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주하며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 보는 학생입니다.

전 틈만 나면 주변 지인들한테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 달라 조르는데,

그 중에 누군가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정색을 하며 하지 말라는 형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 형과 단 둘이 한 잔하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로, 그는 이 일을 겪은 후 무서운 이야기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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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는 형을 A, 그 형의 친구를 B라 하겠습니다.

B가 기숙사 생활을 하다 룸메이트와 사이가 안좋아져서 자취방을 싸게 구했습니다.

학교 근처이기도 하고 주위의 교통편도 꽤나 편하게 뚫려있는 명당 중에 명당인데, 운이 좋게 그 자리를 구했다고 합니다.

가격이 너무나 싼 것이 뭔가 꺼림칙한 느낌은 들었지만, 별 일 없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한 일년 간은 정말 별 일이 없었습니다. 그 날까지는...

어느 날부턴가 B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의는 물론이고, 자주가던 음식점, 술집,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B의 절친한 친구였던 A는 B가 걱정이 되었으나, 뭔가 집안에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어딜 갔겠거니 하고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그렇게 5일이 지났습니다.

드디어 A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고, B의 자취방을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노크를 해도 B를 불러 보아도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B가 정말 어디 간 건가... 하고 뒤를 돌려다가 자취방의 문고리를 돌렸는데, 의외로 문이 잠궈져 있지 않았다 합니다.

A는 문을 열고 들어 갔습니다.

자취방의 벽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매우 이상하게도 다른 곳은 전혀 묻어있지 않고 오직 문고리가 있는 높이의 벽에만 붓으로 빨간 물감을 묻혀 점을 찍은 것처럼 점점점점.. 수많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침대에는 B로 보이는 사람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웅크려 있었다 합니다.

A는 무섭움 반, 반가움 반으로 침대에 걸어가 "야 임마, 걱정했잖아, 뭔 일 있냐?" 하며 한 손으로 이불을 걷어올렸습니다. 아니, 걷어올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불이 쉽사리 걷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불에 붙은 '그것'과 이불이 한 덩이가 된 듯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데에도 애를 썼다 합니다.

결국 이불과 한 뭉치가 된 '그것'을 세로로 들어 올린 순간,

'쩌억' 소리를 내며 이불에 붙어있던 것이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것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죽어 있는 B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죽은 듯 한데, 몸에서 흐른 피가 굳자 이불과 몸체가 붙어버린 것입니다.

B의 모습은 퀭하게 떠져 있어서 죽기 직전까지도 극도의 공포에 질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고를 하자 경찰은 금세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첫 발견자인 A를 의심했지만, 부검 결과 등이 나오자 의심을 거두고 자세한 내용을 알려 주었습니다.

B의 사인은 '과다 출혈' 이었습니다.

B의 몸의 다른 부분은 지극히 멀쩡했으며 칼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 하나 없었지만, 그의 열 손가락은 전부 손가락의 둘째 마디까지 터져 있었습니다.

벽에 묻은 피는 전부 B의 것으로, 양으로 치면 B의 몸에서 나오는 피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엄청난 양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B는 자취방의 벽을 손가락이 다 터져 나가도록 두드리다가 과다 출혈로 죽은 것입니다..

A가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귀신에 홀리면 문고리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B는 그 자취방에서 무언가를 보았을 것이고, 밖으로 도망치려고 문고리를 찾았으나 찾지 못 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문고리 높이의 벽을 미친 듯이 두들겨서 그곳에만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은 아닐지..

그리고 나중에는 이불 속에 숨었으나, 흘린 피가 너무 많아 죽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취방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요?

그가 죽은 자취방에는 현재 다른 사람이 들어 와 살고 있고, 이 사건은 아직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