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작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게시물ID : comics_8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기꾼
추천 : 10
조회수 : 348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07/21 00:43:16
만게엔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어줍잖은 글쟁이 지망생이지만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선 몇 가지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문체(그림 그리시는 분들껜 그림체가 되겠군요), 플롯, 긴장감, 캐릭터, 독자와의 밀당(?) 등등,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만일 저보고 특히 중요한 한 가지 요소만 골라라 하신다면 저는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꼽겠습니다.

본질을 파악한다는 것,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어떠한 사물을 보았을 때 몇 번씩 생각하고, 고찰하고, 통찰하고, 성찰해야하는 것은 물론, 이 각도에서 바라보고, 저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 사건을 예로 들자면)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일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메갈의 시각으로도 바라보고, 하튼간 수도 없이 많은 생각을 한 끝에야 겨우 한 줄 적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작가님들한테는 그런 생각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SNS의 가장 큰 폐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쓴 글 한줄이 많은 독자들에게 쉴드를 받고, 또 이렇게나 파장을 일으키다니요.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보이콧하겠다.'라고 쓴 어떤 작가님에겐 정말 아연실색했습니다. 작가는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건이 하나 있다면 사건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인물을 만난다면 인물의 본질을 꿰뜷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비판을 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사람이 나에게 비판을 하는지 성찰을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1베충'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런데 '어? 너 나한테 욕했어, 너 1베충이야.'라고 단절을 하다니요. 일반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들입니다. 작가들은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그 능력 하나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성찰이 없고 본질을 파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쓰는 글과 그림은 아무리 아름답고 잘 쓰여졌을 지라도 독자들에게 왜곡되게 전달됩니다. 이번에도 어떤 웹툰을 쓰시는 작가님께서 그런 말을 함에 따라 작가님이 만드신 작품이 통째로 재평가되고 있지 않습니까. 왜곡되게 전달된다는 것은 작가로서 독자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입니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작가가 무엇을 쓰더라도 아무 비판없이 받아들이곤 합니다. 작가가 전달한 왜곡된 메세지는 종래엔 독자들과 작가의 사회를 왜곡시킵니다. KKK를 미화한 '국가의 탄생'과 나치를 미화한 '의지의 승리'가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작가는 누구보다도 성찰을 중히 여겨야 합니다. 대상이 있다면 몇 번이고 고민을 하면서 바라봐야 합니다. 왜냐면 독자들이 저희에게 기대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거든요. 그러기에 독자들이 우리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SNS는 그것을 하지 못하게 막고있죠. 짧은 글과 제한된 글자수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모두 충분하게 전달하기엔 무리입니다. 남의 주장을 100% 받아들이기에도 적절치 않습니다. 많은 글쓰기 지도교수님들이 SNS를 멀리하라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글로 먹고 사시는 분들이 200자 이내의 짧은 글에 현혹되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합니까.

어줍잖은 진영논리에 휩쓸려, 어줍잖은 계몽주의에 고양되어, 본질을 통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몇 번이고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여 써야하는 것이 글입니다. 비록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글이라도, 그것이 남에게 보여진다면 평소보다 배는 더 생각하며 써야 합니다. 작가는 특히 그래야 합니다. 그게 우리 밥줄이니까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