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번 무상급식에 관한 글을 써올렸었고, 이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이 전면적인 이슈로 부상되고 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의무교육을 보다 완전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전면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꽤나 의미가 있는 일이며 이념을 초월한 본질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부각되자 마자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진영에서는 바로 "부자급식"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오며 무상급식 주장하면 전교조 빨갱이 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레이코프라는 미국 정치학자가 제기해서 유명해진 프레임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실제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이름붙이기가 정치계에서 어떤 효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의미심장한 분석이었죠.
예를 들어, 사회복지를 축소하며 부유층에게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을 "감세정책"이라는 말 대신에 "세금구제"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뭔가를 줄인다는 말의 부정적인 의미를 "구제"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포장을 하는 것입니다. 또 대기오염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맑은 하늘 법안"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명명법의 대중적 파급효과는 엄청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이런 정책은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을 파헤쳐서 과연 생태계가 복구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망치는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점을 따지고 들어 논쟁을 벌여봤자, 이미 별로 관심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게 실제로 4대강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겁니다.
또한 종부세등을 도입해서 세금 누진제를 좀더 강화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반대론자들에 의해 "세금폭탄"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이 정도로 어떤 구체적인 사안을 도입하고자 할 때 그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무상급식에 관한 사회적 논쟁에서도 반대자들은 이미 "부자급식"이라는 이름을 개발해 들이밀고 있습니다. 일부 저소득층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급식비 지원은 "서민급식"이고, 의무교육의 관점에서 전면시행되어야 하는 새로운 급식정책이 겨우 부자들만을 위한 급식이라는 선입관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명명법이죠.
그런 행동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대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런 감성적이고 마케팅적인 차원의 접근 없이는 다수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여지껏 야권에서 추진했던 상당수의 훌륭한 정책들이 이런 기술적인 차원의 접근이 부족해서 묻혀 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번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그 정책에 담긴 좋은 점들은 순간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도록 붙여진 좋은 이름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전면무상급식의 본질적인 측면은 대략 이렇습니다.
-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교육정책의 일환이라는 점 -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빈부의 격차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덜어준다는 점 - 제대로 길러진 국산 유기농 먹거리를 급식할 수 있게 된다는 점 - 우리 사회가 그 구성원의 자녀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끼 정도는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 -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은 우리 어른들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점
이런 점들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우리말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유인 여러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 참고로.. 무상급식이라는 명칭은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무상이라는 말은 무슨 공짜를 바라는 심리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무상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내는 세금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급식이라는 표현 조차도 구태의연하고 무슨 전쟁때 식량배급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가급적이면 순우리말 이름이었으면 좋겠고, 거기에 더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의미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무상급식이라는 이름에는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