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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한 3가지 절망감 (펌글)
게시물ID : bestofbest_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찰개혁
추천 : 128
조회수 : 4443회
댓글수 : 3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3/03/10 14:46:57
원본글 작성시간 : 2003/03/10 14:46:57
대통령과 검사들의 토론을 1분도 안 놓치고 지켜봤습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때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검찰이란 존재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기에,
검찰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대선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토론에서 평검사 (아마 이들은 검찰조직에서 가장 젊고, 
따라서 정의감이 살아있고 때가 덜 묻은 이들이겠지요) 들의 발언을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한마디로 <절망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같은 절망감은 대한민국 검찰에 대한 뿌리로부터의 개혁이 
바로 지금 이순간부터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시작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느낀 절망감은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나라의 녹을 먹는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 예의와 범절을 망각한 오만방자함 때문입니다. 
참석한 평검사들 자신이 이번 토론회에 쏠린 
국민의 눈과 귀를 누구보다 의식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생중계되는 방송토론에서 이들이 내뱉은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아냥은, 일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토론회 수준보다 저급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조직의 령을 누구보다 따라야 하는 검사들이 국가통수권자에게 내뱉는 
말과 몸짓은 다음과 같은 무언의 메시지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대통령은 5년이면 끝나지만 검찰은 그 후에도 살아남는다.
노무현 당신이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아니다.
감히 누가 우리를 건드려 "

심지어 한 검사는 대통령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노무현은..."이라고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 경칭조차 생략하더군요.
책을 토론장에 가지고 나와 카메라 앞에 들이댈 정도로 
면밀한 준비를 했다면, 그같은 막말도 
충분히 준비된 고의적 발언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 토론에서 평검사들이 보여준 발언 모습은
국가기관의 최고수장을 향한 단순한 무례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대통령을 선출하여 그에게 국가를 이끌고 갈 권한을 준,
국민 전체를 정면으로 모욕하는 행동입니다. 

조직의 말단을 이루는, 
따라서 가장 순수하고 풋풋해야 할 평검사들이 이럴진대, 
과연 고위 직급 검사들이 대통령과 일반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섬칫할만큼 적나라한 증언입니다.

이보다 더한 항명과, 
국가원수에 대한 이보다 더한 모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권위주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기는 되었다" 자위하기에는 
오늘 평검사들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너무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 검찰의, 
신분과 처지를 망각한 극한적 권력집중의 상징적 실례입니다. 
검찰은 개혁되어야 합니다. 


제가 느끼는 두 번째 절망감은 스스로 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자처하는 검찰이 보여준 자기모순적 행동입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국민이 부여해준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차마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정면으로 거부는 못하였으나)
저지하고 방해하고 능멸하는 모습을 뜻합니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이같은 행태는,
법의 토대 위에서 법의 준수를 유일한 존립근거로 삼는
검찰조직이 스스로의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멀리 소크라테스의 경우를 들 것도 없이, 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 실행의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 상관없이 엄격히 지켜져야 합니다.

그들이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검찰조직이기 때문에
이미 하등의 문제제기 없이 여러 차례 시행되었고,
또 지금 집행되려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예외가 되어야 합니까?

이것은 단순한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오늘날 우리 검찰이
얼마나 완고한 자기중심주의에 빠져있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 발밑의 모래를 파고 있는가 하는 생생한 자기고백일 뿐입니다.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부정할만큼 맹목적 자기보호주의에 빠져있다는 
뚜렷한 증거입니다. 
검찰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셋째, 검사들만큼 열심히 사는 직업인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입니다.
오늘 토론에서 여러 명의 평검사들이 강조한 내용입니다.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하나의 직업적 환상에 불과합니다.

일을 하던 중 병원으로 달려가 1시간만에 아이를 낳고,
과로로 병들고 죽어가는 것은 검찰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평균적으로, 그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와 회사원들이 
검찰이 감당하는 것과 비교안 될 정도로 격렬한 
일부담과 스트레스에 휘청이며 살아갑니다.

검찰에게는 그들끼리의 독특한 <폭탄주>라도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소주 한잔이 위로일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면전에서 <이미 해프닝으로 판정난> 대통령 형님의 스캔들까지 
비아냥댈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권력의 '권' 자만 봐도 그저 숨을 죽일 뿐입니다.

검사들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 현장에서 소리높여 부르짖는 고생담은
자신들에게는 가슴 찌르르한 호소력이 있을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전혀 심정적 공감을 주지 못하는 
유치한 어리광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같은 평검사들의 일반화된 생각은, 그들이 자기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부심 느끼는가 하는 단계를 이미 넘어섭니다. 
일단 검찰은 보통사람과 고생의 기준과 가치부터 달라야 한다는 
차별적 선민 의식의 명증한 선언으로 제게는 보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검찰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장관, 
그리고 문재인 수석을 비롯한 실무자분들에게 고언드립니다. 

오늘 토론은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왔던
우리나라 검찰조직의 도덕성과, 자기모순이 
적나라하게 국민들 앞에 드러난 놀라운 자리였습니다.
오늘 토론을 지켜본 수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와 오만방자함을 걱정하고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두려워말고 나가십시오.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더욱 철저하고 근원적으로, 뿌리에서 잎새까지 검찰은 개혁되어야 합니다. 

지금 그러하듯이 앞으로도, 예상된 그리고 예상못한 기득권 세력의 
수많은 저항과 비아냥과 항명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같은 압력에 지쳐 시작된 개혁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마십시오.
"이만하면 되지 않았는가"라는 타협의 유혹에 빠져들 때,
바로 그순간 국민들의 지지가 철회될 것입니다.
역사가 부여하는 기회는 늘 되풀이되지 않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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