골라야 할 지 감이 오실겁니다.
 
 
 
 
 
 
 
1. 한 도자기에 다양한 색이 화려하게 들어간 도자기는 가능하면 피합시다.
 
 
bandicam 2014-05-09 23-48-04-216.jpg
 
 
구글에 "장식용 접시" 라고 치면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너무 다양한 색이 선명하게 들어간 식기는 의심하고 보는게 좋아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을 구현하기 위해
그게 전사든 안료든 유해한 광물이나 금속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전 유아용 캐릭터 도자기 식기를 경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유리식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렴한 유리컵이나 식기에 화려하게 그림이 전사(프린트) 되어있으면
일단 의심하시는게 좋습니다.
 
 
 
 
슬프게도 독일이나 미국등에서 만들어지는 식기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엄청나게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유약을 샘플로 구워낸걸 시편이라고 하는데,
bandicam 2014-05-09 23-55-16-430.jpg
 
 
식기용과 그렇지 않은것을 시편부터 구분하는 정도입니다.
그릇 모양이 있는 시편이 식기용이예요.
(위 샘플은 독일의 던컨 유약 시편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그림이나 무늬가 유약의 밑에 있는경우. 즉, 그림을 그린 후 유약을 발라 고온에서 구운 경우는 괜찮습니다.
안료에 뭐가 들어갔든 그 위를 유약의 유리질 층이 덮고있거든요.
이 경우는 표면을 보시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림이 있음에도 표면이 유리질로 덮여 매끈하니까요.
 
하지만 역시 이 경우 색 자체가 선명하고 화려하기 어렵습니다 'ㅅ'a
 
 
여담이지만 청색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백자는 정말 안전합니다 ㅎㅎ
고화도를 견뎌내며 화려한 발색이 되는 안료니까요.
 
bandicam 2014-05-10 00-05-29-120.jpg
 
이런 청화백자는 영국이나 중국 도자기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헿
음식이 닿는 부분에 그림이 있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2. 백자라도 의심되면 빛 투과율을 봅시다.
 
일반적으로 식기는 백자를 사용하죠.
하얀 백자야말로 흙에 아무런 잡물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 증거로 청자는 흙 자체가 다릅니다. 광물이 풍부하게 들어가있죠. 특히 철이요 ㅎㅎ
같은 유약을 사용해도 청자 흙 안에는 잡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색이 다른겁니다.
그래서 백자는 색이 일정하나 청자는 흙을 캔(?) 지역에 따라 색도 다 다릅니다.
식기로 백자가 가장 이상적인 이유입니다.
 
여튼
도자기는 흙을 구운 녀석이지만, 1250도의 고온에 들어갔다 나오면
녀석은 전혀 다른 물질이 되어버립니다.
 
일반적으로 식기를 만드는데, 특히나 손으로 빚지 않고 기계로 찍어내는 식기의 경우
무게때문에라도 일정 이상 얇게 만듭니다. 그리고 두껍게 만들면 불 속에서 오히려 뒤틀리고 금이 가고 깨져요.
 
흙이란 놈은 원래 빛을 투과하지 않으나 고온에 구운 백자는 다릅니다.
형광등 밑에서 그 뒤에 손가락을 대면 손이 비치는게 정상입니다.
 
 
 
 
비교를 위해 이 식기를 봅시다
 
 
KakaoTalk_20140510_003641851.jpg
 
왼쪽은 제가 혼수 중 하나로 산 고가의 찻잔입니다.
오른쪽은 지나가다 천원샵에서 산 싸구려 술잔입니다.
 
얇기는 당연히 오른쪽이 더 얇습니다.
 
이 녀석들을 형광등에 대봅시다.
 
 
 
KakaoTalk_20140510_001617553.jpg
KakaoTalk_20140510_001617990.jpg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더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찻잔은 잔 뒤의 제 손가락 그림자까지 비치고 있습니다.
빛이 투과되기 때문이죠.
 
반대로 싸구려 술잔은 두께자체는 더 얇은데도 불구하고 빛이 전혀 투과가 안되네요..
바닥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걍 바닥이 보이는거지 빛이 통과한게 아닙니다.
 
