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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있던 단체에서 탈퇴했다
게시물ID : gomin_7988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댐바
추천 : 7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8/10 02:58:39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대학생 단체라 대학생들이 면접관이었다.
이런 비공인 단체에서 일한들 내 스펙이 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약자를 돕는 일을 하려면
아래에서 부터 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스펙도 안될 일 시작했다
분명 좋은 경험이었다. 배운 점도 많다
근데 너무 비인간적이다
다들 서로서로 친해 보이는데 끈적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시간 지나서 정든 것으로만 보였다
난 신입 회원이었다
근데 혼자였다
이런 기분 중학교 때 왕따 당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신입이 혼자 멀뚱멀뚱 앉아있는데 말 한마디 걸어주지 않는 곳은 처음이었다
자기들끼리만 일하고 있고 노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논다
성격이 사교적이진 않다
근데 초면이라도 말은 잘 거는 편이다
근데 도저히 먼저 말을 못걸었다.
4~5명이 우루루 모여서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거기 불쑥 끼어서 대화할 용기가 안났다
오랫동안 혼자였다
나도 똑같았다.
시간 지나니 사람들이랑 친해지더라. 
그냥 시간 지나니 친해졌다
또 다른 신입들이 들어왔다
인터넷 공간이라고 거짓말 할 생각 없다
최대한 관심 가져줬다
친하지 않아도 대화거리를 찾으려 애썼다
앞서 말한 대로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 능숙하진 않았으나
지금 이 순간 그래도 내가 갑작스럽게 단체를 나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해주고 만나서 밥먹자고 하는건 그 친구들인걸 보면
내가 나름 노력하긴 했나보다
내가 처음 당했던 꼴을 그 친구들도 당하고 있었다
혼자 앉아 있고 혼자 배회하고 있고 혼자 일하고 있다
사람을 위한 단체면서 사람을 위하지 않는다
조금만 눈에 벗어나면 그 사람에 대한 뒷담이 끊이질 않는다
나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분석하려고 했다
원리원칙주의자고 머리로만 생각하지 가슴으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 일은 잘한다. 머리를 잘 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낼 때 마다 놀랍기도 하다
근데 머리만 잘 쓴다.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배려할 생각도 없어보인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근데 생각만 하고 있을 뿐 행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있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게 이상하지 않나보다
난 내 역할을 '멀리 내다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인 문제,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댈 때
나는 조금 더 멀리 봤을 때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주로 생각해보았다
나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단체 운영이 힘들거다
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간과할테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도 분명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의 일에만 파묻혀 사람 간의 문제를 간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단체는 언젠간 무너질 것이다,
혹은 인간적인 모습을 잃은 봉사단체는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몇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문제되는, 사람을 소홀히 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해버리는
분위기를 만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했다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데 왜 쟤는 저런 소리만 하고 있나?'고 생각하나보다
회의 때 회장이 나를 공격했다
나도 똑같이 대응했다 서로 똑같은 잘못을 했다
그렇지만 일개 회원인 나와 회장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고 책임감도 다르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일개 회원을 온갖 논리로 찍어 누르려는 꼴이 웃기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회장과 내가 싸운 안건에 대해서
내 생각에 동의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걸 보니 더 무서웠다
회장의 잘못된 언행에 침묵하고 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그들이 무서웠다
사실 그들보다는 이 단체에 형성되고 고착화되버린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왔다. 
오늘 나오는 날, 마지막까지 나한테 한소리 하려고 하는 회장을 보니 남은 정마저 떨어졌다
이상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는 나임에도 이렇게 포기하고 나온걸 보면
나에게도 참 실망스럽기도 하고 또 아쉽다.
1주일 전만 해도 나한테 많이 의지하던 그 사람이
자기한테 반기를 들었단 이유로 마지막까지 한번을 안웃어주는 걸 보니 소름이 돋았다
귀가 간질간질하지만 똥밭에서 그나마 빨리 나온 듯하여 안심이 된다
내가 일했던 부서 사람들이 나보고 단톡방 나가지 말라고,
여기 이제 친목방으로 만들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
내가 틀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더 생각하고 더 노력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현실의 문제만 중요시하여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하지 않는,
한 사람의 생각이라도 무시되지 않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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