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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합숙소에 있는것에 대한 소아정신과 전문의 의견이에요
게시물ID : sewol_289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드봉다리
추천 : 4
조회수 : 7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5/16 23:21:19
서천석의 마음연구소 



정의로운 의도와 2차 가해  이런 경우를 생각해본다.   세 명의 소녀가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심각한 수준의 성폭행을 당했고 이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범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여학생에 대해서만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학교에 나오지도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았다.   그 여학생은 임신을 하고 있었다.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 아닌 별개의 임신이었다. 이런 사실이 병원의 치료 과정에서 밝혀졌고 여학생과 가족은 심각한 충격을 받았으며, 서로 갈등을 겪게 되었고, 임신에 따른 출산을 위해 보호시설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알려질 수 없고, 알려져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가여운' 여학생이 사라져 보이지 않으니 뭔가 심각한 상황이 아니냐며, 왜 이 학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학생을 진료한 병원에서는 특별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안전한 곳에 있다고 설명하였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학생이 죽은 것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왜 가족도 나서서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냐는 말도 나왔다.   사람들의 정의로운 관심이 이런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재난과 트라우마에서 종종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 학생이 왜 숨었는지 궁금해하는 뭇 사람들에게 발표해야 할까? 누구나 그렇지는 않다고 말할 것이다. 학생에게 너 때문에 지금 사회 여론이 좋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너의 안전함을 알리기 위해 네가 전화 인터뷰를 하라고 권해야 할까? 그것은 여학생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다.   정의로운 의도가 실제적인 정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트라우마가 있으면 항상 피해자에게 초점을 두어 그들이 덜 상처받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실제적인 정의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한 달이 지났다. 우리 사회에서도 위에서 말한 가상의 일이 벌어질 수 있고, 또 일부 벌어지고 있다. 다들 피해자 문제를 말할 때는 자기 말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단원고의 2학년 아이들이 지금 계속 모 연수원에서 합숙을 하면서 수업을 받고 있다. 초기 열흘은 심리 회복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하였고 지금은 학과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방과 후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치유 과정을 돕고 있지만 일단 집과 학교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을 집과 학교로 빨리 복귀시키는 것이 치유에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학교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초반 열흘은 몰라도 그 이후의 합숙 연장은 부정적이라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신문기사 http://goo.gl/eUMq4Z 한국일보). 하지만 합숙을 결정한 것도, 연장한 것도 학부모들의 강력한 의지에 의한 것이다. 게다가 그런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다른 대규모 집단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부 가정은 부모의 안정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아이들을 그냥 집에 둘 때 아이들은 사실 상 방치되는 것이며 안전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집에 데려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사는 동네는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이 사는 바로 그 동네다. 옆집의 아이는 돌아오지 못하고 이 아이들은 살아온 것이다. 유가족 분들의 심정은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이성적으로는 살아남은 아이들은 살아남은 대로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길 바라겠지만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원망의 마음, 분노의 마음이 향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럴 때 만약 생존자 아이들이 그런 분노의 대상이 된다면 아이들은 과연 지금 상태에서 견뎌낼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죄책감이 더 크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도 대단한 것이다. 동네를 걸을 때마다 미안하고, 안쓰럽고, 죄책감을 느껴 그 곁을 지나가기도 어렵다. 부담스럽고,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아지고, 이런 시간들이 치유를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복잡한 사정이 아이들을 집에 못 데리고 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전문가들도, 교육청 등 관계자들도 부모들의 의견,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방법을 찾으려 한다. 사실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 자체도 피해자 분들이 보기에 유쾌한 일은 아니다. 맞벌이니, 죄책감이니, 두려움이니 왜 그런 핑계를 굳이 남 앞에서 읊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인터넷에는 어제부터 아이들이 연수원에 있는 것에 대한 온갖 음모론이 판친다.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게 하려고 가둬둔다는 말도 나온다. 잠시만 생각해봐도 부모들이 보호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도 묻고 싶다. 하지만 음모론은 합리적 설명을 해도 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어제의 음모론만 해도 연수원에 있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해도 그것이 자발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서 이렇게 굳이 불필요한 설명을 하게 되고, 그럼에도 음모론이 가라앉지 않으면 결국 피해자가 앞에 나와 설명할 상황이 올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2차 가해를 만드는 일이다. 2차 가해는 이렇듯 순수하고 정의로운 궁금증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이런 상황 전개가 다소 우려된다. 피해자와 관련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특히 그들 스스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그것이 자신의 상식과 판단에 맞지 않더라도 한번만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자. 

 

신중한배려가 필요하다는 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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