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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주의] 자살
게시물ID : panic_801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법의대격변
추천 : 4
조회수 : 27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27 01: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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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TV소리가 시끄럽다. 일방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기계는 지금 킬링타임용 프로를 하고 있다. 문득 거울이 눈에 비친다. 눈 아래 짙게 깔린 다크서클과 비쩍말라 곧 쓰러질 듯 보이는 폐인의 모습. 그 모습으로 TV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친다. 혐오스럽다. 아니, 혐오 그 이전에 허무하다. 대체 나는 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지독하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죽음, 막연한 두려움이 전해오지만, 그래도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 자체는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죽음으로서 세상은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겠지.
 '폐인은 그저 쓰레기 일 뿐이니 밖으로 나와라.'
 아마 그 정도의 말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위해 나를 이용하겠지. 그저 그런 세상이다.
 "하, 쓰레기 새끼."
 어차피 자살은 자살이다. 죽으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세상이 나에대하여 어떻게 떠들어대는지, 그것이 동정일지 비난일지, 모두 모른다.
 "그러니 마음도 편하겠지."
 책상 서랍에서 녹이 잔뜩 슨 커터칼을 찾아내었다. 그것으로 손목을 그어본다. 섬뜩한 오한이 칼로 그은 부분에서부터 전신으로 뻗어간다. 손목에서 검붉은 피가 솟아오른다.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있자니 추악한 상상들이 머리 속에 자리잡는다.
 살인, 폭력, 토막난 인간, 피로 칠해진 방, 폭동, 그 안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과 우는 사람들. 놀랍도록 선정적인 장면들이 머리속을 헤집는다. 결국 나는 이런 인간이다. 죽어가면서 조차도 이렇게까지 추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눈 앞이 흐려지고, 머리 속 역시 흐릿해진다. 이제 곧 나는 이 세상과 작별한다.

 

 '안녕. 지옥에 온 걸 환영해.'

[ 세상에서 떠나기 전 내가 상상이라 생각했던 것은, 모두 나에게 인사를 건넨 그자가 서있는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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