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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친구의 자취방
게시물ID : panic_800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19
조회수 : 323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5/22 09:09:35

1.

대학 때 혼자 전세방에서 자취하는 친구가 있었다.


술담배를 좋아하고 밥을 잘 먹지 않던 그 친구는 항상 마른 모습이었고,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나와 다른 친구 두 명에게 다가와,


"요즘 나 자다가 귀신 같은 게 눈에 보인다."


"여자냐? 이쁘냐?"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나 혼자 자고 있을 때 방에 귀신이 같이 있나 봐.

 눈을 뜨면 검은 형체가 부엌 쪽으로 휙 나가서 부엌의 창문 쪽으로 사라져 버린다."


"도둑 고양이 아냐? 몸이 허약해져서 너 맛이 간 거야."


"그래서 그런 건지 오늘 좀 확인 좀 해 주라"


"우리 보고 확인해 달라고?"


"요번주 들어 내가 매일 같이 그 형상을 보고 있거든? 그러니까 너희가 오늘 내 자취방에 와서 하루밤만 같이 자 주라."


"좋아.. 그 정도야 별거 아니지. 그런데 술은 니가 사주라. 술 한 잔 하고 자야지."


"얼마든지"


그 친구는 잠시나마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 날 저녁 늦게 수업이 끝나는 한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우리 셋은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그 친구는 방안에 널부러진 잡다한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기 시작했다.


"혼자 살면서 정리 잘 하고 사는구나."


우리 둘은 그 녀석 전세방을 둘러보며 몇 마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전세 2000짜리 집이라 그런지 달랑 방 하나에 부엌, 화장실 뿐이었다.


주인집은 바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주인집은 큰 거실에 방이 세 개 정도 있다고 한다.


주인집엔 40대 부부가 살고 있는데, 자식들은 있는지 없는지 항상 두 부부만 눈에 띈다고 한다.


주인집 현관 계단은 친구방의 창문 옆을 지난다. 그래서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10시가 넘도록 TV를 보던 우리는 우리의 임무수행 방법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 우리가 여기서 뭘하면 되는 거냐?"


"그냥 잠자면서 우리 이외에 누가 있는지만 알려 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좋아.

 그냥 느낌만 있어도 돼. 내가 매일같이 느끼고 보는 게 허상인지 알고 싶을 뿐이야."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솔직히 겁이 났다, '진짜로 뭔가 있으면 어떡하지?'


"근데 이 자식은 수업 끝나면 금방 온다던 놈이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여기 못 찾는 거 아냐?"


처음 오는 사람에겐 다소 복잡한 지형임엔 틀림 없다.


골목길이 복잡하진 않지만 몇 번을 꺽어서 들어와야 되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목적지를 찾기가 다소 힘들 수도 있다.


당시 호출기가 유행이었는데 아무런 통신 장비가 없는 그 친구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창문 옆으로 한 여자가 지나는 것이다.


순간, 자취하는 놈 빼고 우리 둘은 움찔했다.


그 여자는 우리쪽으로 눈을 돌리더니,


"학생, 오늘은 손님들이 오셨나 보네."


그러자 친구 녀석이 대답을 했다.


"예. 같은 과 친구들이예요.."


어두워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어깨까지 늘어진 파마 머리에 약간 마른 미인형 얼굴의 그 아줌마는 아무 표정없이 고개를 돌려 문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주인 아줌마냐?"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줌마가 좀 으시시하다. 표정 변화도 없고."


"저 집이 원래 그래. 아저씨도 무표정이야."


"부부 사이가 별로 안 좋은가 보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얼굴 보기가 힘들어. 싸우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어."


바로 그 때 오지 않던 그 친구가 왔는지 누군가 현관문을 쿵쾅쿵쾅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서 누가 대문 좀 열어 주라."


자취하는 친구 녀석 명령에 내가 나가서 대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 마자 그 녀석이 갑자기 허겁지겁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방향을 잘못 잡아 주인집으로 뛰는 것이다.


"야야!! 거기 아냐. 오른쪽이야!!!"


'저 자식 왜 저래?', 갈팡질팡 하며 친구 방을 찾아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먼저 들었다.


뒤따라 들어간 나는 도착한 친구놈의 숨 넘어가는 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너 왜그래?"


"나 오다가 놀래 죽을 뻔 했다!!"


"왜 그래?"


"오는데... 가로등 밑에 어떤 여자가 서 있는 거야."


"그래서?"


"순간 섬찟해서 그냥 지나치는데 갑자기 뒤에서 그 여자가 '학생...우리집에 가?' 하고 묻는 거야."


"뭐?"


"그래서 난 그 여자한테 나 아느냐고 물어보려고 돌아 봤지. 그런데 그 여자가 없는 거야."


우린 소름이 쫘악 돋았다.


"야!! 내가 본 거 귀신이냐? 진짜 이 집에 나타나는 귀신인 거냐?"


"야 그 여자 어떻게 생겼디?"


"몰라... 그냥 가로등 밑에 서 있길래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려고 했단 말이야."


친구 중 한 녀석이 우는 소리를 냈다.


"으으으으~~~.... 아까 우리가 본 그 아줌마.... 주인 아줌마... 사람 맞어? 아까부터 뭔가 이상했어."


우리는 무서워서 모두 집밖으로 나왔다.


"야 우리 이러지 말고 니가 자취하고 있으니까, 주인집 노크해서 아줌마 있는지 확인 좀 해 봐라."


"이 한밤 중에 주인 깨우라고? 그러지 말고 오늘은 다른 데서 자자. 그리고 내일 내가 주인집에 확인해 볼게."


