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인치 대형화면에 마법 같은 S노트. 최근 날개 돋힌 듯 팔린다는 삼성전자 (1,028,000원 7000 0.7%) '갤럭시 노트'의 강점이다. 글로벌 100만대, 국내 출시 한달동안 25만대가 팔리면서 LTE(롱텀에볼루션)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이에 자극 받은 LG전자가 옵티머스 노트를 개발해 곧 출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평소 '얼리어댑터는 기업의 마루타'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기자이지만 갤럭시 노트의 유혹은 떨칠 수가 없었다. 강력한 메모기능이 생활에서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주변에서는 최신형 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지 구름 관중이 동원되기 일쑤였다. 으쓱했던 것도 잠시, 1주일 만에 100만원짜리 휴대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오류 투성이 갤럭시 노트에 '당첨'됐음을 확인해야 했다. 사용하면서 발생했던 갤럭시 노트의 문제점을 정리해봤다.
1. 펜 화면은 도대체 언제 떠?
S노트와 S펜을 이용하면 노트에 직접 필기를 하는 것처럼 메모나 스케치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름신'을 부른 가장 큰 이유다. 제품을 인도받자마자 펜부터 뽑아들었다.
첫 느낌은 여러모로 불편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펜에 비해 지름이 작아 제대로 된 필기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펜의 손잡이 부분에 달려있는 기능 버튼이 수시로 눌려 필기에 방해가 됐다.
S메모를 실행할 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새 메모를 띄울 때는 문제가 없지만 기존 메모를 불러올 때 로딩 시간이 상당하다. 기존 메모에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려면 펜을 선택해야 한다. 펜 선택 전까지는 입력 기능이 없다. 펜 선택 아이콘이 뜨는 데 길게는 10초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가끔은 지우개로 일부를 지우는 과정에서 기존 입력된 내용이 모두 삭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슬슬 짜증이 났다.
2. 터치하지 않아도 인식하는 마법의 S펜
갤럭시 노트에서만 볼 수 있는 S펜은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화면 캡쳐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펜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정작 펜의 기본적인 기능에는 충실하지 못한 듯 하다.
실제로 S펜은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입력되는 현상이 가장 빈번했다. 0.5cm 간격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갤럭시 노트 유저들의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확인해보니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모서리가 인식되지 않는다거나 화면에서 보여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은 애교 수준이다.
3. 블루투스 기능은 있으나 마나
LTE폰에서 블루투스 기능은 사실상 기초 사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법 부피가 크고 휴대폰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변기기와의 연동은 필수다.
하지만 이 역시 원활하지 않았다. 아이리버에서 생산한 외부 스피커를 블루투스를 통해 사용했더니 딱 한번만 연결됐을 뿐 이후에는 블루투스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문제의 갤럭시 노트는 1주일 내내 블루투스 찾기에만 골몰할 뿐 지금까지 연결은 요원한 상태다.
갤럭시 노트 블루투스 연결화면. '찾는 중'이라는 실행상태정보가 뜨지만 실제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4. 실행파일도 없는데 소리가…
블루투스 기능이 없으니 운전 중 전화는 유선을 통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음악 플레이어나 어떤 앱을 실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이어폰을 통해 간혹 잡음이 들린다. 오히려 제품에 포함된 이어폰이 아닌 다른 이어폰을 사용했을 때 노이즈 발생 빈도가 낮다. 온라인 카페에서도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할 때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멜론의 뮤직 플레이어를 받아 음악을 들어봤다. 대기시간이 끝나고 자동으로 화면 꺼짐이 발생한 뒤 현재 플레이되는 음악까지만 재생이 됐다. 대신 잡음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다음 곡을 들으려면 다시 '애물단지' 갤럭시 노트를 꺼내 비밀번호를 풀고 재생버튼을 눌러야 했다. 번거로움 때문에 음악 듣기를 포기했다.
5. 카메라 플래시 있기는 한거니?
다행히(?) 기자의 단말기는 아니다. 아내가 사용하는 단말기의 문제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기자와 아내는 서로에게 갤럭시 노트를 선물했다. 그리고 2011년의 마지막 날 일몰 구경 차 영종도를 찾았다.
해변에서 새로 산 갤럭시 노트로 사진 찍기에 열중할 무렵 아내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설정을 이리저리 해봐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결국 아내는 사진 찍기를 그만뒀다.
■삼성電 "문제 없다…일부 펌웨어 수정 준비중"
갤럭시 노트 유저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S펜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고 모션인식 문제, 지우개 불능 상태, 자동 전원 꺼짐 현상, 삼성앱스와 같은 기본앱 실행 불능 문제, 사진 및 동영상 번짐 현상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S펜 오류에 대해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감도 문제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펜을 교환하면 이 같은 현상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S펜이 화면에 가까이 접근하면 터치로 인식할 수 있다"면서 "갤럭시 노트는 전자기 유도방식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외에 S노트의 펜 선택창 반응속도와 이어폰 노이즈 발생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개별적 이상이 있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블루투스 연결 불량 건에 대해서만 “간헐적으로 대기 상태에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확인돼 펌웨어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갤럭시 노트는 이미 11월 말에 출시된 제품이다. ‘수정 예정’이라는 해명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이유다.
국내에서만 하루 1만대가 개통되는 갤럭시 노트의 제품 교환 요청은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 측은 "내부 정책상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확인된 수만 봐도 상당수의 유저들이 제품을 교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제품수리를 담당하는 한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이 같은 증상으로 많은 고객들이 새 제품으로 교환해갔다"며 "다른 애플리케이션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모델이라 안정화에 시간이 걸릴 듯 하다"고 답했다.
환불을 원했던 기자는 10번에 가까운 전화상담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저 앵무새처럼 제품 하자에 관한 이야기만 똑같이 반복해야 했다. 제품 구입 후 10일 이내에만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것은 10일을 넘기고 나서였다. 친절하지만 영리한 삼성전자 직원의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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