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에게 세월호 공정보도 호소 편지까지 보냈는데” |
-'노란손수건' 주부, 열흘 전 팽목항에서 KBS 기자에게 전달 부탁- |
정세경씨가 지난달 말 팽목항에서 만난 KBS 기자에게 '사장에 전해달라'며 작성한 공정보도 호소 편지. |
KBS에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산에 사는 1남1녀를 둔 맞벌이 주부입니다. 제가 사는 안산은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시간이 멈췄습니다. 안산은 거대한 분향소가 되고 시민들은 상주가 되어 모두 죄인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과 단원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전원구조 됐다’는 오보를 철썩같이 믿고 진도로 향했으나 그 기쁨도 잠시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국가기간 방송이요,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정부와 구조당국이 알려준 정보를 사실확인하지 않고, 받아쓰기 관행으로 보도해 국민들과 특히, 실종자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습니다. 그 이후 KBS는 울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 하늘을 날고 있는 헬리콥터, 물위에 떠 있는 배, 잠수정을 타고 있는 해경들을 찍은 필름을 반복 보도해 마치 정부당국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또한 KBS는 18일 오후 4시30분경 ‘구조당국이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발견했다’는 자극적 자막과 보도로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더욱 저를 화나게 한 것은 그런 오보를 보도하고도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한마디 없는 KBS의 행동입니다. “우리만 그랬냐? 다른 언론사도 그랬다. 억울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는 국가기간 방송이요, 재난주관 방송사이기에 정확한 사실,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함이 제 역할 아닌가요? 저는 중3이 된 딸이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후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엄마, 기레기가 무슨 뜻인 줄 알아?” “몰라!” “기자+쓰레기야. 난 이 다음에 기자는 절대 안될 거야”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KBS는 오보에 대해 책임있게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세요. -세월호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인 진상규명에 언론의 소명을 다하고 공정보도, 탐사보도를 해주세요. -세월호 침몰 이후 미담이나 발굴하고 세월호 사태를 무마시키려 다른 사건을 이슈화하는 물타기를 하지 말고, 그런 방송행태에 단호히 맞서주세요. 두서없는 글이지만 엄마의 입장으로 내가 이렇게 자식을 잃었다면, 내 마음을 알아주고, 억울하게 죽어간 내 자식들이 왜 그런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낱낱이 파헤쳐줄 언론이 지금 필요하기에 적어봅니다. 새벽에 5구의 시신이 올라왔습니다. 이제 실종자는 92명입니다. 그 분 들을 보면서 자식잃은 부모 마음을 아주 조금 헤아릴 것 같습니다. 안산에서 엄마의 심정으로 끝까지 함께 하려고 ‘엄마의 노란손수건’이라는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니까요. 팽목항에서 ‘엄마의 노란손수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