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관한 글을 연달아서 쓰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적 발언이 시게에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이 국민의당을 뽑아서 책임져야 하고, 욕먹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이 참 많죠.
그런 논리라면 더 나쁜 새누리당을 뽑은 지역 사람들도 욕해야 할 거고,
단언컨데 호남보다 새누리당을 더 적게 뽑은 지역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지역을 욕하기 위한 거고, 자기 몸에 똥이 묻었는데 겨 묻은 걸 까고 싶은 거로밖에 안 여겨집니다.
호남은 일베한테도 까이고, 오유에서도 까이는데,
웃기지 않습니까?
애초에 새누리만 주구장창 뽑았던 지역들은 일베에서는 안 까이고, 오유에서도 지금 까이지 않는데,
매번 어떤 불이익에도 민주당을 뽑다가 딱 한 번 바꿨을 뿐인 호남이 까인다는 게 말입니다.
친구가 군대에서 상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잘해주면 손해다. 잘해주다가 한 번 못해주면 욕 먹고,
계속 갈구다가 한 번씩 잘해주면 존경받는다.
이 말이 개소리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참 저 개소리가 적용되는구나 싶어서 속이 쓰립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호남에서의 민주당은 다른 지역과는 다릅니다.
호남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만큼 썩어 있었어요.
이유는 어차피 뽑히기 때문입니다.
경상도 분들은 부분 짐작할 수도 있는데,
경상도에서 새누리와 타지역 새누리도 다릅니다.
경상도는 잡은 물고기니까 그쪽에서 새누리는 조금 막 대합니다.
뽑아주고도 손해보는 거죠.
마찬가지로 민주당에게 호남은 잡은 물고깁니다.
뭔 개짓을 해도 뽑아주는 곳이죠.
그래서 막 대했습니다.
새누리는 새누리인데, 무능력하기는 또 오질나게 무능력했죠.
그래서 민주당 심판론을 원래부터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호남이 친민주가 아니라 반새누리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콘트리트는 반민주가 아니라 친새누리구요.
뭐가 다르냐면, 콘트리트는 뭔 짓을 해도 새누리를 뽑습니다.
반면에 호남에선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뽑은 겁니다.
새누리가 정말 싫었으니까요.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노대통령님 탄핵 후 총선 때 알 수 있습니다.
그 때 민주당은 6석 했습니다. 반면 새누리는 나름 건제했어요.
그건 그 상황에서도 콘트리트는 새누리를 뽑았다는 거고,
호남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당을 철저히 응징한 겁니다.
그리고 대안인 열우당에 투표한 거죠.
다시 말하자면 항상 호남은 대안을 가지고 싶어했고,
대안이 있으면 대안을 뽑았을 거라는 겁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물음이 있으실 겁니다.
1. 왜 정의당은 뽑지 않았냐.
2. 왜 대안을 원하면서 똑같은 사람을 뽑았냐.
1의 경우는 이런 게 있습니다.
정의당은 대안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여긴 겁니다.
대선후보감도 없고(실제로는 그 당시 유시민, 노회찬 의원은 대선 후보감이었죠)
당세도 약하다고 판단한 거죠.
힘이 부족해서 대안이 되지 못한 겁니다.
2의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국민의당은 분명 안철수라는 대선후보가 있었고, 국회의원 수도 많았습니다.
대안이 되기에 충분한 힘은 있었죠.
하지만 민주당에서 했던 인물들이 똑같이 나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사람들을 안 뽑았어야 했죠.
근데 투표는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 명의 군집이 서로 투표하는 거죠.
하나의 뇌가 아니라요.
국민의당은 선거기간 유세를 활발히 했고,
기존 멤버들은 썩었을지언정 네임벨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칩시다.
들어본 이름과 안 들어본 이름, 누구를 뽑을까요?
이해가 안되면 여러분이 리본체조 대표를 뽑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리본체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신수지와 손연재, 그리고 처음 들어본 이름의 선수가 있다면,
여기서 처음 들어본 이름의 선수를 뽑을 사람이 있을까요?
1)네임벨류의 위력+그들이 그동안 구축해온 조직력+유세+민주당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2)기존 정치인이 썩은 걸 아는 사람들+국민의당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걸 안 사람들보다 많았던 겁니다.
그리고 1)에는 우리지역도 한 번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민주당이 그동안 호남에 해준 푸대접에 화가 난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걸 다 떠나서 비례대표로보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거의 동률입니다.
이런 기류는 단순 호남뿐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다 퍼져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순천에서 이정현을 뽑은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정현이 썩은 놈인가는 논의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그가 순천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검색해보면 너무도 많이 나옵니다.
이번에 이렇게 나라에 큰 일이 있는 와중에도 또 예산을 땡겨왔더라구요.
역으로 생각해보죠.
민주당은 그동안 왜 이런 일을 못한 걸까요?
단 한 번이라도 민주당 의원이 지역을 위해 저거의 반의 반만큼만 해줬어도 이정현은 안 뽑혔을 겁니다.
이정현 뽑힌 것에 대해 한 마디 더하자면,
지금 이정현 말고, 그 당시 이정현이 순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나갔으면 떨어졌을 거 같나요?
서울의 어느 지역이나,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까지 어디를 나갔어도 당선되었을 겁니다.
네임벨류에서 앞서고 친박실세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이정현은 호남에 나간겁니다. 호남에서의 승리는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호남이어서 그나마 이슈거리가 된 거죠.
호남이 아니었다면 이슈조차 되지 못할만큼 당연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정현을 막고 싶었다면, 이정현보다 유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름값 있는 인사를 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야죠.
노관규는 열심히 안 했고, 김광진은 젊은 세대에게는 유명해도 이정현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어리니까요.
만약 말도 안되지만 이해찬씨가 순천에 나왔다면 이정현이 뽑혔을까요?
이 모든 비난은 호남을 집토끼라 여기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반성해야 할 건 안철수와 국민의당 지지자지, 호남 전체도 아니고,
민주당이 다시 호남표를 되찾고 싶다면, 다른 지역만큼 호남에 신경을 써야 올바른 일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호남을 욕하는 게, 호남 사람들로써는 어처구니가 없거든요.
그동안 매번 잘해주다가 한 번 혼을 내니까 나쁜놈이라고 욕하는 후임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