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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다가오는 아이
게시물ID : panic_79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ine@Cat
추천 : 4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19 07:02:08
옵션
  • 창작글
지금 나는 공포에 떨고있다.
한 시간 후에 다가올 그것,
터무니없이 가까이 다가올 그것이 너무나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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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의 일이다.

본래 친구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나였지만
현실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주된 화제가 되어버린 이후론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참석하지 않게 되버렸다.

다른 약속이니 과제니 하는 핑계로 거의 자취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타인과의 불편함이 싫었을 뿐이지 혼자서 보내는 이 무료함을 원했던 것이 아니기에
'시간을 죽일' 만한 적당히 재미난 것을 찾아 인터넷을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러던 와중 상당히 흥미를 끄는 게시판을 하나 발견했다.
공포와 오컬트 쪽을 주로 다루는 게시판이었는데 생각외로 글도 제법 올라오는 편이었고
불필요한 언쟁도 거의 없어서 마음편하게 글을 읽기가 좋았다.

어느새 나는 그 게시판에 푹 빠져서는 자기 전에 게시판의 글을 읽는게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날도 게시판의 글을 읽고 있던 차였다.

"절대 이 글을 읽고 창밖을 보지마세요."
라는 딱봐도 유치한 낚시 티가 나는 글이 올라왔다. 
아직 댓글도 없는게 금방 올라온 듯하여 일단 클릭해봤다. 조용하던 이 게시판에도 어그로가 있는건가?
그런데 막상 글을 눌러보니 
"매일 이 시간에 다가갈게요." 라는 짧은 문장 하나만 있을 뿐
그 흔한 짤방이나 bgm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뻘글도 이런 뻘글이 있나... 괜히 창밖을 보지 말라고 되어있으니 꺼림칙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 
다분히 반항적이기도 한 그런 심리와 아주 살짝 느낀 꺼림칙함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나는 고래를 휙 돌려 창밖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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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섬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커먼 형체
그것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라본 순간 본능적인 공포가 온 몸을 얼렸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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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나는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쩐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보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다.
강심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저런 공포물들을 많이 봤었는데 이게 무슨 추태인가 싶었다.
방에서 나 혼자 있었기에 망정이지 누가 봤다면 정말 부끄러울 장면이다.
괜히 저런 글에 신경을 써서 헛것을 본건 아닐까, 그래 다 저 글 때문이지.

갑자기 그 글 글쓴이에게 화가 났다. 댓글로 뭐라 한마디라도 하려고 보니 글이 삭제되었다는 메세지만 나온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 중에 그 글을 본 사람은 없을까싶어 게시판에 글을 쓰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 글을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아마도 썼다가 바로 휙 지워서 
우연찮게 나만 그 글을 본 것이 아닐까싶다.

괜히 지친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잠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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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고 어제 일을 떨치려 괜히 낮에 이곳저것 돌아다녀봤지만
오히려 그 일은 머리속에 엉겨붙기라도 한듯 계속 나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밤에는 갈 곳도 없었기에 늘상 그랬듯 또 방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다.

괜시리 시간이 가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어제 그 글을 봤던 시간이 12시 정도였나...
분명 나중에 생각하면 이불을 뻥 찰 일이지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이윽고 3분 앞으로 다가오자 도무지 여기 붙어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섰다. 절대로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가려는 의도다. 절대로 무서워서가 아니다.

전혀 설득력없는 말을 홀로 되뇌이면서 방을 나서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문틈으로 보인 내 침대 위에 어제의 '그 아이'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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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벌써 한달 째다. 
장소를 바꿔보려고도 해보았고 일찍 잠을 청하려고도 해보았고
친구와 함께 있으면 어떨지 많은 시도를 했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그 아이'가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든 그 시간에 내 앞에 나타났고 매일 그 거리가 가까워져왔다.
창밖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화장실 안으로, 장농 속으로 싱크대 위로 나타나더니
결국 어제는 내가 앉아 있던 책상 바로 아래 나타났다.

오늘 그 시간이 되면 더 이상 얼마나 가까워질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
아무리 도망쳐도 터무니 없는 방법으로 나타나는 '그 아이'를 이제는 반쯤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도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모를 불안감은 계속 가시지 않고 더욱 끔찍한 생각만이 들었다.
만약 오늘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난다면 내 몸에 직접 접촉할 것 같다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매일 밤 보는 그것의 모습에서 느끼지만 결코 그것은 쉽사리 그냥 사라져줄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걸
본능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헛된 희망만 품고 있을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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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오늘, '그 아이'가 나타나기 한 시간 전.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기에
나는 그냥 평소처럼 있었다. 어느정도 체념한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혹시 오늘은 안나타날지도 몰라' 라는 바보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한 탓도 있다.

이미 지겹도록 겪어서 익숙한 시간. 이제는 초단위로 기억하고 있다.
이윽고 그 시간, 이제 곧 '그 아이'가 다가올 그 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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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이 눈을 질끈 감고 조용한 곳에 있으면 시간이 가는 감각을 잃어 버린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아주 잠깐이 지나간 것 같기도하다.
더불어 지금처럼 공포에 질려있을 때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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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초등학교 때 벌받은 이후로 이렇게 눈을 질끔감고 있던 적도 오랜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가 나타날 시간이 지난 것만 같았다.

아직도 나는 '그 아이'가 나타나지 않을거라는 바보같은 기대를 놓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살짝 눈을 뜨고 말았다.

이윽고 내가 본 것은


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다가오는 '그 아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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