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쟁, 그 속살을 까발린다.
세월호 사태가 KBS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교통사고 사망자들에 비유하는 말로 분란을 일으킨 김시곤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김시곤은 이명박 정권에서 권력 딸랑이 짓을 많이 하여 벼락출세로 KBS보도국장까지 꿰찼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무소불위였고 안하무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 때문에 KBS전체가 욕을 먹고 간부들이 분향소에서 내쫓김을 당했어도 버틸 수 있었고, 유족들이 분노하여 KBS를 방문했어도 뻔뻔하게 변명으로 버틸 수 있었다.
최소한 자신의 목을 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길환영 KBS사장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워 KBS사장이라는 열매를 땄으므로
이 정권이 온존할 때까지 누구도 자기를 건드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구나 KBS사장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법 좋아하는 이 정권이 자기를 내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식을 물속에 두고 가슴에 묻은 유족들의 항의 방문에도 ‘퇴근’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외면할 수 있었다.
권력 딸랑이들이 가진 전형적 스타일이다.
남이 어떤 슬픔과 아픔을 당해도 자기만 좋으면 그만인 사람들...그래서 그들은 부도덕하거나 불의한 권력이라도 자기만 좋은 세상이라면 얼마든지 충성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엔 친일이 부끄럽지 않고, 미군정이 들어오니 친미가 목숨줄이었다. 이승만 독재도 박정희 독재도 전두환 독재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충성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그 정권에 충성하면서 반대자들을 종북으로 몰아도 부끄럽지 않았다.
이들은 세월호 사태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창졸간에 일어난 대형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이 사고도 어느 정도 지나가면 국민 정서가 ‘이제 그만 좀 하지’가 될 것으로 보았다. 제발 빨리 월드컵이라도 좀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도 했다. 그것이 아나운서들에게 상복 같은 검은 옷 착용을 금지시켰고, 희생자를 안전사고라는 이유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유하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언제나 자신들이 예상하는 곳으로 흘러가란 법은 없다. 전혀 예상치 않은 사태가 일어나 엉뚱한 세상이 오기도 한다.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다 최루탄을 눈에 맞아 죽은 열아홉 청년 김주열의 시신은 마산 앞바다에서 떠올랐다.
이렇게 떠오른 시신은 끝내 이기붕 일가를 권총자살로 몰았고, 이승만을 망명지로 내몰았다.
남영동 대공분실 물속에서 목숨을 잃은 박종철과 연세대 정문에서 최루탄에 목숨을 잃은 이한열은 전두환을 백담사로 내몰았고 나중에 전두환 노태우를 사형수와 무기수로 만들었다.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시신으로 가족품에 안기는 300여명의 희생자들은 과연 누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시곤을 필두로 몇 명의 목만 잘리게 하는 것으로 종료될 것인지, 아니면 1960년과 1987년의 격변으로 몰아갈 것인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격변에 대한 감을 잡은 권력 핵심부가 가장 먼저 김시곤의 목을 잘랐다. 하지만 이는 권력 핵심부가 한 일이 아니다. 여기엔 기막힌 함수가 있다. 그것은 돈이다. 돈과 권력이다. 지금부터 그 내막을 파헤친다. 참고로 말하지만 이 글은 조금 길다.
개국 3년차가 된 종편 4사는 지금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다.
2011년 12월 출범한 종편 4사는 개국 첫해부터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기자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만 MBN 230억 원, TV조선 163억 원, 채널A 3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JTBC는 1000억 원 이상 적자일 것으로 다들 예상한다. 개국한 2011년과 2012년의 적자와 합하면 현재 종편 4사가 안고 있는 누적적자는 최소한 각사 공히 수천 억 원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애초 종편들이 출범하면서 예측했던 광고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광고매출을 올린 것 때문이다. 특히 조잡한 기획물, 편파적인 보도, 허술한 예능, 저비용 드라마 등이 시청자들을 흡인하지 못해 광고주가 외면했으며 그나마 수주된 광고도 덤핑가였다.
