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고 바람 좋고~ 오징어떼 만선이었던 이번 벼룩 다들 즐기시었소?
소인은 평소 느지막히 눈을 뜨는 편이오나 오늘은 묘시 (5:30~7:30) 중반에 눈이 떠지지 않겠소?
악몽이었소........ 미처 열지도 않은 부스 앞에서 오징어들이 떼로 멱살잡이를 하는 꿈이었소.
두려웠소. 부들부들 떨며 흐헣흐헣 거리공원으로 기어가니 사시 (9:30~11:30) 초였소.
그제야 깨달았소. 소인은 공복이었던거요. 그리고 저녁까지 버텨야만 했소......
그래서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가 찌개백만을 시켰는데, 먹을 수가 없었소.
밤새 머릿속으로 팔괘와 팔문과 기타등등을 외우느라 눈밑이 거뭇거뭇 죽어가는데, 밥도 넘어가지 않다니.
놀라운 일이 아니오? 소인은 평소 밥그릇도 씹어먹소. 참이오.
그리고 동네 구석에 숨어서 사부님의 비전을 복습했소. 그렇게 한시간 가량을 보내고 공원으로 향했소.
.........오징어가 어디에 있소?
이자들이 오징어라면 소인은 꼴뚜기요. 다들 훤칠한 외양으로 으리으리하게 개장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움츠러들었소.
포스터 붙이고 나니 할 일도 없고........ 옆 부스를 기웃거리며 도울 일을 찾아보았지만 소용없었소.
준비운동 삼아 재능기부자들의 사주를 보고 있자니 똻! 벌써 정오요?
참으로 많이도 오셨소.
다들 비슷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오셨는데, 다 들어드릴 수 없어서 안타까웠소.
질문은 크게 세개로 요약할 수 있소.
1.취업
2.입시
3.생기나요?
처절했소..........80% 이상이 3번이었소.
비슷한 말을 대략 45회정도 반복했소. 남자운, 여자운은 항상 빙글빙글 돌아오오.
제발 잡으시오. 눈물이 앞을 가렸소.
저 멀리 팔짱끼는 커플들이 오락가락 하는데 어이하여 내 앞은 솔로천국이란 말이오?
오오 통재로다......
그 중에도 기억에 크게 남는 분들 있소.
대기인이 많다며 얼른 자리를 비켜주신 분들. 그 분들 덕에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볼 수 있었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오. 복받으실거요.
목아프겠다며 사탕 한줌을 꺼내주신 분, 막 구입한 것 같은 쿠키와 타르트를 주신 분들. 파워에이드 주신 분......
꼭 먹을거라서 기억하는건 아니오.........아닐꺼요. 덕분에 목도 축이고, 사탕 빨아가며 할 수 있었소.
참이오. 허나 참 맛있소. 냠냠. 냠냠. 냠......
그리고 마음에 남는 분들이 있소. 다들 비밀스러운 사연이나, 자신인 줄 알게 하기 위해 조금만 풀어보겠소.
훌륭한 법조인 되소서. 좋은 선생님 되소서. 멋진 어른이 되소서. 행복한 엄마가 되소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차마 시간이 허하지 않았던 소저...... 꼭 가희(歌姬)가 되소서. 그래서 내게도 들려주소서.
60여분의 모든 내방자(來訪者)들, 모두모두 원하는 바 이루시고 행복하시길.....
그거 아시오? 찾아주신 모든 분들은, 이 불초 소생의 개문내방자요.
이 험난한 강호에 첫 발 내딛은 소인을 드디어 술사로 만들어 주셨소.
그 은덕이 어찌나 큰지......내 잊지 않으리다.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소.
혹 이 미천한 자를 선생이라 칭하신 분들, 아둔하여 존안은 잊었으나 목소리 만큼은 기억하오.
울컥해서 눈물이 났소. 침 아니오. 땀도 아니오.
오유 덕분이 이리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소. 그리고 소인은 술사의 행복을 처음 느꼈소.
사람 하나 살리신게요...... 다들 복 받으시오.
혹여 틀린 소리를 주절거렸다 하더라도 용서하시고,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오.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신 분들,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오.
시간이 모자라 충분히 이야기 하지 못한 분들,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오.
더 갈고 닦겠소. 채찍질 하겠소. 더 노력해서 오징어배의 랜턴이 되어 여러분 앞길을 밝혀드리겠소.
다음에는 초출이 아니라 재출이요......
그래도 안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