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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물 공포증
게시물ID : panic_798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ine@Cat
추천 : 13
조회수 : 1662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05/19 07: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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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최근 나는 아주아주 희귀한 질환을 가진 환자를 만났다.
아니, 그것을 질환이라 하는 것이 맞는지 조차도 아직 모르겠다.


환자가 처음으로 그 증상을 느낀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찾은 바다에서 갑작스레 비명을 지르며 도로로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간신히 잡았지만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환자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그저 "바다...바...다" 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상함을 느꼈던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단순한 헤프닝 정도로 여겼더 모양이다.
환자 본인 스스로도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평소로 돌아왔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그 이상징후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그 증상을 보인 것은 약 2개월 후였다.
뒤늦게 온 태풍이 북상하며 집중 호우를 뿌리던 시기였는데
거실에서 TV를 보고있던 환자가 갑자기 창밖을 보고 공포에 질려서 괴성을 지르며
방안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증상은 그 비가 그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환자는 병원을 찾게 되었고 내게 맡겨졌다.
워낙 특이하고 전례없는 증상이었기에 솔직히 말해 나는 호기심으로 그 환자를 대했다.
하지만 어떤 증상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 대처방법 또한 알 수 없었다.
그저 오랜 기간 지켜보면서 눈앞에서 발작하는 것만 막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오랜 기간의 관찰 끝에 알아낸 것은 이 환자는 물, 아니 액체를 두려워 한 다는 것이었다.
깊은 바다를 보며 공포를 느끼거나 혹은 수영이나 잠수 등의 활동 중의 사고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케이스는 제법 흔한 경우였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밑도 끝도 없는 그저 액체 공포증. 그것도 서서히 심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바다, 이후에는 강이나 큰 비 정도에만 반응했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물이 많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달 전부터는 아예 병속에 있는 액체에게 까지 공포를 느끼게 되어
편의점에 있는 음료수 병들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이 쯤 되니 몸을 씻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마시는 물에도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씻는 것은 물수건으로 닦아주면 된다지만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건 
호흡을 하지 못하는 것 다음으로 치명적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허용범위였는지 얼음이나 다른 수분 많은 음식에는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 방법을 통해 수분을 보충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은 더욱 더 심해졌고 음식의 섭취에도 큰 지장을 보이게 되었다.
애초에 액체에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기에 링겔도 가용한 수단이 아닌데
채소가 머금도 있는 물기나 고기의 육즙에도 거부를 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정말로 방법이 없다고 느끼던 차였다.


이미 병원에서도 손을 놨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부모는 내게 매달렸다.
나는 내게 책임을 묻지 않고 모든 것은 맡긴다는 말도 안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정말로 절실하였던 것인지 그 조건은 수락되었고 
나는 그 환자를 위해 전혀 물이라곤 볼 수 없는 방을 마련하여 그곳에 환자를 데려갔다. 
길어야 한달 정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할 수 있는 데까지하면서 계속 관찰하며 내 나름의 연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지속적인 악화로 지난주부턴 아예 수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죽는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한 외국 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비슷한 사례가 있엇고 유의미한 약물치료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지라도 우선은 증상을 완화시켜 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하고 들뜬 마음에 나는 환자의 병실로 찾아갔다.

병실의 문을 연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무 늦은 것인지 환자는 이미 액체에 대한 공포가 상식을 넘어서버린 것 같았다.
자신의 몸 속의 액체 마저-..


병실 안에는 위액을 포함한 모든 체액을 게워낸채 
온몸의 혈관을 손톱으로 마구 긁고 자신의 눈알을 뽑아낸 환자의 시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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