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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들은 안동 여행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0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합천한우
추천 : 18
조회수 : 3010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5/27 02:49:34
해군에서 함정근무중인 수병입니다

원래 공갤 눈팅은 자주 했는데 마침 군대에서 선임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번 적어봅니다

제 선임은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차를 타고 이리저리 여행을 자주 다녔었습니다.

군 입대 전에 어쩌다 안동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분 여행 스타일이 남들이 다 말하는 유명장소만 가보지 말고, 자기가 직접 구석구석 찾아보자는 주의입니다.

이리 저리 둘러다니다보니 안동 외곽에 나와있었는데, 논밭 사이로 외길이 쭉 나 있고 그 끝단에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선임은 '밤도 다 되어가는데 이 마을에서 밥이나 얻어 먹고 잠도 해결하고 가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를 끌고 마을 앞까지 가면 왠지 밥을 얻어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차는 외길 갓가 수풀 뒤에 세워두고 걸어서 마을로 갔습니다.

걸어서 마을까지 가 보니, 불 켜진 집이 몇 없었습니다. 불 켜진 집 중에 제일 가까운 집으로 갔습니다.

그 집에 가서 계십니까 하고 불러보니 한 아주머니가 집에 계시더랍니다. 아주머니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무전여행중인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혹시 식사라도 한끼 할 수 없겠냐 하고 여쭈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어제 제사를 해가지고 제사음식이 많은데, 그거라도 먹으라며 식사를 대접해주었답니다.

밥을 먹고 난 다음, 잘 곳을 해결하기 위해 아주머니에게 마을 회관에서 혹시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겠냐고 여쭈어봤더니,

아주머니는 자기가 이 마을 부녀회장인데, 마을 입구에 안쓰는 창고 하나 있다고 열쇠 뭉치를 주며 그 안에서 자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임은 열쇠를 받아 마을 입구로 가보니,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굉장히 낡은 창고 같은게 하나 있더랍니다.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보니 먼지도 굉장히 많고, 한동안 쓰지 않은 듯 했습니다.

굉장히 피곤했기에 대충 먼지를 훔쳐내고 거기서 누워 자고 있는데, 대략 새벽 1시 쯤에 갑자기 소름이 돋아서 잠에서 깼다고 합니다.

눈이 어둠에 서서히 적응 해 가니, 작은 유리 창문 너머로 사람의 실루엣 같은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

곧 그 실루엣은 사라지고, 갑자기 창고 문을 누군가가 마구 두드리며 "당신 뭐해! 누구야! 빨리 거기서 나와!" 하며 소리를 질렀답니다.

너무 무서웠지만, 사람이든 귀신이든 쫄면 지는거라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어보니 한 아저씨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 젊은사람이 여기서 뭐하는거야? 여기서 잠을 왜 자! 문은 어떻게 열었어? 빨리 나와!" 라며 윽박지르는 겁니다.

그래서 선임이 "아니, 아저씨. 진정하고, 뭐때문에 그리 뭐라하십니까?" 라고 물어보니 아저씨는 그냥 빨리 나오라는 것입니다.

왠지 선임은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뭐 때문에 그러시는지 말씀부터 해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라고 하니 아저씨는

"총각, 여기가 뭐 하는 곳인줄 알아? 사람 죽으면 염습하는데야! 산 사람이 이런 데서 잠 자는거 아니야!" 라며 화를 냈답니다.

그러자 선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저기 저 위에 마을 부녀회장이 여기서 자면 된다면서 열쇠도 줬는데 무슨소립니까?" 라고 하니

아저씨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뭔소리야, 우리 마을에는 부녀회장 없어." 라는 겁니다.

자다 깨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이해도 안가고 무슨 일인가 싶어 선임은

"지금 뭐라는 건지 하나도 이해도 안가는데, 그러면 저 위에 그 부녀회장이라는 아주머니랑 같이 얘기를 좀 해봅시다, 아저씨."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아저씨는 "안속네?"라며 그냥 마을 쪽으로 걸어가더랍니다.

선임은 갑자기 느낌이 쌔한것이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뒤도 안보고 자기 차로 걸어갔습니다.

뛰면 뒤에서 아저씨가 쫒아오고 그럴 것 같아서 걸어서 차까지 간 다음, 열쇠로 차 문을 열고(스마트 키로 열면 불빛이 나와서 그랬답니다)

그 안에 숨어서 문을 꼭 잠그고 한숨 잤답니다. 해가 뜰 쯤에 잠에서 깨고, 차에 시동을 걸어 집으로 가려는데

차를 돌리려면 어쩔 수 없이 외길 끝까지 가야 했기에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는데


어제 자신을 깨운 그 아저씨와 부녀회장이라던 아줌마가 같이 그 창고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차를 빤히 쳐다보더랍니다.

너무 무서워서 차를 돌린 뒤 그냥 앞만 바라보고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밤에 당직서다 직접 선임한테 들었을때는 엄청 무서웠는데, 글로 써보니 조금 느낌이 다르네요...

여러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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