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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주의, 노잼주의) 끝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게시물ID : panic_79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나나커피
추천 : 3
조회수 : 210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5/18 11:12:48
어릴 때 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꿈을 꿔왔는데, 일년에 한 두번 씩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무서운 꿈을 꿉니다.
납치를 당한다든가 좀비나 괴물이나 호랑이에 쫓기는 등의 꿈을 꾸다 잠에서 깨면 
머리 끝 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면서 절로 '휴..살았다."하게 됩니다. 

이런 꿈은 또 잘 잊혀지지도 않아서 6살, 7살때 꿨던 무서운 꿈을 20년이 지나서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꿈 내용은 지금봐선 웃음나고 귀여울 정도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감은 아직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네요.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어제 꾼 꿈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내용은 별로 길지 않습니다.




백화점에서 장을 보고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열림버튼을 누른채로 부모님을 기다리려는데 문이 저절로 닫히는 겁니다. 
"어? 왜이러지??"
급하게 열림버튼을 눌렀으나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층수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느끼던 속도와는 다른 속도감에 겁을 먹었지만 애써 '밑에서 누가 눌렀나보구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엘리베이터 문위에 뜨는 층수가 -4층 -3층 -B27층 -107층 -mㅡ어4 -__3_8qf 하는식으로 말도 안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저는 '괜찮아 저 화면만 이상한거야..괜찮아 괜찮아.."하며 바들바들 떠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층수를 누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엘리베이터 벽의 손잡이만 붙잡고 멈추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습니다. 
제가 탔던 그 층에서 멈췄는지 문앞에는 부모님이 서계셨습니다. 
부모님이 놀라실까봐 애써 침착하게 "엄마, 아빠 이거 엘리베이터 이상해.."하며 내리려고 하자 
아빠가 뭐가 이상하냐며 괜찮다고 엘리베이터에 타셨습니다. 
아빠를 두고 내리면 안될거같아 내리지 못하고 열림버튼만 누르고 서있자 
엄마가 갑자기 살게 생각났다며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하며 가시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빠랑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빠랑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엘리베이터는 점점 가속도가 붙으면서 내려가는게 아니라 떨어지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벽에 꼭 붙어 겁에 질린채로 "아빠 엘리베이터가 이상해..."하자 아빠도 약간 걱정하는 말투로 "그러게 이상하네.."하셨습니다. 
문위의 화면은 이미 층수를 나타내지 못하고 빠르게 숫자만 바뀌고 있었고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떨어졌습니다. 
아빠가 엘리베이터를 멈춰보려고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울면서 아빠한테 "내가 타지 말자고 했잖아 어떡해.."라고 했고 
아빠도 겁을 먹은 표정었지만 저때문에 내색을 못하고 괜찮다고 달래주었습니다.
아빠한테 안겨서 이젠 죽었구나.. 하며 눈을 꼭 감고 이 지긋지긋한 추락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건 귀신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는 없지만 닥치는 대로 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주기도문을 외우며 하나님도 찾아보고 부처님도 찾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 어떡하냐면서 아빠를 붙잡고 울고있는데 

갑자기 제가 문에다 대고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며 귀신을 상대로 욕을 하는데 정확히 무슨말을 하는지 저스스로가 알아들을 수 는 없었지만 
장난치지말고 꺼지라는 내용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아빠는 깜짝놀라 왜그러냐고 저를 잡고 흔들었지만 저는 멈추지 않고 욕을 쏟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욕을 쏟아내고 나자 거짓말처럼 엘리베이터는 -띵! 하는 소리와 함께 1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아빠 손을 잡고 부랴부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탈까봐 전화를 거는데 그사이 아빠가 없어졌습니다. 
깜짝놀라 백화점 1층의 광장과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한참 아빠를 찾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아오는데 
아빠가 있길래 안도하며 "아빠!!"하며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며 소름이 끼쳤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아빠는 갑자기 제 팔을 잡아 끌며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습니다. 
저는 깜짝놀라 바닥에 주저앉다시피 하며 왜그러냐고 싫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빠 왜그래!! 싫다고!! 저 엘리베이터 귀신들렸잖아!!!" 하고 소리를 지르다 
나중에는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아빠는 아무 표정없이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저는 아빠의 얼굴을 보며 우리 아빠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화를낼때를 제외하고는 늘 웃는 표정으로만 저를 대했기 때문이죠. 
'아빠가 아니고 귀신이구나!' 하고 알아채고는 어떻게든 끌려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저는 비명을 지르며 엘리베이터 반대쪽으로 아빠를 끌고 걸어가려 발버둥을 치다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평소 잠에서 깨면 6시50분이나 7시넘어서였는데 깨어나보니 5시 였습니다. 
엄마가 오늘따라 일찍 잠에서 깨 돌아다니는 소리에 깬 것 같습니다. 
엄마가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서 인기척을 내지 않았더라면, 저는 끝내 그 엘리베이터를 다시 탔겠죠.



매번 꾸던 무서운 꿈은 제가 무서워 하는 대상이 형체화 되어있어서 그걸 피해 도망다니는게 꿈의 주된 내용이었는데 
이번엔 어쩐지 보이지 않는 대상을 무서워 하느라 힘들었네요. 
써놓고 보니 무섭지 않은데 끝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의 공포감을 떨쳐내고자 이렇게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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