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싫어했던 네가 내무반에서 나와 홀로 자고 일어났던 건 죽어가는 전우의 얼굴을 보기가 괴로웠기 때문이겠지.
오랬동안 가혹한 전투에 시달려 전혀 보이지 않게 됐지만,네 눈동자에는 전우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었다.
그게 누구든 너는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빨강은 네 색깔이니까.너만의 색깔이니까,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너를 위해 남겨 두기로 하지.
내 재킷은 파란색으로 칠하자.처음 만났을 때 네가 좋아한다고 했던 하늘의 색깔로하자.
백만 대군 안에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모든공격이 집중되고 모든 적의 목표가 되는, 눈이 번쩍뜨이는 블루로 하자.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사람이 끓여 준 마지막 커피를,
그리움과 슬픔을 동시에 가져오는 향기를,
청록색의 곰팡이의 콜로니가 떠오른 액체를 나는 천천히 다비웠다.
개인적으로 이마지막 4구절만으로도 명작이라 생각됩니다.
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