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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는 두 발굽을 부딫혔다.
“좋아, 좋아. 그러니까, 정리 해 보자고. .... 넌 늑대고.”
“할머닌 포니고.”
“포니 잡아먹고.”
“마법 쓰고.”
“싸가지 없고.”
“...... 늙은이가 젊은이한테 늘 하는 얘기 하지마. 어차피 우리도 늙으면 젊은이들한테 할 얘기겠지만.”
클로버는 잠시 고민해보고 그것이 맞는 말이란 사실에 동의했다. 그녀의 스승인 스타스월도 자신보고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자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실을 무시했다. 어쩌라고. 결국은 자기도 할 소리 아닌가. 여태껏 자신도 들어왔고, 그렇기에 자신은 정당하게 그 말을 할 권리가 있다.
“넌 싸가지 없어.”
“인정할게. 그리고 할머니도 마찬가지야.”
“인정하지. 하여튼, 지금 우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냐?”
클로버는 약간 걱정스러웠다. 솔직히 늑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하는 지성체가 또다른 말하는 지성체를 잡아먹는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포니잡아먹는 괴몰 늑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자신의 앞에 있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 공포가 수반되는 사태였다.
게다가 날씨의 여건 또한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방금 전부터 몰아치던 눈보라는 가면 갈수록 심해져 이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장막이 쳐진 듯 했고 추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법을 너무 오래 유지한 탓에 두통 또한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클로버는 내심 기대하며 그 젊은 늑대에게 의견을 물었고 젊은 늑대는 눈을 굴렸다.
“...... 솔직히...”
“... 솔직히?”
“없어.”
클로버는 발광하기로 마음먹었다.
“...망할! 이런 멍청한 것아! 네가 살던 곳이지 않냐? 그걸 모르겠어? 이런 멍청한 놈!”
“시끄러. 젠장, 나도 혼란스럽다고! 눈보라가 제대로 몰아치기 전에 돌아갈 생각이었어. 이런 눈보라 속에서는 아무리 노련한 늑대라도 살아남기 힘들단 말이야. 멍청하게 저 거지같은 절벽에만 안 빠졌더라면 포니 한 마리 잡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단 말이야!”
“뭐? 포니를 잡아?”
“제길, 할망구. 솔직히 내가 발만 이 모양 이 꼴만 아니었더라도 당신은 죽은 목숨이었어.”
“마음에 드는구나, 애송아. 그래, 목이라도 잘라줄까.”
클로버는 위협적으로 뿔을 들이댔고 늑대는 그녀의 눈을 피했다.
“...... 젠장. 도대체 그 마법이란게 뭐야? 난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
“난 여기에 유니콘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아, 혹시 어스포니들밖에 없나?”
“유니콘? 어스포니? 그게 뭐야.”
“...... 페가수스. 유니콘. 어스포니. 몰라?”
“몰라, 모른다고. 난 솔직히 처음으로 포니랑 대화하는거야.”
“뭐?”
“어떤 미친놈이 자신의 밥거리랑 대화를 하겠어. 당신들도 밥거리랑 대화하진 않을 거 아니야.”
클로버는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들도 식물들과 대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쪽에서 말을 걸어오지는 않나?”
“미쳤네. 우릴 보면 피하지 말을 걸어오겠어? 생각을 해봐.”
“미안하네. 하지만 너도 내 입장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는데. 너도 ‘포니’랑 처음 대화하는 거겠지만, 니 말에 따르자면 ‘먹거리’랑 말이야. 나도 말이지, 포니를 먹는 지성체는 처음 만나봤단 말이다.”
“응? 거기 늑대 없어?”
“없어. 없다고. 난 이 설원에 처음 와봤고 모든 것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처음 봤고 포니 먹는 미친 괴물들도 처음 봤고 이렇게 미친 듯이 내리는 눈도 처음 본다고. 태아가 된 느낌이다. 젠장, 미치겠네!!”
