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없음으로 음슴체.
본인은 20대 후반의 남징어임.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나는 대학교 근처에 있는 반지하 원룸에서 곱등이들과 함께 자취 중 이었음.
당시 나는 제3차 성징...이 아니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이었음. 입대도 미뤘을 뿐 아니라 그렇다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었음.
남자 동기들의 전역과 여자 동기들의 졸업을 보면서 내 자존감은 조그라들고 있었음. 다크 포스에 물들어 흑염룡이 내 몸속에서 테크노 댄스를
추고, 다른 사람들이 날 조금만 건드려도 과민반응하던 그런 시기였음.
여튼 각설하고, 자취방에서 곱등이들을 쓸데없이 두껍기만 한 원서로 쳐죽이며 '곱등이 학살자'라는 업적을 쌓고 있던 날이었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서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문을 열어봤더니 3명의 남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음.
나는 속으로 '이런 증4도(B-F 계이름으로 읽어보세요/설명설명충해) 십자군 놈들이다.'를 외치며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나의 원룸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를 외치고 있었음.
겉과 속의 불일치를 자책하고 있던 찰나 십자군들 중 리더격인 사람이 나에게 교회를 다니냐고 물어봄. 그래서 다닌다고 하니까 갑자기 아이패드를 내밀면서 '저희가 제작한 영상이 있는데 대학생들 상대로 반응을 알아보는 조사를 하고 있다. 한번 보시고 평가해줄 수 있느냐.' 라며 동영상을 틀었음. 당시 태블릿 피시가 신기했던 나는 별 말 안하고 그 영상을 다 봄.
영상 내용은 대충
'당신은 알고 계십니까? 하나님 아버지가 아니라 하나님 어머니라고도 불리우는 것을? 당신은 알고 계십니까? 성경에 하나님이 단수가 아니라 하나님들 이라고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 XXX 교회에서는 이러한 의문들을 해결해줍니다.'
라는 식이 었음.
영상을 다 보니까 십자군 리더가 '정말 신기하죠? 교회를 다니시면서도 그 동안 몰랐던 내용이 많았을 텐데요. 혹시 형제님은 하나님 어머니라는 말과 하나님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명사로 성경에 쓰여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라고 득의양양하게 물어봄. 아마도 내가 '그런건 처음 듣는데요.' 라고 하면 본격적인 전도를 할 모양이었음.
그. 러. 나.....
이러고도 날 감당할 수 있겠어요?
"네 들어봤어요. 하나님 어머니는 여성신학에서 나온 용어로서, 에코 페미니즘과 관련있는 말이에요. 가이아와 하나님이라는 유명한 책도 있죠.
또 성경에 하나님이 복수명사로 쓰였다는 것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엘로힘을 일컫는 말이에요. 히브리어 단수명사 엘의 복수형인 엘로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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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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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침묵이후 십자군 리더 曰 "형..형제님 혹시 전공이...?"
나 曰 "신학과에요(방긋^^). 안녕히 가세요."
문을 쾅 닫고 퇴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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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자취방에 있던 본인에게 십자군 3명이 찾아와서 전도 동영상을 보여줌
2. 영상 시청 후 십자군 리더가 본인에게 하나님 어머니란 용어와 성경에 있는 하나님 명사가 복수형임을 아냐고 물어봄?
3. 근데 나님이 신학생. 전공 수업 때 주어들은 지식으로 역관광. 십자군 퇴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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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 글재주가 없는데다가 오유 첫글이라 떨리네요. 맨날 눈팅만 했는데.. ㅠㅠ
혹여나 십자군이라는 용어선택때문에 콜로세움 열리지 않길...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