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세월호 참사때문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사실 조심스러웠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통해 앞으로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필자를 이런 글을 쓰도록 하였다.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의 목표는 당연히 당선일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경쟁이 발생하는 법. 이번에도 정해진 자리를 놓고 선거를 하게 되면 선출된 후보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낙선의 쓴 잔을 들이켜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후보들의 교차하는 희비는 각 정당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떤 정당은 대대적 승리로 인해 앞으로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 크나큰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떤 정당은 이번 선거로 인해 아예 간판을 내려야 할 지도 모를 정도의 결정적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선거라는 것은 여론 및 시사현안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라 이를 무시하고 각 정당별 유불리 및 전망을 한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주요 시사 현안과 함께 이런 변수들이 각 정당에게 미칠 유불리, 그리고 지방선거에 따른 앞으로의 정국 예측 등을 간략하게 해 보았다.
연전연승 신화, 이번에도 이어질까 - 새누리당
새누리당에게 지난 몇 년 간은 참으로 꿈만 같은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보궐선거. 나서는 선거마다 모두 연전연승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지난 2012년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그간 각종 선거에서 큰 변수 중 하나였던 충청권의 민심을 흡수한 것도 새누리당에게 날개를 달아준 한 가지 요인이었다. 그야말로 꿈만 같던 지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각종 선거 과정에서 잡음과 국정원 개입 의혹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를 둘러싼 의혹들이 더 커진 상태이다. 게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 및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병폐와 새누리당 당직자들과 관료들의 추태는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에 큰 오점을 남기며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선거인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영남권 및 강원도, 충청권 등에서의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압승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오거돈 전 장관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서울시장 경선 도중 정몽준 후보의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빚어진 논란 및 권은희, 한기호 의원 등의 경솔한 언행 등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그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새정치민주연합이나 통합진보당 못지 않게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상태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현 집권여당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현재 집권여당이자 원내 제 1 정당답게 이번 지방선거에도 가장 많은 후보를 등록시켰다. 게다가 우파쪽의 세가 사실상 총집결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그 어느 정당들 보다도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 뻔하고, 더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상사가 빚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새누리당 전체의 이미지는 타격이 갈 것이 뻔하다. 물론 이것은 야당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은 현재 처해있는 위치와 지위를 고려했을 때 그 타격이 더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현재 후보들 및 관료들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추악한 행태의 중심에 새누리당이 있었던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거망동 하였다가는 지난 한나라당 시절 겪었던 최악의 참패인 2004년 총선이나 2010년 지방선거 이상의 패배를 기록할 것이다. 물론 이를 잘 수습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사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앞으로 새누리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앞을 막을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사실상의 독주 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쟁하는 야권 측에서는 이것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실험, 그 결말은? - 새정치민주연합
지난 3월 26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만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으로 닻을 올렸다. 무려 130석의 원내 제 1야당. 처음에는 새정치의 중심이었던 안철수의원과 제 1 야당으로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새정치연합의 만남이었기에 기대도 많았다. 비록 지난 몇 년 동안 반여투쟁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것과 당내 갈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민주당이었지만 호남 지역에서의 지지세는 여전히 건재했고, 더구나 새정치의 아이콘으로서 부상중이었던 안철수 의원을 품은 것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후 새정치연합이 보여준 행보는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애시당초 두 세력이 함께하는 전제조건으로 내걸은 기초선거 무공천에서부터 당내 반발여론이 터져나온 것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으나, 당 외부 지지세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결국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공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오자 결국 철회하기에 이른다.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기초공천 무공천으로 인해 지도부가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데다 이로 인해 발생한 정당 내부에서의 갈등을 치유할 새도 없이 선거체제로 전환해야 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이로 인한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이번 선거는 새정치연합에게는 배수진과도 같은 의미를 지닐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새정치연합은 전신이었던 민주통합당 및 민주당 시절을 포함해서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기록했다. 특히 대통령선거에서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초유의 스캔들이 터졌고, 이것에 당운을 걸고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유야무야되는 바람에 상당수의 일반 시민들이 민주당에 유달리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인 댓글이 창궐하는 인터넷 여론만을 보고 민주당에 등을 돌려버리는 상황까지 빚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무공천 논란에서부터 삐걱거린 새정치연합은 결국 우려대로 광주시장 후보 선출에서 전략공천으로 인해 촉발된 갈등이나 안철수 대표 측 인사들이 경선에서 전멸하다시피한 상황 (경선 없이 추대된 제주지사 신구범 후보와 전략공천된 광주시장 윤장현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 경선에서 패배했다.)을 맞이했다. 특히 광주시장의 경우는 강운태, 이용섭 후보가 탈당하여 무소속연대를 결성하면서 새정치연합에겐 큰 위협이 되는 상황. 당내 갈등이 표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광역단체장 후보가 이럴진대 기초지자체선거나 광역의원 선거에서 잡음이 있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는 겨우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새정치연합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호남지역 정당을 넘어 전국정당을 추구하는 새정치연합에겐 지역주의는 타파해야 할, 그리고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산일 뿐이다. 또한 과거의 이미지를 씻고 다시 새출발하겠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확실하게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당명에 있는 새정치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분골쇄신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김한길 대표가 당내 주류 계파인 친노 진영과 매우 큰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고 또 당 안팎의 시선도 굉장히 곱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그의 대한 평가는 지방선거 이후로 일단은 미루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진보, 위기에서 답을 묻다 - 통합진보당, 정의당
