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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분들 입장에선 이게 제가 이해하고 넘어갈 일인가요? (스압)
게시물ID : gomin_8031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m9nZ
추천 : 4
조회수 : 54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08/13 09:20:40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데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여기에 익명으로 적어봅니다.
 
 
 
남자친구와 약 2년 가량 만났습니다. 서로 같은 온라인 게임을 즐겨 했었죠. 저는 현재 게임을 아예 접었고, 남친은 예전부터 새로 '롤'을 하더군요.
다른 게임 할 때에는 싸운 적이 없었는데, 롤 하면서부터 싸우는 횟수가 늘어나더라구요. 아무래도 연락 문제나 그런 것들로.
 
 
여튼.. 작년 말에 남친 휴대폰을 보다가 어떤 낯선 여자가 애교섞인 카톡을 보내고, 보이스톡을 매우 많이 보낸걸 보게 되었습니다.
통화기록을 보니 그 여자가 전화를 걸어왔고 통화를 한 흔적도 보이더라구요. (그 전까진 남친 휴대폰 본 적 다섯손가락 안에 꼽아요)
 
누구냐고 물어보니, 옛날 옛적에 게임 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인데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에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뭐.. 여자친구 있다고 했는데도 얘가 옛날이랑은 다르게 이상해진 것 같다느니 블라블라.
딱히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화내기도 뭐하고, 그냥 살짝 기분은 안좋다 말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제 집에서 남친은 게임하고 있고, 전 누워서 TV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키우는 강아지 사진과 동영상이 남친 휴대폰에 많아서, 그것 좀 보려고 휴대폰을 달라고 했죠.
받아서 사진첩을 보는데 웬 낯선 여자 셀카가 들어있더라구요.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컴퓨터로 뭐 좀 봐달라고 시선을 돌리게 한 다음에 사진의 주인을 찾으려고 카톡을 봤습니다.
작년 말 지하철에서 본 그 여자가 있더라구요. 그 카톡방에 들어가서 내용은 읽지도 않고 스크롤 쭉쭉 올려보니 그 셀카가 떴습니다.
이 여자구나.. 하면서 본격적으로 내용을 읽어보았죠.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약 5회정도 다시보고 또 보고 한 것 같아요.
 
내용은 대략, 저 여자는 남친더러 '댜기야~ 사랑해~♥ 자기밖에 없엉 나 버리지망' 이러고 앉아있고
남친은 '우리 밀당중임? 자장가 불러줘' 하면서 사진도 달라고 하고 있더라구요.
 
 
 
 
정말 손이 덜덜 떨리는데, 증거 확보해두려고 txt 파일로 메일에 전송시킨 뒤 남친에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친 왈.
전에 말했던 걔다. 옛날에 게임하다 친해진 앤데, 지방 살고 단 한번 만나본 적도 없다. 걔도 롤을 하길래 연락해온 것 뿐이다.
그리고 걔도 남자친구가 있다. 사진은 철수(가명/다같이 알고지내는 남자애) 소개해주려고 달라고 했던거다.
옛날엔 안그랬던 앤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끊어낼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절대 바람이나 그런건 아니다. 그리고 자기에 대한 믿음이 그정도 밖에 안되느냐.
 
 
 
 
 
이러더군요. 너무 화가나서 새벽에 차도 끊긴 시간에 집에서 쫓아냈습니다.
이후로 싹싹 빌고, 자기 스스로 그 여자한테 '여친이 화가 많이 났다. 나도 경솔했는데, 너도 이러는거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 라고
보내고 연락처도 지우고 그러더군요. 여차저차하다 일단 그 일은 한번 덮어주고 넘어갔습니다.
 
다만, 두번 다시 그 여자랑 같이 게임도 하지말고 연락도 하지말고, 아예 휴대폰에 뜨기만해도 끝장이니 잘 하라구요.
 