우리는 이 의견에 모두 동의하고 둘은 집으로 흩어지고 둘은 다른 자취하는 친구집으로 향했다.




2.(完)

다음 날 점심 때 자취하는 그 친구가 강의실에 나타났다.


그 사이 어젯밤 이야기가 반나절 동안 학과생들한테 쫘악 퍼졌는지 그 친구가 나타나자, 주변 학생들이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야! 아줌마 확인해 봤어?"


어제 같이 있던 한 친구 녀석이 물었다.


"아침에 집에 갔는데 아저씨가 막 출근하려고 하더라구."


"그래서?"


"아줌마가 안 보이길래 계시냐고 물으니까 친정에 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언젠데?"


"일주일 되었대.."


"뭐??? 그럼 어제 우리가 본 건 뭐야? 니가 그 여자 주인 아줌마래매."


"그야 나도 모르지. 아줌마 같았으니까."


"너 딴 여자를 아줌마로 착각한 거 아냐?"


"글쎄..."


"그럼, 석우가 봤다는 가로등 밑의 여자는 뭐야? 우리 집 가느냐고 물어봤다잖아"


우리는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튿날 이 모든 정황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그 친구집에 다시 들릴 일이 생겼다.


그런데 주인집에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경찰 2명과 40대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친구 말로는 주인 아저씨라고 한다.


"어이..학생 잘 왔네. 잠깐 이 두 분하고 얘기 좀 하지."


주인 아저씨가 친구 녀석을 불렀다.


"왜요?"


경찰이 꺼낸 얘기는 대략 이랬다.


밤에 동네에 수상한 여자가 돌아 다닌다는 신고가 자주 접수되었다고 한다.


몇 군데는 도둑 맞았다는 신고도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주인 아저씨가 깜박잊고 며칠동안 널어놓은 빨래를 걷으러 뒤뜰에 갔는데, 아줌마 옷가지가 몇 개 없어지고 여기저기 빨래가 널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엌 뒷문을 따려고 나무로 된 부엌 문을 파놓은 흔적이 있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학생은 아무런 피해 없나?"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한 일이 있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친구는 주인 아저씨와 그 두 경찰에게 그 간의 얘기를 죽 늘어 놓았다.


그러자 경찰 한 명이 사진 하나를 내밀며 알아보겠냐고 물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우리가 봤던 그 여자였다.


사람을 찾는 전단지였는데 나이는 40대이고 여자였다.


정신착란 증상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본 건 이 여자다.


친구 말로는 주인 아줌마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의 머리로 짜낸 이야기는 이렇다.


그 여자는 이집 저집을 밤에 떠돌아 다녔던 것이다.


그 날은 주인집에 들어 왔는데 주인 아줌마 빨래를 걷어 입고 그냥 우리 옆으로 지나간 것이다.


이 여자는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친구는 그 여자를 아줌마로 착각한 것이다.


왜 목소리는 알아듣지 못 했는지는 모른다. 아마 평상시 아줌마 보기가 힘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자는 가로등 밑을 지나다가 또 다른 내 친구가 지나가자 잠시 멈추고 말을 건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뒤돌아 보았을 때 가로등 바로 옆으로 이어진 골목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곳 지형을 잘 모르는 그 친구는 그 여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단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자취하는 그 친구 녀석이 최근 밤마다 잠에서 깰 때 본다는 그 검은 형상은 무엇인가?


술담배를 좋아하는 그 친구는 허약하다.


체중도 60kg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이 그 놈이 헛 것을 본 것이다.



리포트를 작성하고 우리는 점심 때 쯤 친구 방을 나왔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오후 수업이 있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그냥 하루 재낄까?"


"정신차리자. 재껴도 남자놈들끼리 뭐하냐?"


날씨는 맑고 쾌청했지만 그 소리를 들으니 우울해졌다.


대문을 막 나서려고 하는 데 친구 녀석이 오줌 마렵다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 주인집은 대문을 열면 작은 정원이 있는데 온통 나무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담 너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안 그 친구는 친구 방 화장실로 가지 않고 정원 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아아아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친구녀석이 튀어나왔다.



"그 여자다!!"



그 여자였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담벼락에 큰 합판 두 개를 A자로 기대 놓고 그 속에 들어가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맨밥에 김치 달랑 하나였는데 그 여자는 우리를 보고도 계속 밥을 입에 우겨 넣었다.


썰지 않은 김치를 세로로 찢어 입안에 우겨 넣어 삼키다가 김치가 목에 걸렸는지 잡고 있던 꼭지를 잡아당겨 입부터 위장까지 길게 늘어진 김치를 쭈욱 다시 꺼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등뒤로 휙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여자를 계속 쳐다봤다.


그 여자는 시선을 계속 우리를 향한 채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여자는 얼마 동안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잡다한 쓰레기들이 그 여자가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앞에 또 다른 집이 불법으로 세들어 살고 있음을 그 동안 주인집이나 내 친구나 몰랐던 것이다.


밤마다 나타난 검은 형상이 혹시 그 여자였을까? 밤마다 친구방을 들락거린 것일까?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 여자는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 뒤로 주인 아저씨는 정원 나무들을 모두 가지치기하여 속이 훤히 보이도록 꾸며놓았다.


아직도 그 여자가 우리를 쳐다보며 밥과 김치를 입에 우겨넣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출처 웃대 sklovemj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C0%DA%C3%EB&searchday=all&pg=1&number=15467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C0%DA%C3%EB&searchday=all&pg=1&number=15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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