지난 2011년, 통합진보당이 출범했을 때에는 다양한 세력을 아우른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 새 역사를 써 줄 것이라 믿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 국회 의석수인 13석을 확보하며 자유선진당 (현재는 새누리당과 합당)을 제치고 일약 원내 제 3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후 진보정당들의 행적은 매우 처참했다. 통합진보당은 당내 경선 부정사태와 종북 세력 논란 속에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것도 모자라 설상가상으로 정당해산 가처분신청이라는 날벼락까지 맞으면서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1% 내외, 잘 나와야 2~3% 내외에서 움직일 만큼 원내 제 3 정당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인다. 당내 경선 부정사태로 인해 이들과 결별하고 옛 국민참여당계 및 진보신당 탈당파가 주축이 되어 꾸린 정의당은 정작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통합진보당보다도 인지도 및 지지율이 더 낮은 등 오히려 더 상황이 좋지 못한 처지이다. 당 내 유일한 지역구 국회의원인 심상정 의원과 천호선 대표 및 노회찬 전 의원, 조승수 울산시장 후보 등 인터넷 상에서는 많은 지지를 받는 걸출한 스타급 정치인들이 제법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통합진보당만도 못한 인지도와 기성 정당들과의 정책의 차별성 부족은 정의당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지금 이 같은 상황은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상황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는데, 5월 14일 현재 통합진보당은 세종시장과 충남지사 정도를 제외한 전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냈지만 정의당은 겨우 5명(인천시장, 대전시장, 대구시장, 울산시장, 경북지사)의 광역단체장 후보가 등록했을 뿐이다. 이외에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통합진보당 55명 정의당 14명, 광역의원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160명 정의당 14명, 기초의원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302명 정의당 95명 등 여러 모로 놓고 봐도 현재 세력 및 지지기반이 통합진보당이 정의당보다 더 확고하고 또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도 더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진보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바꾸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해보인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이나 녹색당 등과의 연대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각 정당들이 각자 생존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사태가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적이 있는데, 당시 진보성향 후보는 이정희(중도사퇴), 김소연, 김순자 무려 3명의 후보가 등록한데다 다른 후보들은 물론 진보성향 후보들은 자신들끼리도 서로 독자생존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된 공약만으로 승부하다 결국 그 어느 후보도 제대로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어필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정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서 진보정당의 미래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반전에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진보정당들이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방선거, 우리도 있소! - 기타 정당
이번 선거는 앞서 소개한 원내 4정당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이외에도 노동당, 녹색당, 새정치국민의당, 한나라당, 겨레자유평화통일당 등 5개 원외 정당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당선을 위해 있는 것. 이렇다할 유명인사가 없는데다 인지도에서도 큰 난관에 부딪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들 군소정당들은 선거를 완주한다 하더라도 결국 현실의 큰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군소정당들의 공약은 기성 정당들에 비해 더 파격적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과연 이들은 어떤 전략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까?
이번 선거에 나서는 군소정당들 중 가장 큰 세를 자랑하는 정당은 노동당이다. 5월 14일 현재 노동당은 각각 광주시장과 울산시장에 이병훈, 이갑용 후보 및 울산 동구청장을 노리는 손삼호 후보를 비롯해 광역의원 48명, 기초의원 29명 등 총 80명의 후보가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낸다. 녹색당은 과천시장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뽑힌 서형원 후보와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8명 등 총 12명의 후보로 이번 선거를 치른다. 이 두 정당은 정의당 내지 통합진보당보다도 더욱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정당들로서 노동당은 사회적 약자 배려 및 노동환경 개선을, 녹색당은 친환경 및 지역사회 밀착형 정책을 주로 내세워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 두 정당은 서로 연대하여 지난 1월 정당인가 취소제도의 위헌판결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이들 정당들은 원내 정당인 통합진보당 및 정의당과 같은 진보 성향 정당들이기 때문에 앞서 지적한대로 진보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상대로 정당명칭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화제가 된 새정치국민의당은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박진우 후보를 포함해 기초자치단체장 5명,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5명 등 총 13명의 후보가 선관위에 등록했다. 이들은 자신들이야 말로 진정한 새정치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지만, 정책과 당의 이념이 다른 군소정당들에 비해 차별화되지도 못한데다가 기존 거대 정당을 연상시키는 정당명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파 인사들 및 무소속 후보들을 대거 받아들여 세를 불리는 모습이나 거대 양당에 대한 양비론적 네거티브 언론플레이는 과거 2000년 총선 당시 급조된 정당이었던 민주국민당을 생각나게 해서 자신들이 진정한 새정치라는 주장에조차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 외에는 한나라당의 박호원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했고, 같은 당의 오흥범 후보가 인천광역시 남구 구의원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겨레자유평화통일당의 정재복 후보가 노원구청장 선거에 얼굴을 내민 정도다.
물론 이들 군소 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보인다. 특히 대선거구제를 적용하는 기초의원 선거는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지만 자치단체장 후보에서 이들 정당들의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은 양당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즉 불가능한 임무에 가까운 일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하지만 이들은 원내정당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다윗의 심정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