 
 
 
며칠 뒤 남친의 휴대폰을 다시 보니, 또 카톡이 와있더군요. 기가 차서 봤더니 그 여자가 캡쳐 두어장을 보내놨습니다.
뭔가하고 봤더니, 자기는 남친이 있지만 다른 남자들에게도 자기야 사랑해 이러고 다니니 저더러 오해하지 말라고 보냈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한테 자기야 사랑해~ 이렇게 한 걸 캡쳐해서 보냈는데, 그 남자가 하필이면 저도 잘 아는 철수더군요.
 
 
 
철수한테 연락을 해서 물어봤습니다. 저 여자가 너랑 카톡한걸 캡쳐해서 보냈다고.
철수도 황당해 하더군요. '아~그날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야 사랑해 이러길래 나도 황당했어' 이러는거에요.
저 여자가 그 전에는 너한테 그런 말을 안했느냐 물으니 그렇답니다.
 
아무튼 참 대단한 년이다 하고 무시하고 앞으로도 휴대폰에 안보이게 해달라고 했죠.
 
 
 
 
 
 
저 일이 있고난 후, 초반엔 정말 저 여자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습니다. 철수에게 저 여자 아이디를 알아내서 롤 유저도 아닌 제가
매일 같이 전적 검색을 하고 앉아있었죠. 혹시라도 둘이 같이 게임하고 연락하고 할까봐. 그 짓하고 있는 저 스스로가 참 초라했습니다.
 
전 바람 피우는 것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게 있는 셈이죠.
과거 가정형편이 극심하게 기울어질 무렵, 아빠의 바람으로 집안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었습니다. 엄마는 심장약에 수면제에 쓰러져서
응급실 실려가고, 눈 앞에서 혼절하고.. 그 일로 엄마도 정신이 또렷하지가 못해 같이 죽자며 밤마다 식칼을 들고 제 방문을 열었으니까요.
아빠의 바람이 발각된 후, 아빠는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곧장 도망가 약 열흘 가량을 잠수 탔었습니다.
엄마는 잠도 한숨 안자고 창문 앞에 멍하니 서서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그 길로 엄마도 잃었지요.
 
이래저래 다른 일들도 많아 우울증이 심해, 정신과 다니며 약물치료 받고 겨겨우 나아진 때에 남친의 카톡사건이 생겨난 것이지요.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마음의 안정도 되찾고, 평온했습니다. 게임 문제로 종종 다투기는 했지만 애정전선에도 큰 문제는 없었어요.
진지하게 결혼도 생각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남친의 가족분들, 친척분들까지 잠시나마 인사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대로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바래왔는데, 며칠 전 일이 터지고야 말았네요..
 
 
 
 
남친이 부친상을 당했고, 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카톡을 하다 대답이 없길래 뭐하냐 물으니 롤을 하고 있다더군요. 남친 기분 전환시켜줄겸 여행가면 어떻겠냐 이야길 꺼내니
웬 '서초로 여행을 가면 블라블라' 라면서 이상한 소릴 하더라구요. 동문서답에.. 딱봐도 롤 때문에 정신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성의 없는 태도 때문에 살짝 짜증이 났는데, 상 치룬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고 많이 힘들거 알기 때문에 싸우기도 싫어 별 말 안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게임으로 도피하다시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다 롤 몇판이나 했는가 보려고 오랜만에 전적 검색을 해봤지요. 남친 아이디가 2개입니다. 하나는 옛날에 쓰던건데 지금은 철수가 돌리죠.
별 생각없이 옛날 아이디도 검색을 해봤는데, 6일 전에 그 여자랑 게임을 몇판 했다고 뜨더라구요.
 
 
순간 멍했습니다.
에이 설마. 철수가 한거겠지.. 하면서 철수에게 살살 떠봤어요.
 
혹시 요즘도, 내 남친꺼 옛날 아이디 돌리고 있냐구요. 안한지 꽤 오래 됐다고 합니다.
그럼 안한지 한달정도 되었느냐고 물으니 그것조차 기억이 안날만큼 오래 됐다고 하더군요.
 
결국 그 여자랑 게임을 한건 제 남친이란 이야기였죠.
 
