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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너의 수호 천사
게시물ID : readers_80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Y
추천 : 1
조회수 : 25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30 18:32:32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회사 이력서에 포함할 포트폴리오용 사진을 고르던 참이었다. 사진 속에는 하얀색 커다란 곰인형이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릴 적에 선물 받았던 것이다.


  지금은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녀의 나이는 이십대 후반.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어릴 적 추억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처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 몇 번이고 불합격한 지금, 이런 것은 불필요한 생각이다. 그녀는 급하게 앨범을 넘기면서 좀 더 그럴싸한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 앞에 갑자기 작은 그림자가 생겼다. 앞을 바라보니 하얀색 반팔 셔츠를 입은 소년이 서있었다. 지금 시각은 낮 12시 무렵. 이런 번화가 카페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어디서 왔을까.


  소년에게선 위화감이 감돌았다. 점심시간이라 북적이는데, 사람들은 소년을 피해갔다. 소년이 서있는 자리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마치 얇은 막이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은 그녀를 보고 싱긋 웃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사람들이 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홀린 듯이 소년을 따라갔다. 앞서가는 소년과 다르게 그녀는 자꾸만 사람들과 부딪혔다. 그러나 그녀는 상관하지 않고 소년을 쫓았다.


  여기는 어디지.


  소년을 따라 길모퉁이를 도니 공원이 보였다. 이상한 일이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저기엔 그녀가 이력서 넣을 기업 건물이 있어야한다. 지금은 7월 중순 여름. 저렇게 공원에 벚꽃이 만개했을 리가 없다.


  한 걸음씩 걷던 소년이 갑자기 뜀박질 했다. 놀란 그녀 역시 소년을 따라 뛰어갔다. 경쾌한 발걸음 끝에 소년과 그녀가 도착한 곳은 공원 변두리에 있는 어떤 벚꽃나무 밑이었다.


  아아... 말도 안돼.


  그녀의 시선이 어느 소녀에게 멈췄다. 소녀는 히끅히끅 울면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소년은 조용히 소녀 옆에 다가갔다. 소녀는 소년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조용히,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소녀의 옆에는 학교 시험지가 있었다. 시험지는 빨간색 선으로 난무해 있었다. 아무래도 소녀는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소녀의 눈물이 잦아들자, 소년은 소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


  갑자기 눈이 떠졌다. 얼마나 지난걸까?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느라 피곤했던 그녀는 깜빡 졸고 말았다. 벌써 1시. 아르바이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테이블 위에 있던 사진과 앨범을 가방에 넣고, 식어버린 아메리카노를 빠르게 마셨다. 향이 날라간 아메리카노는 쓰기만 했다.


  아르바이트와 더불어서 각종 세금 지출과 생활비를 고민하면서 길을 걷던 그녀는 평소보다 가방이 조금 무겁다고 느꼈다. 가방을 여니 하얀색 작은 곰인형과 작은 사탕 한 알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껍질을 까고서 사탕을 입에 넣었다. 입 안 가득 달콤한 과일향이 퍼졌다.


  “힘내.”

  “너무 슬퍼하지마.”

  “다음에는 분명히 잘 될꺼야.”

  

  중학교 시절.

  중간고사를 망쳐 곰인형을 끌어안고 울던

  소녀의 귓가에 울리던 다정한 미성의 목소리가


  지금 그녀에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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