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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무덤
게시물ID : panic_799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22
조회수 : 240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5/21 16:33:39

이 이야기의 제목은 무덤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의 무덤이 아닌 제가 전에 살던 반지하방을 뜻하는 말입니다.


친구들이 저희 집을 무덤이라 불렀거든요.


이 집이 말이 반지하지 .. 완전히 땅속에 푹 파묻혀 있었습니다.


거기다 창문 윗쪽만 빼꼼히 지상으로 나와 있는... 정말 무덤처럼 보이는 집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습기도 많이 차고 ... 장마철엔 곰팡이들이 기승을 부리는 .. 정말 살기 힘든 집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다.


이사 다니는 게 좋았어요 ..


왠지 새로운 집으로 가는 것이 좋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게 좋았습니다.


15년 자취 생활을 하면서 이사를 거의 12번을 다녔을 정도로 거의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


이 집에 들어와서는 2년 6개월을 살았네요 ..


정말 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집 중에 제일 환경도 안 좋고 .. 찝찝하기로도 1위를 먹는 집인데 이상하게도 이사가기가 너무 귀찮았습니다.


제가 좀 게으르기는 해도 이사는 자주 다녔는데 ... 이렇게 환경도 안 좋고 찝찝한 집에서 왜 그렇게 이사를 안 가고 2년 6개월이나 살았는지 .. 


돌이켜 보니 제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산지 3달이 조금 안 됐습니다.


그동안 제 생활에 바뀐 게 있다면 ..


우선 밤 중에 이유 없는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새벽 3시에 공게에 와서 무서운 글을 읽어도 공포에 떨지 않습니다.


새벽 3시에 주온을 다시 봐도 짜릿하기만 하지 전처럼 무섭지 않습니다.


자기 전에 온갖 무서운 생각들 때문에 일부러 불을 키거나 tv를 켜놓고 자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들려오던 뚝두뚝 하는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습니다.


밥맛이 엄청 좋아졌습니다 ... 요새는 정말 반찬이 김 하나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밥이 맛있어 죽겠습니다 ㅎㅎㅎ


이젠 ... 자기 전에 의자를 신경쓰지 않고 잠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밤 중 자기 전에 의자를 내쪽으로 하지 말아라 ..


귀신이 의자에 앉아 밤새 자고 있는 나를 쳐다 볼 것이다 ..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의자에 마치 사람이 앉아 있던 것처럼 쿠션이 푹 들어가 있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



한 2년 전일 겁니다.


여전히 밤마다 들려오는 뚝두둑 하는 소리 ...


이유 없이 찾아 오는 공포감 ..


혼자 있을 때마다 가끔 느껴지는 인기척 ..


그 때는 공게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은 글을 읽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가 찾아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당시는 .. 제가 한참 공게에 글을 올리는 것에 재미가 들렸을 때였습니다.


매일 매일 내 글이 붉게 변하고 내가 쓴 글을 칭찬해주는 리플이 달리고 ...


월베에 1등도 먹어 보고 .. 주간 베스트에 내가 쓴 글이 모두 올라 가는 ....


생전 처음 글을 써봤는데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지 몰랐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죠 .. 글을 쓴다는 것이 ..


그래서 무서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새벽에 글을 써 올렸습니다.


그 날도 ... 


글 한 편을 신나게 써서 올리고 새벽 2시 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일부러 다른 글을 읽지 않았기에 ... 방에 불을 끄고 tv도 끄고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잤을까..


문득 눈이 떠지는 겁니다.


마치 잠을 실컷 잔 것처럼 눈이 반짝 떠집니다.


그렇게 잠에서 깬 저의 눈에 보이는 건 .. 어둠 뿐이었습니다.


tv 위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 잠든지 두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던 거죠.


또 이유 없는 공포심이 밀려왔습니다.


방 안은 가로등 불도 들어오지 못하는 무덤..


그나마 마우스에서 비추는 푸른 빛 때문에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 어두웠습니다.


그 때 제 눈에 보였던 건 ..


의자였습니다.


의자가 제 쪽을 향해 있더군요.


하긴 .. 제가 자기 전에 의자를 제 쪽으로 했는지 컴퓨터 쪽으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 ..


제가 해 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 의자의 등받이가 뒤로 젖혀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의자가 그 뭐냐 .. 흔히 사무실에서 쓰이는 푹신한 등받이가 달린 .. 사장님 의자거든요.


그런데 그 의자의 등받이가 .. 뒤로 젖혀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새벽 3시를 제일 무서워 합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 귀신이 활동하는 시간이 새벽 3시에서 6시 까지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


어두운 방 안에는 나밖에 없는데 ...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의자의 ... 등받이가 뒤로 젖혀져 있다니 ..


