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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게시물ID : diet_800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rva
추천 : 6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9/29 0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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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34의 게임 프로그래머입니다.
이런 글을 이런 공개된 게시판에 써보려는 건 여느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제겐 그동안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은 가득했지만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혼자의 다짐을 위해 일기장에 써두기 보다는 나름의 의지를 갖기 위해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써보려하는 것이니 너무 뻘 글이고 게시판에 유용하지 않다 생각되시면 그냥 무시해주십시요. 욕은 너무 무서우니까요.

현재 저는 167cm의 키에 97kg의 체중을 갖고 있습니다.
이 몸무게가 된지는 근 2년쯤 된 듯 하지만 그 전이라고 딱히 정상 체중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이후로는 비만이라는 낙인을 지워본 일이 없습니다. 심지어 군대가서도 과체중까지만 가고 정상 체중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
항상 통통했고 퉁퉁해지다가 이젠 뚱뚱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 제 외모를 비관하거나 내 뱃살을 그리 많이 부끄러워하진 않았습니다.
뭐 남들이 놀리기 전에 제가 먼저 제 배에 대해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풀곤 했으니까요.
그냥 이대로 뚱뚱해져서 살아도 별 신경 안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5년 전 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뒤론 연애도 안했습니다.
전 안 했다고 말하지만 남들은 못 하는 거 아니냐며 살을 빼면 괜찮을 텐데 다이어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들 했지요.
근데 전 딱히 연애에 대한 마음도 없었습니다.
전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연애를 그냥 접어뒀죠.
각설하고, 그만큼 살에 대한 원망이나 비관은 없이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전 이제 다이어트를 해보려 합니다.

슬프게도 연애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나이 서른 넷이나 먹고 퇴근하고 혼자 집에 들어오는 삶이 쓸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게임을 많이 사고 또 많이 하게 되어 남는 시간엔 게임을 하는 것이 낙이라 연애에 대해 잘 접고 살았는데
사람 사는게 자기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져버렸습니다.
매 번 친구들과 후배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던 제가 어느날부터 부러워하게 되고 질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이어트를 해서 그래도 첫 눈에 소개팅에서 딱지를 맞지 않을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가 친척들과 사위될 사람과의 저녁자리에 같이 갈 아들이 후지게 보일까봐 저희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유니클로 매장에 가셨습니다.
개발자로 살면서 딱히 꾸미지 않고 다니는 아들놈에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같이 쇼핑을 하며 이 옷 저 옷을 입혀보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유니클로 매장에 있는 XL사이즈에 옷이 맞지 않는 저를 보시곤 되려 미안해 하시며 점원을 불러 더 큰 사이즈를 달라 하셨습니다.
창피해서 어머니 손을 잡고 매장을 나오며 요즘은 옷이 다 작게 나와서 XL사이즈라 해도 L정도 밖에 안되서 그러는 거니까 그냥 내가 오늘 어머니가 골라준 스타일대로 인터넷에서 옷 잘 사서 입고 나가겠다 했습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는 창피해하는 제게 미안하셨는지 주저리주저리 그냥 아무 말이나 건네셨고 전 그런 어머니께 더욱 죄송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 동생 결혼식 날,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이신 어머니가 키도 크고 훤칠한 사위에 밀려 아들이 초라해보인다 생각되시면 얼마나 죄송하고 죄스러울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철이 들고 단 한번도 안 해봤던 다이어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 삶에 최초로 정상 체중이 되어 어머니가 사주시는 옷을 잘 입는 아들도 되고 어디 내놔도 나쁘진 않을 오빠가 되고,
이를 닦다 치약을 흘려도 가슴이나 배가 아닌 발등에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 합니다.
내일은 런닝화를 사고 헬스에 등록하려 합니다.
제 인생 최초로 제 의지를 갖고 등록해보는 헬스장이겠네요.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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