 
 
그 여자랑 게임을 한 날짜를 보니, 아버님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병원에 상주하다시피 했던 때입니다.
남친한테 먼저 연락이 오는 법이 없었고, 제가 연락해도 하루종일 병원에 있었다 피곤하다 하고 말이 끊기곤 했어요.
 
그간 저도 심적으로 너무 힘든일이 있어서 밤마다 오열하듯 울고 했지만, 남친 힘들걸 알기에 말을 안하고 혼자 삼켰습니다.
그랬던 남친이 그 시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여자와 게임을 하고 있었다니 기가 차더군요..
 
 
 
 
 
 
남친에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분명 그 여자와 두번 다시 연락을 하지도, 게임을 하지도, 휴대폰에 뜨기만해도 끝이라고 했을텐데
왜 며칠 전에 그 여자와 아침에 게임을 한건지 변명할 타임을 주겠다고.
 
 
 
 
그랬더니 저더러 이해가 안간답니다.
연락한거랑 게임한거랑 같냐고 합니다.
오랜만에 옛날 아이디 들어갔다가 마침 있길래 그냥 인사하고 같이 게임 몇 판 한 것 뿐인데 그게 연락이랑 같냐구요.
왜 같이 못놀게 하는지 모르겠고 저더러 실망이랍니다.
자기는 그 여자를 8년동안 알고 지내면서 만난 적도 없고 여자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저더러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냐고 단지 게임 했을 뿐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상 치룬지 얼마 안된 사람한테,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의 일을 들춰내서 뭐라 해야겠냐고 합니다.
너 힘든거 충분히 알고 그래서 아무 말 안하고 여태 다 참아왔는데, 오죽하면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겠냐해도 이해가 안간답니다.
 
더불어 자기에 대한 믿음이 그것밖에 안되냡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하단 소리는 단 한마디도 안하더군요.
 
 
 
 
 
 
저도 장기간 게임 헤비유저로 해왔던 사람입니다. 남친이 여지껏 게임하면서 카톡에 어떤 남자들이 간혹 어떤 여자들이 게임하자고 불러내는걸 봐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뭐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 여자는 과거에 했던 짓이 있잖아요?
 
 
 
 
 
단지 게임이니까. 둘이 만나 본 적도 없는 사이니까, 과거에 자기야 사랑해 어쩌고 이딴 소릴 해댄 여자랑 게임 하는걸 그냥 그러려니 해야하나요?
 
 
 
 
 
만나자고 해도 안나오고, 끝났습니다. 저 나름대로 상처 많이 받았고, 롤이랑 만나본 적도 없는 그 여자랑 저를 맞바꿨단 생각밖엔 안드네요.
너무 답답하고 이야길 더 해보고 싶은데 저 남자는 그냥 피하고 잠수만 탑니다. 조회해보니 또 롤이나 했더군요.
전 하루종일 펑펑 울다가 잠도 안와서 억지로라도 자려고 술까지 마셨는데도 정신만 또렷하고 잠도 안오고.. 지금까지 잠 한숨 못잤네요.
 
새벽내내 별똥별 떨어진다해서 창문 앞에 서있었는데, 혹시라도 뉘우치고 잘못했다 싹싹 빌러오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하늘이 아닌 골목길을 보게 되더군요.
 
그 옛날 보았던 엄마의 모습 같아 마음이 그렇습니다.
 
 
 
 
 
 
하도 저를 별 것도 아닌 일로 민감하게 화내고 욕하는 속 좁은 여자로 만드니, 이젠 내가 정말 그런건가 싶기도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저도 이성을 잃고 욕도하구 막말도 했더니, 예전엔 하나뿐인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다고 사람이 맞냐네요.
 
 
참.. 2년이란 시간동안 제가 누굴 사랑한건지 고작 이런 사람이었는지.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 분통 터집니다.
 
 
 
그냥 게임일 뿐이니까 넘어가주는게 맞는거였나요.
 
 
 
제 입장에선, 충분히 달려와서 싹싹 빌어도 모자를 일에, 제가 불같이 화를 내도 이상할게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남자 분들이나 다른 분들 입장에선 다를까싶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솜씨가 없어 읽기 힘드시겠지만, 솔직하게 답변&조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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