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9년쯤 전에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그 길로 저는 서울로 독립을 하여
어느덧 결혼까지 하고 살고 있네요.
엄마가 저희를 떠나신 거라
처음에는 원망도 됐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모자식이라는 연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지
드물게 전화도 하고 가끔은 얼굴도 보고
그렇게 먼 친척마냥 지내고 있어요.
괜찮습니다.
저도 엄마의 결정을 존중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우리를 떠난 거라면
그 삶에 충실해서 열심히 사시면 되니까.
하지만 요즘들어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같이 사시는 아저씨께는
저보다 1~2살 많은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최근에 아이를 낳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 사진을 카톡으로 보여주면서
우리 ㅇㅇ이 예쁘지?
너희도 얼른 아기 생기라고 사진 저장해놔.
저게 자기 친 딸에게 할 수 있는 소리인가 싶습니다.
친 딸에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버리고 떠난 친 딸에게 할 소리는 아닙니다.
엄마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여주면
저는 그냥 무시하고 답장을 하지 않습니다.
뭐라뭐라 물어보면 "네." "그래요." 등등의 단답만 합니다.
더불어 괴로운 것은
같이 살고 있는 아저씨를 자꾸만 '새아빠'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아빠는 단 한분이고,
그 분은 아직도 제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새아빠라는 단어가 듣기 좋지는 않다.
그냥 아저씨라고 칭해달라.
내심 서운해하시는 것도 같았지만, 한동안은 새아빠라는 호칭을 쓰지 않으시더라구요.
요새는 무의식중에 자꾸 새아빠라고 얘기를 하시는데..
조금 더 지켜본 후에 다시한번 말씀드려봐야지요.
아기 사진을 보여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손주딸이 얼마나 이뻤으면 여기저기 자랑을 할까 싶어서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마음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것에 대해서도 엄마에게 얘기한다면 너무 옹졸해 보일까 싶어 일단은 참고 있습니다.
자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이니까요.
더는 어린날의 감정도 슬픔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얘기하지만,
엄마의 새로운 삶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고 싶은가봅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털어놓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