그 의자는 침대에 너무도 가까이 있었습니다.


마치 의자에 누군가 앉아 발을 올리면 침대에 닿을 정도로 ....


푸른 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잘못 봤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무서운 생각들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 너무 공포에 질려 있기 때문에 헛게 보이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 전 의식을 잃었습니다.


왜냐면 .. 그 이후에 기억이 없습니다.


그저 눈을 뜨고보니 아침이었습니다.


작으나마 벽에 달린 창문에서 햇살이 쏟아져 내려오는 .. 아침이더군요.


의자는 컴퓨터 책상 안으로 쏙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


제가 한밤 중에 봤던 그건 .. 꿈이었던걸까요?


글쎄요 ..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했었습니다.



또 다른 일 ..


전 그 집에 살 때 한밤 중에 이유없이 잠에서 깰 때가 많았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5번 정도는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꼭 잠에서 깼었습니다.


하루는 ..


한참 자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ㄷㅅ아 ...


ㄷㅅ아 ...


전 잠을 잘 때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면 아무리 깊이 잠들어 있어도 깹니다.


그렇게 예민하지는 않은데 .. 이상하게 제 이름을 부르면 잠에서 깨더군요 ..


역시 그 날도 ... 서서히 잠에서 깨었습니다.


멍한 정신에 .. 눈을 감고 .. 잠에서 천천히 깨어나고 있는데 그 소리가 게속 들립니다 ..


ㄷㅅ아 ...


ㄷㅅ아 ...


한 다섯 번 정도 들린 것 같습니다.


제가 잠에서 완전히 깨었을 때 ... 저를 부르던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


일단 방에 불을 키고 집 안을 찾아 봤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없죠.


그럼 .. 나를 부르던 그 소리는 .. ?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는 꼭 제 귀에다 대고 말한 것처럼 가까이 들렸었습니다.


전 순간 ..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 12년 전 쯤에 .. 제가 자취를 처음했던 옥탑방에서 생겼던 일이요.


이젠 잠에서 완전히 깨어 생생한 정신으로 침대에 앉아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 난 분명히 들은 거 같은데 ... 누가 나를 부른 걸까 .. ?


순간 ... 여자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시간이 새벽 3시인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해봤습니다.


아니 ..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 여자 친구의 목소리 같았거든요.


하지만 ..


졸린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여자 친구에겐 ..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방심하고 있을 때..


어딘가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저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가끔 들려 왔습니다.


휙하고 고개를 돌려 쳐다 보면 아무도 없는 방안...


꼭 제가 게임을 하던지 .. tv를 보던지 .. 책을 읽고 있던지 .. 이런 식으로 다른곳으로 정신을 팔고 있을 때만 들리더군요.


뭐 .. 나중엔 ... 거의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니까 ..



그런데 말이죠 ..



지금 생각해보니 무섭습니다.


그 집에 살 때는 별로 무섭지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었는데, 지금 그 집을 떠나 생각해 보니 ..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


왜 그 집에 살 때는 그 모든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았었는지 의문입니다.


정말 .. 안 입던 옷에 온통 곰팡이가 슬어 있을 때나,


집안에 바퀴벌레가 날아 다니던 것을 볼 때나 ..


잠에서 깨어 보면 귀뚜라미가 침대 위에서 제 몸에 깔려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나 ..


친구들이 저희 집이 땡기지 않는다고 오지 않을 때나 ..


제 몸이 점점 안 좋아져 가는 걸 느끼면서도 왜 그렇게 이사 가는 것이 귀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 집에 살면서 제 몸은 하루하루 안 좋아졌습니다.


나중엔 피곤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돋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지더군요.


또 ..


배달일을 하면서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면 꼭 베란다로 밑을 쳐다봅니다.


밑을 쳐다보면서 항상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 .. 그랬는지 ...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제가 ... 항상 고층 아파트에 올라가면 떨어져 죽을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었습니다.


그 집에 살 땐 ... 전 별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절로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이 박혀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그 집에 살 때는 그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의문이 없었는데 ..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왜 그런 이상한 점들에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았었는지 .. 지금은 .. 그게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과 그 때 썼었던 글을 비교해 보면, 그 때 썼었던 글이 훨씬 무섭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읽어봐도 그러네요.


왜일까요?


어떤 분이 리플을 다셨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그 집에 게속 뻐기고 살았던 게 신기하다는 리플을 달아 놓으셨더군요.


그 리플을 읽고 나서 보니 ...


정말 ... 의문이더군요.


전혀 저 같지 않은 행동과 .. 저 같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 그 집에 살면서 .. 그런 제 자신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더 무섭습니다.

출처 웃대 baram1942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B9%AB%B4%FD&searchday=all&pg=0&number=3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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