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올 음력 5월 11일도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마흔 여섯,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에 떠난 당신을 원망하기도 많이 원망하고 애통해하기도 한참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떨리는 등을 볼 때, 당신이 미웠고. 피로에 지쳐 잠든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 당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살아서도 자식들에게 한 번도 당당하지 못해서, 그러면서 자식들을 너무 사랑해서 항상 술로 살았던 아버지. 올 6월 30일. 당신의 무덤에 찾아갈 생각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술 한 병과 함께요. 그곳이 따스한 곳인지. 춥고 괴로운 곳인지는 모르지만. 꿈에 나온 당신의 살아 생전 하나뿐인 아들에게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너무나 밝은 미소에 그곳이 당신에게는 이 세상보다 더욱 편한 곳이리라 믿어봅니다. 아버지. 6월 30일. 음력 5월 11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