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고 9개월 지난 2010년 10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콜레라가 퍼졌다. 강물이 더러워지면서 수인성 질병이 생겼고 병에 걸린 이들이 인구가 밀집한 수도로 들어가 널리 전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환자들이 많은 중부 아르티보니테의 병원은 환자가 넘쳐나 제대로 치료조차 못 하는 상황이었다.
보건·의료 여건이 열악한 아이티에서 콜레라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전염병이 거의 진정된 것은 2014년에 이르러서였다. 지난해 3월까지 아이티인 9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멕시코 등에서 온 외국인 사망자도 500명에 육박했다. 콜레라는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소금과 설탕을 섞은 물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조금만 늦어도 설사, 탈수 등으로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 때문에 무서운 전염병이 된다.
하지만 공식 사과가 나오기까지는 몇 달이 더 걸렸다. 반 총장이 1일(현지시간) 아이티 콜레라 사태에 대해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는 연설을 했다. 1만명 가까운 이들이 숨지고 6년이나 지나서였다. 이달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면서 “아이티의 콜레라 발병과 확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아이티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먼저 현지 언어인 크레올어로 사과를 하고, 이어 영어와 프랑스어로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