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수차례 서울 시위현장에 나간 사람입니다.
18대 대통령 부정선거 이후, 2013년 1월부터 우리는 크고 작은 촛불집회를 통해, 혹은 각자의 방법으로 부정선거를 알리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누구도 그것에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개선된 사항이 없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바로 그것 때문이라 봅니다.
대통령 선거의 부정... 총체적 부정선거... 총체적 부정의 나라...
침몰의 원인도, 구조자 '0'이라는 결과도 모두 그 때문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만 명이 모여 외치고 요구했음에도 왜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나....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현장에서 제가 느낀 점은
집회가 매번 뭔가 아쉽게 끝났다는 겁니다.
굉장한 분노와 정의감을 안고 현장에 가지만,
결국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차가운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얘기를 듣고, 노래를 듣고 또 구호를 외치고.. 그러다 시간이 되면 다음을 기약하며 쓰레기를 줍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전에 국가기관에 신고된 대로, 딱딱 진행하는 그 프로그램 속에 앉아 있다 가는 겁니다.
모두가 뭔가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말이죠.
무엇이 성난 민중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몇 시간 앉아만 있다 결국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분노한 국민을 현장에만 나서면 차분한 민주시민이 되어 촛불을 들고 노래와 구호만 따라 하다 집에 돌아가게 만들었을까요?
그렇게 1년이 넘게 대통령 부정선거 촛불집회는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마치 저항세력을 위해, 불순세력을 위해 그들이 울분을 토하고 징징댈 적당한 시간과 공간을 누군가 의도해 만들어준 것처럼... (이건 100% 제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 또다시 지난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이 나섰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직도 그분들이 누구며, 정확히 무엇을 하는 분들인지 모릅니다.
대통령 부정선거라는 게 그런 걸 따져가며 집회에 참석할 사안이 아니었기에, 그냥 무조건 나가야 한다 여겼던 사안이었기에 깊이 알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대표인 사람이 박근혜 일가와 어떤 관계인지 모릅니다.
그분들의 의도를 의심할 이유도 없으며, 그분들의 지난 수고와 숭고한 희생에 흠집을 낼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이번 시위만큼은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기에 이 같은 말씀을 드리는 것 뿐입니다.
또다시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할 순 없습니다.
저 죽어간 이들과 남은 자들의 분노를, 우리가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또 그렇게 흐지부지 떠나 보낼 순 없는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부정한 권력에 맞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시위를 그 부정한 정부의 통제와 허락 안에서만 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무엇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바꿨습니까?
바라옵건데
현장에 나오신 분들...
우리의 분노와 성난 목소리, 죽어간 이들을 위한 외침,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마음 것 표현하시고, 행동하시고 저항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항에, 항거에 끝나는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요~'는 없습니다.
그랬다면 4.19도 5.18도 없었을 겁니다.
우린 이번 만큼은 순한양이어선 안 됩니다.
죽어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안 됩니다.
ps:
쓰고 나니 굉장히 선동적인 글 같은데, 선동이라 뭐라 하고 싶은 분들은 작금의 나라 꼴을 한번 돌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의견에 주시는 반대는 달게 받겠으나, 반대하시는 이유들을 좀 짧게라도 적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