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 일
뭐가 그리 목이 마른지 물처럼 마신 술
이 세상의 뭣같은 일마다 한잔씩
너와 나 말할 때마다 한잔씩
말이 없으면 또 없다고 한잔씩
이 세상 썩을 것들 이야기할 때마다 한잔씩
내 배는 이미 썩어버렸으니 여기에 술 몇 잔 더 타봤자 뭐 바뀌는 것 있겠느냐고
새벽까지 먹은 술과 안주
깊이 잠든 엄마 잠이 깰까봐
조금씩 드문드문 게워내고
겨우겨우 피곤에 찌든 다리 끌고 누워 자리에 누웠다
빙빙 돌아가는 천장
내 눈앞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은 모기인지 내 손가락인지
지금 웅얼거리는 소리는
옆집아저씨 기침 소리인지
지금 숨넘어가고 있는 내 신음 소리인지
목이 마르다
냉장고 앞에 섰다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불을 켰다가 다시 껐다
키면 안 된다
엄마 깨신다
의자랑 부딪혔다
의자도 술 많이 마셨나보다
목이 마르다
다리는 후들후들
힘들어 죽겠는데 손잡이는 보이지 않고
술 많이 마셨다고 혼날까봐 누굴 부를 수도 없고
물은 먹어야겠는데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에이 씨
안 보인다
먹을 거 다 잘 처먹고 눈뜬 장님마냥 냉장고 앞에서 이러고 있다
이놈의 손잡이
어디에 붙은 건지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건지
거실에 불이 켜진다
엉엉
엄마 물 좀 꺼내줘요
술 좀 작작 먹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