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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산문-마지막 사진
게시물ID : readers_8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쟁이oO
추천 : 1
조회수 : 1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30 13:38:30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여자의 작은 손을 조금 넘어서는 크기... 여자는 사진을 보며 한참을 웃더니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눈 위에 들어누웠다. 여자의 표정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고 일요일 아침 소파위에 이불도 개지않고 늦잠을 자는 사람처럼 조금의 잠을 더 청하는 것 같았다.
 
 여자와 일행들이 히말라야 등정을 위해 네팔에 도착한지 하루가 지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8시간도 채 안되었다. 모두들 등산인으로써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에 간다는 것에 너무 들뜬 나머지 쪽잠 한 번 제대로 청하지 못한 지라 몸이 고단했을 법한데... 나머지 일행들은 여자만큼 피곤하진 않았나 보다. 아직 오후가 되지도 않은 시간부터 술 마시러 간다는 쪽지를 남긴거 보면 말이다. 물론 여자도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자유시간을 숙소를 지키는데 쓸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이 좁은 공간에 썩히기엔 너무나 날씨가 화창했고 구름 떼가 무리지어 행렬하는 광경은 이 곳에서 흔치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여자는 아직 행선지를 정하진 않았지만 일단 잠옷 위에 코트 하나 걸치고 숙소 밖을 산책하기로 했다. 길을 잃으면 가이드에게 전화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 큰 동네는 아니니까. 그리고 등산을 다니는 사람이 길을 잃는 다는 것은 굉장한 놀림감이 될게 뻔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길이 난대로 걸었을 뿐인데, 자꾸 빙빙 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 조차 마주치지 못한 길에서 자기 발 자국 크기와 비슷한 신발 자국이 있다는 것은 그런 의심을 진실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마치 절대 떠날 수 없는 장소에 발에 묶인 사람처럼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있던 것이다. 그제야 그녀의 머리 속은 온갖 잡념은 사라지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발걸음은 멈추고 시선을 바닥에서 땐 뒤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왼쪽은 높은 절벽 내 앞은 아까 지난 듯 싶은 숲길 내 오른쪽은... 아까 지나칠땐 인지하지 못했던 건물 하나. 여자가 그 건물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건 정말 터무니 없는 곳에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그것을 느낀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여자가 의구심을 가진 것은 건물의 외형 때문이었다. 투박하게 잘린 갈색 간판 그 위에 박힌 황동 고딕체 파스텔 풍의 빨간 벽돌 그 사이 자그마하게 뚫린 하얀 창틀을 가진 아담한 창문 하나 그 옆에 있는 하얀 문에는 종달새 모형이 달린 종 하나가 있었다. 이는 이 쪽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양식일뿐더러 오래된 양식으로 보임에도 어디하나 때낀 곳 없이 깨끗했다. 혹시나 건물 주인이 결벽증 환자는 아닐까 싶어 작은 창문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보이지 않고 대신 그 안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것은 수많은 액자들 이었다. 액자위에 새겨진 백합 패턴의 나무 조각들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제각기 크기들은 달랐다만 그 안에는 모두 사진이 남겨 있었는데 하나같이 산의 정상으로 추정되는 봉우리 위에서 깃발을 꽂고 의기양양하게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여자는 이 곳이 기념품 점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지만 주인도 보이지 않는데다 기념품점이라 하기엔 너무 멀찍한 곳에 있는 지라 이 건물에 대한 추측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액자, 크기는 가장 작았고 그 액자 자체도 투박한 것이 민무늬에 질감도 투박해 보이는 것이 코팅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액자 안의 사진을 보고 싶었으나 창문에 비추는 빛이 절묘하게 가리는 바람에 그 사진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여자는 실례를 범해서라도 사진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따르르르...’
종이 울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긴 했다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안심하고 들어섰다. 그리고 그 투박한 액자를 집었다. 봤던 것 처럼 액자가 너무 거칠어 손이 베일뻔 했다. 액자 속에 있는 사진은 액자와 사진 사이에 있는 여백 때문에 더욱 작아보였다. 그 사진을 유심히 바라 보았다. 등산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 위에 누워 있었다. 그 사진의 구도는 헬기에서 찍은 것처럼 사람이 개미처럼 작게 나왔고 그마저도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보였다. 이렇게 눈보라가 날릴 때는 헬리콥터가 뜰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미치자 이 사진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다. 여자는 이 사진의 정체에 대한 온갖 추측이 들기 시작했다. 대체 이 곳은 어딜까... 또한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창문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감고 있는 눈마저 통과해 눈 부시게 만들고 있었다.
 
 그 강한 빛을 이기고 눈을 떳을 땐, 밤 하늘의 별들이 내 눈 앞에 백열등을 킨 것처럼 강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저 하늘의 별들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듯해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왜 밤하늘을 보고 있는가, 저 별들은 왜 나를 보고 있는지 얼빠진 사람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자가 정신을 차린 것은 자신의 등판이 고드름으로 찌르듯 시리고 자신의 볼살이 칼바람에 베이는 듯 따끔했으며 자신의 오른손이 눈 한 움큼을 쥐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여자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설원위에 누워있었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이 곳에 누워 일장춘몽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여자는 팀원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오른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무전기는 이미 형체를 잃고 부셔져있었다. 여자는 급한 마음에 혹시나 싶어 왼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어느 사진 한 장이 쥐어졌다. 별빛에 비춰본 그 사진에 있는 인물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리고 뒷면을 들여다보곤 여자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자는 갑자기 옛날 생각이라도 났는지 어린 아이처럼 눈 위에서 천사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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