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분향소 얘기가 나왔는데 가까운데도 아직 둘다 못가봤다한게 계기가되서 안산 화앙유원지 분향소에 갔었어요. 근처에 살아서 어릴때부터 종종 화랑공원 놀러가서 인라인도타고 자전거도 타곤 했고, 한달 전에도 친구랑 벚꽃구경하러 왔었는데 큰 천막의 분향소를 보니까 낯설고 무서웠어요. 분향소 근처에 가니까 곡소리가 숨넘어갈 것처럼 나고 안이 까맣고 어두워보였는데 친구가 그 안에서 나는 곡소리같은 울음을 듣고는 도저히 못들어가겠다고, 분향소 앞에 서서 울었어요. 그래서 벤치에 앉아서 진정하고 들어갔는데 그냥 너무 실감이 안나서 눈물도 찔끔밖에 안나왔어요. 그냥 고등학교 때 출석부 앞에 꽂힌 사진보는 기분? 옆반에 어떤 애가 훈남이라고 출석부보러 가자고 가서 사진볼때 기분인거에요. 낯들이 다 어리고 예뻐서.
그렇게 분향소에서 나왔는데 현수막에 오늘 6시부터 촛불모임을 한다는 글이 있길래 친구랑 무작정 문화광장에 갔어요. 어안이 벙벙해서 광장 안에서 헤매다가 구석 쪽에 자리잡고 노래도 듣고, 이야기도 들으면서 촛불을 쥐고 있었어요. 촛불이 자꾸 위태롭게 흔들리고 타는게 야속했어요. 오른쪽에는 어떤 부자가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3살이나 되보이는 어린 애기한테 아빠가 이 사건을 천천히 가르쳐주는데 어린애들은 그냥 몰랐으면 싶기도 하고, 이런 곳에 아들을 데려와서 설명하고 알려주는 아빠가 멋있기도 했어요. 왼쪽에도 어떤 엄마랑 아들이랑 앉았는데 엄마가 우니까 애기가 막 따라 울더라구요. 무대위에서 들려주는 말들이 너무 슬프고 그제야 실감이 나서 저도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어떤 사회학자 분이 말했던 것 같은데 이런 아픔은 다같이 밖으로 나와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모하고 표출해야된다고 하더라구요. 친구가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꼴리라는 이론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다고 설명해줬어요. 제가 직접적으로 알고있는 사람이 탔던것도 아니었지만, 여러 이야기를 듣고 한 다리 건너 그 안에 있었던 사람 얘기를 들으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 받았고, 앓았었나봐요. 오늘 가서 펑펑 울고나니까 조금 나은 느낌이에요. 이렇게 서로 치유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힘내요. 우리 이제 아프지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