 
 
 
저게 무슨말이냐면요,
제대로 고온에 굽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1250도까지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흙의 성분도 그만큼 덜 변한것입니다.
하지만 유약은 분명히 발려있고요 광택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화도용 투명 유약을 사용했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우입니다만...
저화도용 유약중에 납이 들어간 것이 있습니다 -_-;
저화도 유약 주제에 구우면 광택도 좋아요 ㅎ
납은 녹는점이 낮다는 사실.. 당연히 납이 들어간 유약 역시 7~800도 정도로 굽습니다.
 
 
 
이러면 뭐가 좋으냐..
 
1. 쉽게 반짝반짝 좋은 광택을 얻을 수 있고요,
2. 저온에 구우니 불속에서 도자기가 뒤틀릴 확률이 낮아져 불량률도 낮출 수 있습니다.
고온일수록 불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깨지거나 튀틀릴 확률이 높습니다.
3. 불을 저온에 덜 때도 되니 연료도 아끼고 원가 절감이 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ㅎㄱ도자기가
이 경우가 아니길 빕니다... 제발요..
만약에... 아주만약에라도
식기에 이 방법을 썼다면.....
전..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3. 멋드러지게 크랙이 있는 찻잔은 멋지게 out
 
이건 엄밀히 따지면 식기라기보다는
전통찻집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잔이나 다기 문제입니다.
 
1441436_612221045509586_633132877_n.jpg
 
왼쪽에 멋드러진 잔과 오른쪽에 이쁜 다기가 보이십니까?
아는 동생이 찻집 갔다가 올린 사진인데 기겁했습니다 ㅎㅎㅎ;
 
참 멋지죠. 하지만 저건 유리질 표면에 금이 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멋있는 무늬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왼쪽의 선명한 무늬는 처음 가마에서 구워져 나왔을 땐 오른쪽의 다기의 크랙과 같은 상태였을 겁니다.
 
 
그런고로 저 멋들어져보이는 크랙 사이의 무늬는 죄다 고대의 차찌꺼기 및 그걸마신 사람의 타액이라던가 물때나 곰팡이가 껴있는거고 박박닦아봐야 절대 깨끗해지지 않기 때문에 안쓰는게 상책
 
 
입니다. -_-
 
사실 뭐 저걸로 차 마신다고 죽거나 몸에 쌓이는건 아닌데..
기분나쁘잖아요 (...)
영영 닦이지 않고 쌓이는 멋진 모양의 찌꺼기라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면 몰라도,
식기로써는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_-)~
 
아마 저 찻잔에 차가 아니라 김치를 담아서 먹었으면 무늬가 빨간색이었을걸요? ㅎㅎㅎ
 
 
 
 
 
4. 유약 표면에 크랙(그물무늬)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자는 OK
 
 
청자는 고화도에서 굽는 도자기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비취색 청자는 1250도에 굽습니다.
이물질이 배어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청자는 상대적으로 기계로 찍어내기 힘듭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식기에 비해 꽤 무거울겁니다^^;
식기로써는 하얀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이기도 할 거예요
상대적으로 대량생산이 힘듭니다.
 
그리고 요새는 유약에 청자빛을 띄는 안료를 넣어
저화도에서 예쁘게 구워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으니
유사품에 주의하시길(...)
뭐.. 이런 경우는 청자 특유의 깊은 색이 안나긴 합니다만 ㅎㅎ;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비취색, 청색만이 청자는 아닙니다.
 
bandicam 2014-05-10 01-26-56-694.jpg
 
이런 누리끼리한 색도 청자예요.
 
하얀 무늬는 흰색 화장토를 칠했다고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들 아시는 고려청자에 학무늬를 넣는데 쓰는 흙 같은거요 ㅎㅎ
 
 
참고로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린이용 찰흙으로 뭔가 만들어서
그걸 구우면 그것도 청자가 됩니다 훟훟
빛깔은 별로 안이쁘겠지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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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쓰고보니 벌써 시간이 새벽이네요.
제가 아는 전공지식 내에서 최대한 정확한 것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몇분이나 보실진 모르겠지만 도움이 됬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점 있으면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 드릴게요.
그리고 가능하면 개인 공방 식기들에도 관심 가져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걸로 먹고 살고 있지만,
열정있는 선후배, 동기들은 개인 공방을 차려서 자부심을 가지며 열심히 작업하고 계십니다.
 
디자인도 퀄리티도 절대 대기업 물건에 뒤지지 않는데
아직까진 그리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공방 하시는 분들은 자기 작업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라도
그리고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기를 만드는데 위험한 도료와 유약을 사용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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