클로버의 마지막 고함을 끝으로 그들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자신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이 대화고 의사소통이지만 그 대화를 나누는 주체들이 주위에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자신을 생각한다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그들은 한동안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민하고, 책임 전가했다. 클로버는 대체로 푸딩헤드에 대한 거대한 분노를 쏟아내었고 늑대는 늙은 늑대들에 대해서 분노를 쏟아내었다. 책임 전가만큼 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동안 하다보면 그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사실에 홀가분하게 되며(물론 그것이 결국 자기 합리화란 사실을 알게 됬을 땐 꽤나 큰 고통이 뒤따르지만) 나름 기분조차 좋아진다.
그렇기에 방금전 보다는 유쾌한 기분으로 두 지성체는 다시 대화의 문을 열었다.
“좋다고, 어이 늑대 친구. 이름이 뭐야.”
“상당히 좋은 질문이네요. 유니콘 할머니. 우리가 만난지 1시간 정도는 족히 지났다는 사실은 아시는지?”
“그래 얼간아. 아니까 말해봐.”
늑대는 입을 달싹였다.
“......”
“뭐?”
“......프요.”
“뭐라고? 크게 말해라. 늙은이라고 일부러 작게 말하는 거냐?”
“울프(Wolf)요...”
“그거, 참... 정직한 이름이군.”
물론 울프도 하고픈 말이야 많았다. 보통 2-4마리를 낳는 늑대 사회에서 10마리나 낳은 어머니가 10마리 전부에게 창의성이 있으며 어감이 좋고 또한 의미마저 훌륭한 이름을 짓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이 이리도 정직한 이름이 됐다는 것 말이다. 또한 자신의 형제들의 이름은 더욱 가관(예를 들자면 여섯째는 식스(Six), 막내는 소 비 잇(So B. It))이라는 여담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집안의 이를테면 속사정이었고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과도 같은 얘기였다. 그렇기에 울프는 상대의 이름에 트집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는 당신 이름은 뭔데요?”
“클로버.”
“예?”
“클로버.”
“당신들 초식동물이잖아요.”
“그렇지.”
“...... 그러면 우리 식으로 치면 뭐... ‘포니’정도로 지었다는 소리 아니에요?”
“우린 그렇게 이름에 연연하지 않거든. 예를 들자면, 내 절친한 악우 ‘푸딩헤드’가 있지.”
“... 그 포니 좀 머리가 등신일 것 같군요.”
“이름만 듣고 속단하지 마. 초월적인 등신이니까.”
이러쿵 저러쿵, 두 지성체는 살길을 모색해보기로 했다네. 어떻게? 음, 뭐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고, 무작정 걷기를 시작했다는 말이야. 물론 아주 무작정은 아니었어. 일단 목표는 있었으니. 눈을 피할 곳을 찾는 것 말이야. 뭐 그딴 목표가 있냐고?
그거야 자네가 눈발이 몰아치는 설원에 있어보지 않아서 하는 속편한 소리이고 말이야.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내리는 눈 속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목표야 뭐 몇 개 되지도 않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웃기는 동반자지. 한 녀석은 먹이고, 한 녀석은 포식자인데 포식자는 불구나 다름 없는 상태고 먹이는 마음만 먹으면 포식자를 얼마든지 사망 사태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포니였으니까.
어찌되었든 그 애매모호한 상태 덕에 두 사람의 평화는 나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네. 하늘도 이 기묘한 동반을 계속해서 보고 싶었는지 동굴 하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행운을 배풀어 주었거든. 좋은 일이라고? 아하하, 부디 농담은 가려서 하게.
어디 세상이 자네 좋은 꼴 보여준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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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나면 상당히 적어보입니다. 늘 그래요.
여전히 슬럼픕니다. 으으... 힘드네요...
봐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말없이 올라가는 조회수는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네? 그냥 재미없어서 뒤로가기 누른거 아니냐고요? 우하하하핫.
천기누설입니다.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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