종편이 출범하기 전인 2011년 9월 당시 방통위와 종편설립 찬성자들은 종편4사의 연간 광고매출액 예측 치로 6000억 원(전체 광고 매출액의 6.05%)정도 잡았었다. 그러나 실제는 2012년 종편4사 전체가 올린 광고 매출액은 1700억 원 정도이고 2013년은 2200억 원 정도였다. 개국 3년차 임에도 예측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전문가들은 이 예측치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즉 각종 광고연감 및 광고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TV 플랫폼의 전체 광고매출 비중은 감소추세에 있어 TV광고의 매출신장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종편 4사의 출범은 무리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은 종편을 4사나 선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에 야당이나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이 유리한 언론구도를 만들기 위해 무리했지만 이는 실제 광고시장 형편으로 볼 때 종편 4사 채널이 모두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었다.
그래도 이명박 정권은 이런 지적을 무시하고 조중동매 중 하나라도 떨어지면 적이 될 것이므로 4사에게 모두 방송국을 하나씩 안겨줬고,
지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이들 4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KBS수신료 인상안이란 함수가 있다.
KBS는 현재 월 2500원인 KBS 수신료가 4000원으로 오르면 수신료 인상분만큼 광고를 축소한다고 방통위에 보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KBS 이사회를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의 골격은 수신료 2500원→4000원 인상, 광고 2100억 원 축소다.
방통위는 이 안을 여당 추천 이사 7명(전체 11명)만 참석해 의결했다. 그리고 이렇게 의결된 안은 국회로 넘어왔다.
이제 이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 국민들은 싫으나 좋으나 지금까지 1년에 30,000원을 내던 수신료를 가구당 매월 1500원을 더해 연간 18,000원이 늘어난 48,000원을 KBS에 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 돈을 거둔 쪽은 KBS지만 전혀 보지도 않는 종편채널로 이 돈이 간다.
KBS에서 줄어 든 2100억 원의 광고비가 종편 4사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 수신료 인상안은 결국 유선에 가입할 수 없는 시골의 노인들까지 모든 가구가 종편채널을 먹여 살리는데 연간 18,000원 정도를 더 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3년 종편4사 전체 매출액 2200억 원에 버금가는 2100억 원의 광고시장이 종편에게는 생긴다.
이 때문에 지금 종편 4사는 KBS수신료 인상안 통과에 사운을 걸고 있다.
겉으로는 KBS가 사운을 건 것 같으나 내심은 종편 4사가 사운을 걸고 있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새누리당 의원들만으로 인상안을 상정한 문방위 한선교 위원장의 무리수가 나온 이유다.
자, 상황이 이런데 이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져버렸다.
국민여론은 급격하게 반정부로 흘렀으며 특히 이를 부추긴 곳이 KBS 등 공영방송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심지어 사고 현장이나 유족들이 있는 곳에서 KBS MBC 등 공영방송 카메라는 쫓겨나기 일쑤였다.
말을 안 들으면 카메라를 부수거나 심한 욕설도 다반사였다.
이에 끝내는 현장취재를 담당하는 KBS 막내기자들이 공동으로 반성문을 내고 자사 보도지침에 반발했다.
이 엄중한 시기에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 비교발언이 터졌다.
결국 극도로 흥분한 세월호 유족들이 사과와 해명을 듣기 위해 KBS를 찾아갔으나 KBS는 이들을 밤새 바깥에 두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더구나 발언 당사자는 발언 자체를 부인하고 사장은 퇴근했다는 이유로 면담을 보이콧했다.
유족들은 더욱 격분하여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새벽에 청와대 앞 도로상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안은 정권과 보수진영, 특히 조중동이 예측하지 않은 곳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KBS에 대한 국민 반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시청료 인상안을 통과시켰을 경우 6.4 지방선거는 여당 참패가 환했다.
