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66조 4항에 의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행정부가 행정부처가 잘못을 했으면 그 모든 과오와 책임을 대통령이 떠맡는 것은 당연지사다. 오늘 박근혜의 담화는 그래서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를 보여줬다.
아직 수사중인 사안들에 대해서 명시해서 조목조목 무엇이 잘못이라고 짚어주는, 대선 전 토론회 당시 국정원 직원 '잠금'사건 때 그러했던 것처럼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발언 부터가 문제이긴 했지만. 더 큰 혼란은 그 잘못들을 대통령이 국민과 한 마음 한 뜻으로 국민의 편에서 분노하고 질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이, 당신은 이 시점에선 우리 옆이 아니라 우리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하는거라구.
이쯤되면 정말이지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라 입헌군주제 국가의 여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5천자가 넘는 담화문 연설 원고 중에 '사과'라는 단어가 처음에 한 번밖에 둥장하지 않고 뭘 사과하는건지 조차 의문스러운 오늘 박근혜의 담화문(사과문이 아니다. 대국민 사과가 아니었다. 이거 헷갈리면 안된다)은 그래서 더더욱 박근혜를 끌어내려야만 하는 근거를 하나 더 추가시켜주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