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여친과 홍대입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있는데,
한 대머리까진 50대 추정의 아저씨가 승강장에서 어슬렁 어슬렁 거리다가
제 옆에 앉아있는 여자친구를 쓰윽 보더라구요. 전 그 눈빛을 감지하고 그 아저씨를 계속
쳐다봤고, 그 아저씨는 저랑 눈이 마주치고 다시 고개를 선로쪽으로 돌리더군요.
처음엔 걍 누구랑 닮아서 쳐다본건가 하곤 했는데, 다시또 고개를 여자친구 쪽으로 돌려서
쳐다보더군요. 제가 그리 좋은 시력은 아니지만 (25세까지 렌즈한번 안낀 몽골인의 눈!!!ㅋ까진
아니고...) 그 아저씨의 눈동자가 제 여친의 다리부분을 향하고 있더군요. 그 시선은 계속 되었습
니다. 전 순간 욱해서 우사인볼트처럼 달려나가 뭐하는 짓이냐고 캐묻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여자친구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 네 앞에 대머리 까까 아저씨가 너 자꾸 쳐다봐. "
" 내가 이뻐서 그런가? ㅋㅋ " (믿지 않으시겠지만 솔직히 이쁨 .ㅋㅋ)
" 근데 다리만 계속 보는걸? "
" 나 이거 치마 아닌데.. 반바지 입었는데,.. "
여자친구는 주로 짧은 반바지에 스타킹을 신고 위에 긴 코트를 걸쳐 입거든요. 그래서 코트 착용하면
치마를 입은것처럼 보여요.
이윽고 전철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전철이 오는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제 여친 다리로 시선을 돌리더군요.
' 이건 정말 변태의 눈길이다. '
전 얼른 여자친구를 일으켜 세우고 반대편 승강장에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전철에 올라탔습니다.
전철 문이 열려있는 동안 저는 그 아저씨와 눈싸움을 했습니다. 승강장 사이가 열라 넓습니다만
독쑤리의 눈 처럼 계속 광선을 내뿜었더니 그 아저씨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웃
더군요. 문은 닫혔고, 동시에 도착한 열차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승강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우앙..... 화가 났습니다. ... 여자친구 앞에서 그런 분노를 느껴보긴 첨이네요..
여친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중장년의 아저씨들한테 음흉한 눈빛을 받은 여대생들이 꽤 된다고
하더랍니다. 자기도 얼마전에 지하철 안에서 불쾌한 눈빛 땜에 화가 났었다고...
옆에 남자친구가 있어도 계속 되는 눈빛... 저도 정말 불쾌하고 화가 나네요.
정말 노골적으로 빤히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응시하면 투시가 됩니까 -_-ㅗㅗㅗㅗ
제가 24년 동안 마법사질을 계속해봤는데, 안 되던데....
아무쪼록 오유님들 추석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