모든 예측치에서 여당이 유리하던 국면이 세월호 사태로 전체 박빙에 수도권 완패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때 kbs시청료 인상안이 여당만으로 국회를 강행통과하면 민심이 걷잡을 수 없게 반 정권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선거가 폭망 수준을 넘어 쫄딱 망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우리 국민의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반감은 매우 강하다.
따라서 정부나 자치단체 등은 공공요금을 인상할 때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물밑작업을 한다.
그래도 마지막엔 최소인상 어쩌고 하면서 10%대 정도의 인상안을 가결한다.
이는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모든 공산품의 가격인상을 이끄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위축되게 하는 작용까지 한다.
그런데 현재 국회 문방위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은 기존 2500원을 4000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한꺼번에 1500원이 오른다. 무려 60%대의 인상이다.
이에 대한 변명은 1981년에 확정된 2500원을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호도다. 그 대신 KBS2TV를 통해 벌어들인 광고비 자체가 천문학적 이었다.
이 천문학적 광고비를 종편에 할애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돈은 영남인이든 호남인이든 모두 소중하다.
공공요금 인상에는 영남인이든 호남인이든 다 싫어한다.
그것도 전기요금에 부과되어 나오므로 갑자기 전기요금이 매월 1500원 이상 오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내 주머니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데 돈이 나가는 것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복지비는 소득에 따라 쓰겠다면서 보편적 복지를 빨갱이 정책이라던 정권이 국민에게 거둬가는 시청료는 부자든 가난하든 TV 한대당 공평하게(?) 4000원씩 내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을리 없다.
이런 심리가 있는 유권자들을 두고 선거 코 앞에서 야당이 시청료 인상안을 반대하는데 새누리당이 강행통과라도 했을 경우 이를 가지고 선거에서 야당이 이슈를 삼으면 방어하기도 어렵다.
세월호 유족이 이를 항의하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권력의 눈치만 보고 묵묵부답이었다.
청와대까지 외면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청료 인상안 국회 통과는커녕 이 사태가 반정부 반박근혜로 전이되면 현재 내리막인 대통령지지도가 어디까지 갈지도 예상할 수 없었다.
선거 전에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이 와중에 강행통과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어간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종편들은 수신료 인상안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언제 다시 여론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적자는 계속 누적되는데, 그래서 하루하루가 목줄이 급한데 말이다.
결국 방법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KBS가 굴복해야만 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수신료 인상이 KBS보다 더 급한 조중동이 청와대를 압박했을 것이다.
“지금 같이 죽자는 말이냐?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물 건너가고 우리는 아주 죽는다. 만약 우리가 죽게 되면 그냥 죽을 줄 아느냐? 지금까지 정권이 누구 덕을 봤는데...”
이 압박은 박근혜도 김기춘도 당해낼 수 없다.
결국 박준우와 이정현을 앞세워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하고 뒷전에서 길환영을 불러다가 조졌을 것이다.
김시곤이 말했다시피 권력 딸랑이인 길환영은 유족들이 보자고 할 때는 퇴근했다고 외면했으나 청와대 권력에게 불려가 ‘쪼인트'를 까이고는 꿈을 깼다.
하기 싫지만 유족 앞에서 반성하는 쇼를 하고 김시곤을 자르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이러니까 김시곤은 끝까지 열을 받았다.
사의를 표명했으면 최소한 보도국장에서 물러나더라도 보직해임 정도로 마무리되면서 KBS에서 자르지는 않겠지 했는데 길환영이 사표를 수리하겠다까지 가버리니까 혼자 죽기는 싫었다.
김시곤도 정권이 유족에게 항복한 것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 조중동 압박 때문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나는 이 싸움의 끝이 매우 흥미가 진진하다.
그리고 이제 6.4 지방선거, 더 나아가 7.25 재보선이 더욱 궁금하다.
누군가는 이 파고에 더 크게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