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위에 자주 눌리는 편이다. 고등학생 때는 수업시간에 자다가 가위눌린적도 있다. 그때 자는 거 깨우러 온 선생님 덕분에 가위에 깼었다. 깨자마자 선생님 손을 붙잡고 "고맙습니다"라며 펑펑 운 적도 있다.
가위에 자주 눌리고 나니 막상 귀신을 봐도 별로 무섭지 않다. 사실 귀신은 공포영화나 괴담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무섭게 생기지 않았다. 그냥 전날 과음한 사람처럼 기운없고 축 처진 몰골이다.
귀신이 나타나 가끔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한번은 귀신이 나에게 "놀자..이히히히"라고 말해 "꺼져 ㅅㅂ"이라고 답해주니 가위가 풀린 적도 있었다. 귀신이 거는 장난이 두렵진 않지만 절대 장난에 응해주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히 귀신이 장난걸면 짜증내며 욕을 싸질러준다. 그러면 왠만한 가위는 다 풀린다.
이번 가위도 특별할 것 없다. 그저 꿈이 좀 디테일했다. 이 방은 내가 자던 방이 아니다. 장소 자체가 바뀌는 꿈은 또 처음이다. 그런데 서늘한 이 기분은 분명 가위 눌린거다. 이 정도 서늘함이면 귀신이 나타날때가 있다. 이번에도 진탕 욕을 싸질러줘야겠다.
그래, 저기 귀신이 온다. 역시 귀신답게 흰 옷을 입고 전날 과음한 것처럼 축 처진 몰골의 50대쯤 돼 보이는 마른 체격의 아저씨다. 옆에 또 몇 놈 달고 온다. 귀신이 떼로 나타나는 일은 흔하다. 떼로 나타난다고 뭐 달라질 것 없다. 역시 욕지거리 진탕 해주면 된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 원래 술 취해서 잠들면 가위 안 눌리는데... 분명 어제 술 많이 마셨는데... 클럽에서 부킹한 현지 여자들이랑 방 잡고 술 진탕 마시고... 메이라는 애 따먹으러 들어간 건 생각나는데... 안 취했나? 그런데 왜 한 기억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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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통나무 뭐야?"
"한국인 관광객이야. 메이가 한 건 했어"
"어디보자아~ 체격 좋고, 젊으니깐 신장하고 간도 튼실하고, 안구도 좋고... 병 없지?"
"응, 의료기록 보니 멀쩡해"
"그래 그럼 빨리 하자구... 어제 술 마셨더니 죽겠다. 어서 끝내고 해장해야지"
"거 보스한테 메이 좀 두둑히 챙겨달라 그래. 걔가 일을 잘해"
"왜, 메이가 더 달래?"
"아니, 애가 열심히 하잖아"
"알았어, 걱정마 흐흐흐. 자기 새끼 더럽게 챙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