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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뚝
게시물ID : panic_802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타필리아
추천 : 67
조회수 : 503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5/30 06: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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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금 쓰는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화이다.
 
두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끔찍한 일을 여기에 옮겨 써보려고 한다.
 
 
나는 24시간 영업하는 슈퍼의 종업원이었다.
 
경기도의 한 도시 외곽으로 낮에는 장사가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밤에는 영업을 해봐야 인건비는 고사하고 전기세나 건질까 말까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밤새도록 영업해봐야 10명정도 손님이 오면 많이 온 셈이니 말 다한거지.
 
 
하지만 알바인 나는 이보다 꿀알바가 있을수가 없었다.
 
내 업무는 낮동안 판매된 상품을 창고에서 가지고 올라와서 진열장을 채우는 것인데
 
아무리 물건이 없어도 이건 두시간 이내로 끝난다. 근무시간이 6시간이지만 나머지 4시간은 손님이 거의 안온다.
 
그러니 노트북을 가져다놓고 영화나 인터넷을 보면서 시간을 떼우면 된다.
 
어차피 알바인 내가 가게 매상을 신경쓸 필요가 있겠는가?
 
혼자 일하지만 일이 너무 편한지라 일한지 몇 달밖에 안됐지만 가능하면 오래도록 하고싶었다.
 
단점이 있다면 밤에 일하다보니까 생활패턴이 바뀐다는 점인데 그때까지 크게 힘든것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 일이 일어났다.
 
맥주를 가지고 올라오려고 지하창고에 내려갔던 날이었다.
 
지하창고는 환기가 안돼서 항상 습하고 축축했는데
 
바닥은 수도관에서 떨어진 물때문에 미끈미끈했고
 
곰팡이가 창궐했기 때문에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는건 금물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품 받침대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상품을 보관해도 되나 싶었지만 어차피 캔이나 패트병이었기 때문에 크게 지장은 없는 듯 했다.
 
또 창고 한구석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있었는데
 
직접 내려가 본 적은 없었지만 항상 잠겨있었고, 거긴 내려가지 말라는 사장님의 말씀이 있었고
 
일을 하면서 딱히 그쪽으로갈 일도 없어서 딱히 신경쓰지 않던 참이었다.
 
가지러 내려온 1.6Lx12짜리 맥주를 옮기고 있던 와중에
 
지상쪽에서 낡은 축구공하나가 창고로 굴러내려오는게 아닌가?
 
 
툭툭툭...떼구르르... 툭툭툭툭툭
 
 
그리고 내 앞을 지나쳐 빨려들어가는 것 처럼 문이 열려있는 지하계단으로 굴러떨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항상 잠겨있었다. 가끔 호기심에 당겨본적이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샌가 그 문은 열려있었고 저편에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보였다.
 
축구공이 계단을 구르며 특유의 툭툭거리는 바람빠진 소리가 지하창고에 울려퍼졌다.
 
그러더니 어떤 여자에가 후다닥 뛰어내려와서 내 앞을 지나 공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얘야! 거긴 들어가면 안돼!"
 
새벽 2시에 왠 여자애가 공을 차나 싶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 없이
 
나는 물건이 쌓여있는 창고에 외부인이 들어왔단 것만으로 신경이 곤두서 여자애를 쫒아갔다.
 
툭 툭 툭
 
툭 툭 툭
 
그런데 계단이 엄청나게 깊었다. 그리고 어두웠다.
 
나는 핸드폰 불빛과 소리에 의존해서 여자애를 부르며 아래로 내려갔다.
 
"얘야! 야! 얌마!"
 
계단아래로 이어진 공간은 기껏해야 지하 2층인줄 알았지만
 
지금 아래로 3층은 내려온 것 같은데 바닥이 보이지 않고 계속 계단이었다.
 
그리고 창고부터 계속 맏아온 곰팡이 냄새가 아니라 다른 이질적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흙? 금속? 의 냄새가 계단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뚝 뚝 뚝
 
뚝 뚝 뚝
 
정신없이 뛰어내려가다가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공이 구르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 둔탁하고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계단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계단 아래쪽으로 핸드폰을 비춰봤다.
 
뚝 뚝 뚝
 
내 다섯계단쯤 아래에 아까 그 여자애가 거꾸로 서서 머리로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머리로 선게 아니라 목이 옆으로 꺾인 상태로 어깨와 얼굴로 처박히는 것 처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뚝 뚝 뚝
 
맥없이 늘어진 팔다리가 뚝뚝거리는 소리에 맞춰서 위아래로 튕기는데
 
그 장면을 본 나는 비명도 못지르고 뒤로 돌아서 뛰어올라갔다.
 
한번에 세네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째서인지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뛰다가 넘어져서 계단에 처박혔는데 일어나야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개처럼 팔다리를 볼썽사납게 짚어가면서 기어올라갔다.
 
보통 한 층의 높이는 계단 20개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수백계단을 오른 것 같았는데 빛이 안보였다.
 
분명히 내려온 것 보다 배는 올라왔을텐데 여전히 지하였고, 어두웠고, 냄새났고, 그리고 소리가
 
뚝뚝뚝뚝뚝뚝뚝뚝뚝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아까보다 빠른 리듬으로.
 
나는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필사적으로 기어올라갔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 아멘아멘아메나메! 으아아아!!"
 
 
평생 외쳐본적도 없던 불경과 아멘을 미친놈처럼 외치며 얼마나 올라갔을까
 
난 결국 창고로 나올 수 있었다.
 
 
"으아아아!!"
 
 
허겁지겁 뛰어나오다 아까전에 나르다가 내려놓은 맥주상자에 발이 걸려서 바닥을 굴렀다.
 
손에 쥐고있던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액정이 박살났다.
 
쾅! 철커덕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문은 굉음과 함께 저절로 닫히더니 그대로 잠겨버렸다.
 
나는 혹시라도 그 문이 열릴까봐 무서워 핸드폰을 주워들고 허겁지겁 지상으로 뛰쳐나왔다.
 
들어갈때는 새벽 2시쯤이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서 환했고 출근하던 사람들이 나를 미친놈보듯이 쳐다봤지만 
 
나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집으로 뛰어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집에 있는 소금을 죄다 몸에 부어서 쳐비볐다.
 
 
 
그 후로 사장님한테 전화가 와서 창고문을 열어놓은채로 무단퇴근을 했다고 욕을 한바가지로 듣고
 
사장님께 죄송한데 도저히 못하겠다고 울며빌며 월급을 포기할테니까 그만두게 해달라고 하고
 
가게에 놓고온 내 옷이랑 가방도 죄다 버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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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달 전 일이다. 나는 다른 알바를 구했다. 낮에 하는 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방금 다른 근무자에게 전화가 와서 나 대신에 대타로 뛴 근무자가
 
어떻게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내려갔던 지하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며,
 
다른 사람에게 듣기로는 전에 거기서 장사를 하던 사람의 딸이 똑같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죽었다, 뭐 아는거 없냐-
 
-라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지하계단은 그렇게 깊지도 않고 10단정도의, 아래에는 가스파이프나 배선반등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 것인데 내가 내려간 계단이 혹시 저세상으로 이어진 계단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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